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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 계절. 11

중앙정보부 호보 42호

by 함문평

최종길 교수가 돌아가시고 25년 세월이 흘렀다.


김재규 의인이 유신독재자를 시해하고 민주화가 되는 듯하다가 12.12군사반란과 5.18의 피를 흘리고 정권까지 찬탈한 전두환을 정점으로 하는 5 공과 노태우의 6공이 지나가고 여소 야대 정치가 되었다.


과거사에 대한 진상파악을 다시 하는 세상이 되었다.


최 교수의 동생 최종선은 형님 죽음으로 정신없을 기간에 아주 담대한 일을 저지른다.


김영삼 대통령이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가기 앞서 최종선이 먼저 호랑이 굴로 들어갔다.


1973년 11월 28일 자신이 근무한 중앙정보부 감찰실 게시판에 <중앙정보부 회보 42호>가 게시된 것을 보았다.


그 내용은 형 최종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직원에 대한 징계 공지였다.


솜 방망이 처벌이지만 세월이 지나면 오리발 내미는 것을 원천차단할 증거라고 생각하고 게시물을 뜯었다.


1. 처벌

5국 3급을 차철권 직무태만 견책

5국 4급갑 김상원 직무태만 감봉


2. 비위 내용


상기 명 직원은 간첩용의자 최 모에 대한 수사의 주무 수사관 및 보조수사관으로 용의자 신변관리 소홀하였기에 상기와 같이 징계함.


이 회보를 뜯은 최종선은 형수 백 여사에게 전달했다. 형님 억울함을 세월이 지나 밝힐 수 있는 민주시대가 오면 세상에 밝히게 목숨 걸고 숨기라고 했다.


백여사는 일 불 속 솜 사이에 넣고 재주껏 회보에 실과 바늘이 통과 안 하고 이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바느질을 하고 회보 사각 모서리는 본인만 아는 실로 표시를 했고 솜을 틀 때면 백 여사 손수 이불을 뜯어 솜을 틀고 다시 같은 방법으로 회보를 숨겨 15년이 지난 후 1988년 검찰 진상조사 시 김상수 검사에게 원본을 증거로 제출했다.


중앙정보부는 가짜 또는 조작이라고 변명거리를 원천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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