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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디자이너가 된 공주(8)

by 함문평

그 말에 철옹성처럼 굳게 닫혔던 방문이 열렸다. 공주는 내 허리를 육사 럭비선수 노태우가 태클하듯 달려들었다. 그녀는 내 허리를 꽉 붙들고, 난 그녀 긴 머리가 치렁치렁한 것을 살며시 밀고 등을 안아주었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었다. 나는 팔을 올려 그녀 목을 감싸고 동작 그만을 취했다. 한참 울더니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는 언제 울었냐듯이 목소리 높여 눈물을 보여 죄송하다고 했다.

아니야, 울 때 울고 웃을 때 웃어야지 요즘은 울고 싶어도 아닌 척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했다.

밥 먹자?

예, 잘 드세요?

음, 너도.

외삼촌은 영경 언니나 우혁이와 대화 잘하세요?

영경이는 가끔 하는데, 제갈우혁은 존 바이든 얼굴보기 보다 더 힘들어. 바이든은 뉴스채널에서 보는데 우혁은 월부터 금은 새벽에 나가 밤 열두 시에 들어오고 토. 일은 게임동우회 1박 2일 전투한다. 우혁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승률차이 난다고 상대팀들이 제갈우혁이 엔트리인지 아닌지가 관심사항 1호래.

와~그럼 돈 좀 벌겠는데요?

그게 돈이 돼?

그럼요. 게임 사이버 머니 걸고 하는데 팀이 이기면 종료 후 사이버머니 실제 현금으로 환전해 줘요.

음. 그래서 우혁이 영경이가 빨래 같이 개자고 해도 전화 오면 나간 거구나?

그럼요. 이기면 돈인데요. 제 친구도 게임에 미쳐서 직장 월급 받아먹고살고 나머지 돈은 게임 피시와 모니터에 다 투자해요. 다 최신형인데 자기만 구닥다리면 게임 진 것이 작 때문에 진 거 같아 잠 안 온다고 팀원 중 누가 최신 사면 다 따라 기종 바꾼다고 해요.

음. 앞으로는 우혁이 피시 업그레이드 한다면 아무 소리 말아야겠다.

예. 게임하는 사람 피시나 모니터 업그레이드 하면 그냥 아무 소리 안 하는 것이 훌륭한 부모 됩니다.


밥을 다 먹자 미정이가 커피와 과일을 가져왔다.


그렇게 그날을 부산서 보내고 다음 날은 미정에게 여비를 받아 공주가 어린 시절 가끔 다녀간 강림으로 갔다.

강림은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시장길 우리가 살던 집은 지붕도 빨간색 벽체도 초록색 그대로였다. 강림시장길 13집에 들러 주인에게 30년 전에 이 집에 살다가 부모님 돌아가시고 이사 간 사람인데 조카가 돌아보고 싶어 왔다고 하니 집안 어디든 구경하라고 하셨다. 뒤란 뜰에는 앵두나무도 그대로였다. 방치된 녹슨 세발자전거를 보더니 공주가 소리쳤다.

외삼촌!

왜?

나 이거 탈게 밀어봐?

야, 이 강아지야, 앉을 수나 있어?

엉덩이 넣기도 힘들겠다?

이렇게 할게 밀어 빨리!

야, 아자타임 아니거든?

뭐야? 여름방학 때, 외삼촌 통일전망대 지키느라 휴가 없다고 우리가 놀러 가서 화진포 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 구경하고 화진포서 회 먹고 관사에서 생활국어에 친족 간은 공대어 안 쓰고 반말이 통용된다고 했지?

와~~ 우리 공주, 중학시절 말해준 거 나이 서른둘에도 기억하네?

그럼, 나 기장중학교 김혜정 선생이 생활국어 우리 학년 유일한 100점이라고 방학 동안 어디 학원 다녔냐고 해서 아니요? 화진포서 회 먹고 김일성, 이승만 별장 구경하고 외삼촌이 무심천대학교 국어교육과 출신이라 외삼촌이 알려주셨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외삼촌 잘 둔 것도 공주 복이라고 하셨어요.

그런 깊은 사연이 있었구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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