북 디자이너 선우공주 (10)
내조카 선우공주
나는 미정이 내외의 동의를 얻어 공주를 데리고 일단 횡성으로 갔다.
횡성군 강림면 강림시장길 13 주소지에 가서 30년 전에 여기 우리 부모님이 사시던 집이라 조카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리고자 방문했다고 말씀드리고 집구경을 했다.
공주는 세발자전거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외삼촌 여기 좀 봐!
왜?
이거 내가 타던 자전거야?
어머나 이게 웬일이니? 녹이 슬었지만 바퀴와 핸들이 제대로 작동되었다. 공주는 그 세발자전거 핸들을 잡고 마치 꼬맹이 시절 타던 행로를 그대로 돌아봤다.
공주를 데리고 노고소와 태종대로 점심 먹으러 가자고 같이 걸었다. 강림초등학교에 들러 그네도 타고 시소도 탔다.
외삼촌 여기 강림초등학교 몇 회야?
음, 40회인데 졸업장이 없다.
왜 없어?
너 외할아버지가 서울로 전학을 보냈어 6학년 때.
왜?
그때는 여기에 중학교가 없어서 원주나 횡성에 가서 중학을 다니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람만 자전거를 사서 새벽밥 먹고 자전거로 안흥중학교를 다녔단다.
큰 이모랑 작은 외삼촌들은 다 강림초, 강림중 동문이라는데?
음 미숙이모가 나보다 두 살 아래 42회 공주 네 엄마가 한 살 아래 43회 작은 외삼촌 두 살 아래 45회 막내 외삼촌 두 살 아래 47회야.
큰외삼촌만 외톨이네?
음,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살아계실 때는 당연한 줄 알았는데, 돌아가신 후 동생들이 성토를 하는데 미안한 생각이 든다. 장남 장손이라고 나만 소를 팔아 서울로 전학을 보내 공부시키고 아래 네 명 동생들은 촌에서 자랐으니까.
태종대 가기 전에 노고소에 잠시 들렀다. 치악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노고소에서 회오리를 돌았다.
외삼촌 노파가 운곡 원천석이 길을 반대로 알려주라는 대로 안 하고 바로 가르쳐주었으면 역사가 바뀌었겠죠?
와! 공주가 그런 생각을 다 했어?
예. 태종 이방원과 운곡 원천석이 방원이를 안 가르치려다 가르쳤는데, 왕자의 난을 진압하고 왕이 되었으니 자기 스승을 모셔다 영의정 시키고 싶었을 테니까요?
이미 원천석은 고려의 학자가 조선에서 벼슬하는 것을 원치 않아서 노파가 손가락을 왼쪽으로 했어도 별반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태종대 막국수 먹고 내일은 포천 왕방산에 가자?
왕방산은 왜 요?
음, 네 아빠랑 엄마 사랑이야기와 네 오빠 탄생설화 들려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