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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아니고 눈 내린 교정을 간다

졸업 후 47년 만에 찾은 중학교 교정

by 함문평

중학 동창 박종세는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오는 군가 <전선을 간다>를 불렀다.

1977년 2월 10일 졸업을 하고 중간에 군복을 입고 학교를 방문했다.


그때는 은사님들이 계셔서 교무실에 가서 인사를 했다. 지금은 대부분 은사님들이 작고하셨고 생존하는 분이 몇 분 안 된다.


세상이 험악해지니 졸업생이 모교를 방문하는 것도 사전에 행정실 승인을 받아야 했다.


전화로 몇 회 졸업생 졸업 시 3학년 7반 29번 함문평이라고 했더니 기억력에 대해 행정실장이 감탄을 했다.


반도 오락가락하는 분 많은데 번호까지 기억하시냐고 했다.


예. 제군번이 86-03727인데 3학년 7반 29번과 두끝차이라 군번 받는 날 군번을 3학년 7반 29번에서 두끝 마이너스로 기억했습니다라고 했다.

서울지방병무청 정류장은 중앙차선으로 이동했을 뿐 47년 전이나 변함없는 그 자리다.

교문은 그대로였다.

3.17 서울 의거탑도 그대로였는데 설립자 김석원 장군과 원윤수 선생 두 분 설립자 흉상은 전교조 등살에 철거하고 그 자리를

고등학교 동문들이 돈을 모아 항일운동공적비를 세웠다. 미친 것들이지 동상을 파 없애면 친일행적이 없어져? 동상을 그대로 두고 학생들에게 우리 학교 세운 것은 훌륭하지만 이런저런 친일을 했다고 선생이 가르쳐야지?

건물 앞 학교 상징나무 감나무는 앙상하지만 기품을 잃지 않고 서 있었다. 우리 학생 시절은 감을 몰래 따 먹다 걸리면 정학이었다.

운동장 입구 한여름 우리들이 등목 하던 추억의 펌프는 우물에 독극물 투하를 염려해 자물쇠가 채워졌다.

성남중학교 간판만 새로 만들고 우리들 교실은 그대로였다

야구부 후배들이 연습하던 야구공이 카트에 담겨있었다. 후배 하면 타자 박병호만 알았는데 엄청 많은 후배들이 프로구단에 지명을 받아 후배 중고 야구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47년 만에 방문한 눈 내린 전선이 아닌 눈 내린 교정에서 작가도 한 컷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중3시절 야구에 미친 강남여중 학생 2명이 산을 넘어 우리 수학선생님께 체포했던 교실과 용마산 연결다리다.

이렇게 동창 밴드와 단독방에 올리니 국내는 물론 일본 호주 캐나다 영국에 있는 동기들이 엄청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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