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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36

마지막 회

by 함문평


070-3145-77XX 모르는 전화가 왔다. 세상이 낯선 전화받고 연결된 링크를 누르기만 하면 보이스피싱인 세상이라 안 받았다.


문자가 왔다. 이거 보이스피싱 전화 아닙니다. 선우도해님이 피를 많이 흘려 수혈을 해야 합니다. 자필 서명은 병원에 오셔서 하고 음성 녹음으로 동의받고 수혈하려고 하니 선우도해 가족 선우영미, 선우영찬 두 분 중 아무나 빨리 전화 바랍니다. 벽제병원 응급실에서 장문의 문자가 왔다.


선우영미는 떨리는 손으로 그 번호 070으로 시작된 번호를 눌렀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벽제 병원입니다.

저기~ 문자보고 전화드리는 겁니다. 선우도해 딸 선우영미입니다.

본인 선우영미시 맞죠?

네.


지금부터 녹음녹취시작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말씀하세요.

911217입니다.

아버님 성함이 선우도해 맞습니까?

네.

아버님이 수혈이 필요한데 동의하십니까?

네.

감사합니다. 급해서 전화녹음 동의를 받은 것입니다. 빨리 병원에 오셔서 자필서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벽제병원 상담원 최미선 간호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 삼성동 회사에 반차를 내고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목적지 벽제병원을 누르니 요금이 커서인지 1분도 안되어 택시가 오고 있었다. 카카오 선결제 카드에서 요금이 선결제한다고 비밀번호 네 자리를 누르라고 떴다. 선우도해 군번 3727을 눌렀다. 택시는 도로가 안 막히는 곳으로 달려 벽제병원에 도착했다. 자필 서명을 했다.


서명을 마치고 중환자실 복도 의자에 아무렇게나 안자 눈을 감았다. 웬 남자가 말을 걸었다.

혹시 선우도해 형님 따님이신가요?

예. 제가 선우영미입니다.

이거 도해형님이 따님이나 아드님 만나면 전해주라고 한 겁니다.

이게 뭐예요?

저도 내용물 열어보지 않고 보관만 한 것입니다. 형님 말로는 자기 전재산인데 보험증서 한 장과 흑백사진이라고 했어요. 형은 20년 전에 장기기증을 했고 시신은 J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에 기증했다고 하더군요.


영미는 누런 서류봉투를 조심조심 열었다. 30년 전에 한국에서 영업을 하다가 철수한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는 PCA생명보험에 20년 납 20년 만기 된 보험증서였다. 보험증서 표지를 열자 사망 보험금 9억이라고 되었고 비고에 흑백사진 여자에게 수령금의 30%를 주기 바란 다고 썼고 서명이 들어있었다.


세상에 같이 사는 동안에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첫 가입하고 납부일이 1989년 12.12인 것으로 보아 총각 시절 중위에서 대위 진급하고 첫 봉급을 받을 때 가입한 것이었다.


서명을 하고 중환자실 복도에서 간절한 기도를 했지만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간, 신장, 위, 안구는 냉동보관된 특수 용기에 담겨 장기가 필요한 병원으로 이동했다.


시신은 J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로 이동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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