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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것을

by 함문평

할아버지는 한학만 하셨지 신식학교는 근처도 안 가신분이다.


그래서 손자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고 3까지 새책을 받아오면 꼭 구경을 하셨다.


이해는 못하시지만 손자에게 질문을 통해 할아버지 나름 지식체계를 구축하셨다.


가끔 속담을 던져 세상일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손자에게 일러주셨다. 그중 하나가 살아가면서 잘못을 할 수는 있다.


그걸 잘못을 인지한 순간 바로 잘못했다고 시인하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데 뭉개거나 무시하거나 그 시인할 시기를 상실하면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하셨다.


1986년 소대장부터 21년 3개월 복무하고 군문을 떠날 때까지 나의 잘못을 알았을 때는 상관이든 동계급이든 하급자든 바로 잘못했다고 했다.


요즘 온천지 신문과 종편방송과 유튜브에 떠드는 디올 백은 아무리 생각해도 호미로 막을 타임을 놓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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