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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May 22. 2024

유년시절의 추억. 8

두 발로 타는 것

지금이야 온천지 오토바이 배달이 일상이지만 1970년대 오토바이 있는 집은 엄청 부자였다. 자전거도 있는 집 애들이나 탔다.


할아버지 재산이 소 99마리라서 자전거 하나쯤은 사줄 형편이라 할아버지 저 자전거 하나 사주시면 안 되나요? 조심스레 물었다.


할아버지는 며칠 전 장ㅇㅇ리장 아들 오토바이로 사망한 거 보고도 자전거 타고 싶으냐? 하셨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는 다르죠?

야 오토바이도 자전거도 두발이야, 장손은 두 발로 된 거는 절대 타지마. 할아비가 산을 팔아서라도 차를 사출테니 절대 두발은 타지마라고 하셨다.


세월이 흘러 육군 소위가 되어 ㅇㅇ사단에 갔다. 사단장 신고 대기 위해 연병장에 군번순 병과별로 대기하고 있었다.

웬 소령이 오더니 강원도 손들엇? 했다.

손을 든 장교 군번과 이름을 적어갔다. 정말 손든 인원 중 5명이 같은 연대로 갔다. 그 연대는 전년도 사단 스케이트 대회 꼴찌를 해서 연대장이 차마 스케이트 잘 타는 소위 데려와라고 말할 수 없어, 강원도 출신 데려오라고 했다.


춘천, 화천, 양구, 묵호 출신은 다 스케이트 잘 타는데 횡성출신만 못한다고 했다. 연대장 신고 후 물어보면 무조건 잘 탄다고 대답하라고 해서 그렇게 대답했다.

인사과장 소령은 빈 휴가용지 한 묶음을 주면서 자대가 거든 토, 일에 일직사관만 아니면 무조건 서울 동대문스케이트장에 가서 연습하라고 했다.


연습은 헛되지 않았다. 중소 위 단거리, 중소 위 4명 계주, 중소 위 1,000미터, 이병부터 소령까지 계급별 계주 우승을 했다.


전년도 동계체육대회 꼴찌 연대가 종합우승 연대가 되었다. 연대장님이 함 소위 앞으로 나와해서 나갔다. 우승 트로피에 막걸리 부어 마시라고 했다. 마시고 나도 똑같은 막걸리를 우승컵에 부어 연대장에게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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