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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6

by 함문평

세 번째 여자는 군사훈련을 하면서 만났다. 대학3학년에 ROTC훈련을 받았다. 1주에 8시간 군사훈련을 받고 대학졸업 후에 소위로 임관하는 것이었다. 학군단 선배가 곽희진이라는 여자를 소개해주었다. 과학교육과 여자치고는 예뻤는데 ROTC를 바보티씨로 읽었다. 로터리클럽으로만 읽었어도 계속 사귀면서 ROTC나로티씨로 정정하겠는데 바보티씨는 정정 불가로 보여 헤어졌다.


네 번째 여자는 김포농협 직원이었다. 선우재석은 농협에서 돈을 찾거나 소를 판 돈을 넣을 때면 김미라 양에게 손주며느리라고 불렀다. 동네사람들이 선우도 해 어머니 전선옥에게 도해어머니라고 부르니 도해 얼굴 한 번도 못 본 애들까지 도해어머니로 호칭하고 선우재석과 선우선호가 있지만 동네 사람들이 도해네 집으로 불렀다. 더 심한 것은 도해할 때 海를 亥로 알아듣고 돼지네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


김미라 아버지 김근식은 선우재석보다 서너 살 아래지만 어려서 김포지역 한학의 대가이던 中山 李耕雨 先生 문하에서 공부한 서당의 동문이었다.

김포 노인정에서 장기나 바둑으로 선우재석과 우열을 가리는 존재였다. 승패는 반복되었고 노인들은 누가 이기더라도 공짜로 짜장 한 그릇 먹는 락으로 두 사람의 대국을 즐겼다.


선우도 해가 중위로 근무하는 7396부대로 관보가 도착했다. 요즘이야 병사들도 스마트폰으로 소식을 주고받는 시대라 관보가 사라졌지만 그 시절은 동네 리장 면장의 확인 하에 우체국에서 관보라는 것을 보냈다. 누구 결혼이다. 누가 돌아가셨다를 공증해 주는 전보를 관보라고 했다.


관보로 5일간의 휴가로 장기리에 오니 위독하다던 선우재석이 장기파출소 정류장에 나와 있었다.

아니 위독하다고 관보가 와서 휴가 왔는데 정류장에 나와 계시면 어떻게 합니까?

손자가 온다니까 나온 거다.

어디가 아프신데요?

손자가 보고 싶어 온 맘이 다 아프다. 그리고 내일 김포읍에 좀 다녀오자?

김포는 왜요?

가 보면 안다.


익일 선우재석과 선우도 해, 김근식 옹과 김미라 양이 터미널 옆 북변다방으로 들어갔다. 노인들이 손자 손녀를 인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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