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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디자이너가 된 공주(5)

by 함문평


사랑하는 미정 양에게


위문편지 잘 받았습니다. 원래 위문편지는 이병부터 병장까지 나누어 주는 것인데, 횡성여자고등학교 편지가 우리 병사들 수 보다 많아서 대대본부 인사, 정보, 작전, 군수과 간부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미정 양 편지가 나에게 배정되었습니다.

일단 편지 봉투의 글씨가 서예대전에 입선한 사람 수준으로 고체로 쓰여있어서 놀랐습니다. 궁체는 펜글씨로도 연습할 수 있지만 고체는 전문적인 서예를 해본 사람 아니고는 좌 우 균형을 맞추기 힘든 것을 알기에 봉투부터 눈이 호강했습니다.


첫 답장이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1984년 12월 10일


포천 806 정찰대대 정보과


중사 선우재길 보냄


그 편지로 횡성여자고등학교 1학년 3반은 난리가 났다. 모두 위문편지를 보냈는데, 첫 번째로 답장을 받은 것이랴 고 담임 선생님이 종례 시간에 낭독을 해버렸다. 그 편지에 미정이 답장을 했고 선우재길이 또 편지를 보내왔다.


제갈미정 양에게


편지 잘 읽었습니다. 강릉여자고등학교에 합격하고도 못 가고 횡성여고를 다니는 심정, 그 느낌 알아요. 내가 미정이 오빠라면 등륵금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냈을 겁니다. 그 집은 오빠가 없어요?


그런 식으로 3년 편지를 주고받고 졸업식 하루 전에 장미 100송이를 들고 강림으로 찾아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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