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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뎐.1

by 함문평

할아버지는 제갈재석이다. 할아버지는 1995년 12월 14일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 돌아가신 날을 어떻게 기억하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날이 아들이 태어나서 아들의 생일이 할아버지 기일이라 잊을 수가 없다.


할아버지는 1910년 8월 29일에 태어났다.


이놈의 인생은 경술국치일에 태어나서 친일파 놈들 내손으로 한놈 때려죽이지 못하고 안두희 그놈이 김구 선생을 저격할 때 막지 멋한 것이 천추의 한이라고 하였다.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할머니 송 씨도 아버지나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큰고모, 작은 고모까지 그냥 젊은 시절 만주에 다녀오신 것만 알지 모른다.


할아버지는 장손인 나에게 이 할아비가 죽거든 30년 후에 <할아버지 뎐>을 써달라고 하셨다.


할아버지 전기면 <할아버지 전>이지 <뎐>이 뭐냐고 물었더니 할아버지는 고향이 함경도 북청이라고 하시면서 <뎐>으로 꼭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니 맞춤법 무시하고 <할아버지 뎐>으로 한다.


소설에 기본이 첫머리에 복선을 깔아야 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손자가 창작을 했다면 복선을 만들겠는데, 할아버지 구술했던 내용을 30년 후에 쓰는 것이다.


복선이 없으면 무슨 재미냐고 하겠지만 재미없다면 내손에 장을 지진다.


세상이 하도 근본도 없는 놈들이 총으로 쿠데타나 일으키고 거들먹거리고 통치자라고 우쭐하다 보니 나라가 중국에서 임시정부 요인들이 꿈꾸던 도덕이 서있는 문화국가가 안 되고 천박한 국가가 되었다고 한탄하고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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