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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May 23. 2024

유년시절의 추억. 10

중학시절 은사님

정말 소설 한 편 당선하기 힘들다는 소리를 58세 국어선생님께 들었을 때는 선생님 바보 아니야? 했다.


선생님은 이제 환갑도 다가오고 더 이상 도전할 의욕도 없으니 너희들 중에 시인이나 소설가가 나오면 첫 작품집을 내 무덤에 올려다오 하섰다.


모르는 사람들은 네가 몇 살인데 그렇게 나이 드신 분이 선생이라고? 놀란다.


졸업한 중학교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하교였고, 이 학교를 졸업한 분이 다시 선생님으로 오셨기에 젊은 선생님은 우리에게 교실에서 여러분과 수업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교무실에 가면 선생님의 선생님 또 그 선생님의 선생님이 교장선생님이었다.


선생님 중에는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해방정국에 초대 서울대총장과 싸워 교수가 못되어 우리 학교 교사를 하신 분, 월북 무용가 최승희와 최 현 일가인 선생님도 계셨다.


국어선생님은 6.25 전쟁에 지금은 부사관으로 부르는 하사관 출신이었다. 6.25 전쟁이 끝나고 늦은 나이에 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국어교사가 되었다. 내가 중3일 때 그분은 2년 후면 환갑이라고 강조했다.


  요새 환갑이라면 젊은 놈이 까분다고 하지만 그 시절은 환갑이면 정말 나이 많은 축에 들었다. 오죽하면 장손이라는 이유로 할아버지 회갑에 술 한잔 올려야 한다고 미리 결석계를 제출하고 결석했다.


  그 일일 결석이 초등 6년 중고 6년 12년 출석일수기 통계에 잡히는 기간 유일한 결석이고 지각 조퇴 한번 없었다.


6.25 참전유공 자기에 돌아가시면 무조건 현충원에 안장될 것이니 선생님 산소를 몰라 책을 못 올렸다 소리하지 마라 하셨다.


곧 현충일이 다가온다.


작년에 책을 올렸으니 이번에는 선생님 좋아하시는 육포를 막걸리와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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