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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13

by 함문평

버스 출발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중년부부가 차 한잔 하자고 했다.

예. 그러시죠? 선우 대위 초면에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아들이 화천부대 신병교육대 수료식으로 가는 길인데 선우 대위는 결혼했소?

아직 못했습니다.


대위면 나이도 있을 텐데 집안 어르신들 재촉 안하오?


왜요? 할아버지 위독 전보 쳐서 집에 가니 할아버지가 친구분 따님과 저를 결혼시키려고 했는데 아가씨 앞니 두 개가 깨져 제가 싫다고 했습니다.


대학시절 여자 네 명이 좋다고 연애하고 놀다가 채이기만 했어요.


그럼, 전화번호 적어줄 테니 02 832 52XX 중대장 자리 잡히면 연락 바랍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런저런 이 얘를 하고 중년 부부는 화천으로 선우도 해 대위는 간성으로 갔다.


1990년 1월 13일 고등군사반을 수료하고 1월 17일 중대장 취임을 했다.


다음날 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설국이 되었다. 부대일지에 기본일보만 적고 교육훈련란에 <제설작업> 네 글자를 큼직하게 적었다. 제설작업이 끝나자마자 연대전투단훈련, 대대전술훈련, 중대전술훈련을 하고 나니 4월 1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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