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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늙어가는 여동생

by 함문평

나는 62년 호랑이 여동생은 64용이다. 영화제목에 용호상박이 있는데 용과 호랑이가 싸워 호랑이가 이겨 오늘날에도 지구에 호랑이가 있고 용이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장손이라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젖만 떨어지자 데리고 청일에서 키우시다 초등학교 입학을 해야 하기에 여섯 살에 청일 전답을 다 팔아서 강림으로 합가를 했다.


정말 대식구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월남전 참전한 작은 아버지를 뺀 작은어머니와 4촌 동생 나 여동생 여동생 남동생 남동생 총 11명이 초가집에 버글버글 살았다.


청일에서 모든 전답을 팔고 강림으로 합가 한 이틀 후에 여동생과 나는 크게 싸웠다.


오빠의 존재는 모르고 자기가 형제들 중 맏이로 생각하다 숨겨둔 아버지 자식처럼 나타나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니 어린 나이에 이해도 안 되고 네가 무슨 오빠냐? 고 여겼는지 내 얼굴에 손톱으로 피를 흘리게 할퀴었다.


솔직히 두 살 위인 내가 마음 독하게 먹고 팼으면 여동생 어디 하나 부러지게 팼겠지만 나는 마음이 유해서 그냥 참았다.


노인정에서 돌아오신 할아버지가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호출했다.


이게 무슨 흉측한 짓이냐고 장손 얼굴에 손톱 흉터가 뭐냐고 부모님을 질책하시자 바로 여동생은 어머니에게 이끌려 종아리가 빨갛게 맞았다.


그 후로 바로 호칭이 오빠가 되었다. 내가 5학년이고 여동생이 3학년 시절에 한 동네 같은 학년 경자라는 여자에게 맞고 집에 왔다.

마음 독하게 먹고 싸으면 니도 그녀 팰 만큼 패주었겠지만 그녀 오빠가 6학년이라 내가 참은 것이었다.


여동생이 경자네 집으로 가더니 동생 경숙을 불러냈다. 나오자마자 짱돌로 그녀 머리를 때려 피가 흘렀다.


야, 너네 언니가 우리 오빠 때려 피났거든 그러니 너는 나한테 맞아야 공평해라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는 경숙 약값 물어주고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집에 와서 나를 야단쳤다. 우리 집은 딸과 아들이 바뀌었다 하셨다.


중학생 시절에는 완전정복을 전 과목 다 사는 것으로 계산해서 책값을 받아 국, 영, 수만 새책으로 사고 나머지 과목은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 근처 헌책방에 가서 1/5 가격으로 샀다. 그렇게 만든 비자금으로 여동생 두 명을 데리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고 절대로 영화본 이야기 하지 마라고 새끼손가락 걸어 약속했다.


다음날 아침 밥상에서 큰 여동생이 하는 말이 오빠~오빠~ 우리 어제 영화 안 봤지~~ 하니 작은 여동생이 큰 소리로 언니~ 어제 새끼손가락 걸고 말 안 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 했다.


그날 밥상을 물리고 어머니에게 종아리를 맞고 영화관 입장료 자금출처를 추궁당했다.


설에 두 여동생을 만나는데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여동생도 60이 넘어 흰머리가 절반이 넘은 모습이 측은하다. 이런 걸 인생무상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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