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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May 28. 2024

단편소설

누구는 너만 못해서

  민주전자 관리소장으로 나중환다.  경비반장과 김홍기, 허남태가 근무를 했다. 반장은 매일 07:00에 출근을 해서 오후 6시 퇴근하고 야간을 홍기와  남태가 홀수일 짝수일 야간을 했다. 경비반장이 퇴직하고 나중환소장으로 오면서 근무형태가 바뀌었다.

   경비 2명이 24시간 맞교대 근무가 된 것이다. 관리소장이라는 직책으로 경비와 청소하는 아주머니 2 명에 전기기사까지 인원, 시설관리를 총괄했다.


  홍기가 퇴사하고 빈자리에 한광훈이 신입으로 채용되었다. 20년이나 군대생활을 했다.  사회에 나오니 걸리는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력서를 내다 지쳐서 건설일용직에 나섰다.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지상 1층에서 지하 3층으로 3 명이 동시에 떨어졌다. 현장에서 아무리 안전제일 외쳐도 보행통로 발판을 해체했으면 복구를 똑바로 해야지 반생이로 묶는 것을 한쪽만 묶어서 밟으니 발판이 뒤집어지면서 떨어졌다.

  목수 김 씨는 철근 삐쭉 나온 것에 안전벨트가 걸려 119에 구조되었고, 박 씨는 현장에서 즉사했으며, 그가 떨어진 곳에 보온재가 있어서 대퇴부 골절만 되고 목숨을 건졌다. 건설현장으로 복귀하려 해도 왼쪽 다리를 저는 것이 표시가 나서 취업지원센터에서 신입경비 교육을 받았다. 12만 9천 원의 교육비를 납부했다. 교육을 마치고 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군인이나 경찰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교육 없이 경비를 할 수 있는데, 이미 수강료를 냈기에 교육을 받았다.


  뻔한 내용이지만 강사 앞에서는 아는 척하지 않고 들었다. 아는 체하는 사람에게 자비가 없다는 것이 군대나 사회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았다. 경비는 인사를 잘해야 살아남는다고 했다. 부녀회장에게 인사를 안 해서 해고된 경우도 있다. 단지의 전직 임원을 몰라보고 인사는커녕 문전박대했다가 해고된 경우도 있다. 교육을 마치는 날 수료증이 수여되었다. 표지가 금박으로 되어 폼났다.

  수료증을 받자 경비도 전문직으로 여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취업지원센터의 박은경 팀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한상훈 선생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경비 한 명 뽑는데 지원하시겠어요? 한 선생 사는 시흥사거리에서 가까운 가산동입니다.”

  “예, 지원하겠습니다.”

  “그럼, 개미통상에는 이력서를 보낼 테니 전화 오면 본인이 이력서 보냈다고 대답하고 면접 일정 잡아 달라고 하세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면접은 걱정 마세요. 경비 직무 교육에서 받은 내용 물어볼 것이고 압박 질문도 여기서 연습한 범위 내에서 나올 겁니다.”

  “예, 감사합니다. 선생님!”

  ‘민주전자’ 경비 1명을 뽑는데 지원자가 8 명이나 되었다. 나이는 54세에서 62세 사이였다. 전직이 다양했다.

은퇴한 은행지점장도 1 명 있었고, 예비역 중령이 둘, 예비역 소령이 3, 두 마리 치킨 집을 운영하다 창업주의 악행이 뉴스에 나간 후에 주문이 떨어지자 사업을 접고 온 사람이 2명이었다. 1차 면접은 8 명을 집단 토론식으로 토론하고 토론 과정을 녹화하여 임원들과 경영지원팀의 인사 담당자가 점수를 매겼다. 2 차 면접은 개별 면접인데 집단 토론을 하고 돌아가면 3 명을 통보한다고 했다. 

2 차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최종 후보 3 명 중에 포함되어 기뻤다. 취업지원센터의 박은경 팀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팀장님 한상훈인데요.

  어제 면접에서 통과되어  3명 중 한 명 뽑는 개별 면접이  금요일 10 시인데, 대처 방안  예상질문 답변을 보내주세요-


문자와 첨부 파일로 그동안 취업지원센터에서 면접 봤던 사례 중에서 전자회사의 면접 자료만 정리해 보내왔다. 파일을 출력 후 면접 연습을 했다. 10시까지 오라고 했지만 40 분이나 이르게 도착했다.


  면접은 경영지원팀 최세헌 부장이 하였다. 최 부장은 창업주 최재석 회장의 차남이었다. 장남은 경영보다는 대학교수를 하고 싶다고 해서 미국에 유학 보내 박사 학위 과정을 이수중이라고 했다. 최 부장이 질문을 했다.


  “한상훈 씨, 나이가 어떻게 되죠?”

  “예. 우리 나이로 56 세 만 나이로 55세입니다.”

  “55세면 아직 정정한 나이인데 급여가 적은 경비를 하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예, 건설 현장에서 일당 20 만원 해체 공을 하다가 한 달 월급 130 만원 경비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지만 다리가 불편해서 건설일을 다시 할 수는 없고 경비는 할 수 있어 지원했습니다.”

  “이력서를 보니 20 년 이상 장교로 복무했던데, 연금도 나오지 않나요?”

  “예, 정상적으로 연금관리를 했으면 매월 250 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전역할 무렵 퇴직금 담보 대출을 받았다가 변제를 못해 연금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참 안 되었군요.”

  “뭐, 관운이 여기 까지는구나 생각합니다.”

  “경비는 24시간 근무 24시간 휴무 2교대인데, 3개월 정도 지난 후에 인접 회사에 3교대 근무 자리가 있다고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글쎄요 고민되는 질문이네요. 좋기야 2교대 보다 3교대가 좋지요. 취직한 지 1 년도 안 되어 메뚜기처럼 뛰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할 거 같습니다. 그만두더라도 1년 이상은 근무한 후에 그만두겠습니다.”

  “그럼 1 년 근무를 하였는데 바로 옆에 있는 가산전자에서 경비 월급을 150만 원 준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 20만 원이면 큰돈인데, 갈등 생기네요.”

  “이건 합격 불합격과는 관계없는 질문이니 솔직한 한 씨의 솔직한 대답을 해보세요.”

  “예, 돈 20 만원에 경비에서 경비로 이직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돌아가세요. 합격자는 경영지원팀의 노소영 대리가 전화로 알려드릴 것이고 혹시 안 되어도 다른 회사서 근무하시면 좋은 경비라는 소리 들을 것입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계십시오. 돌아가겠습니다.”

  이틀 후 문자가 왔다.


  - 한상훈 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민주전자 노소영 대리 드림-


문자를 확인하는데 전화가 왔다.

  “예, 한상훈입니다.”

  “문자 보셨지요? 민주전자의 노소영 대리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다음 주 월요일 오전 8 시 가지 민주전자 경영지원팀으로 오세요.”

  “예, 준비물은요?”

  “주민등록 등본 1 통, 명함판 사진 한 장 준비해 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경비직과 청소원, 시설물 관리와 전기를 담당하는 관리소장과 전기기사는 개미통산 주식회사라는 인력 파견 업체에서 민주전자로 파견 보냈다. 근로계약서는 민주전자의  대리가 쓰는 것이 아니라 개미통상의 최기철 대리가 작성했다. 경영지원팀에서 사원 출입증을 발급받고 근로계약서 작성을 마치고  대리와 최 대리가  관리소장에게 소개했다.

  “관리소장님, 신입 한상훈 씨입니다.”

  “반갑소, 관리소장 노중환이요. 환영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는 경비로 7 년 동안 근무하신 허남태 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입 한상훈입니다.”

나이로 따지면 허남태 경비가 65 세 이고 관리소장이 63 세라서 나이가 위지만 허 경비는 관리소장에게 꼭 ‘소장님’이라고 호칭했다.

  “허 씨?”

  “예, 소장님!”

  “신입교육을 시켜야 하니까 한 주 동안은 내가 시키고 다음 주는 허 씨가 시켜요?”

  “예, 알겠습니다. 소장님!”

  관리소장은 접견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직무교육이라고 교재가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현장 체험 교육이 이루어졌다.

  “한 씨는 경비 근무 해봤어요?”

  “아닙니다. 군대서 병사들 보초 서는 것 순찰만 돌아봤습니다.”

  “군대서 조는 병사 영창 많이 보냈죠?”

  “뭐 근무 간 잠시 존다고 영창까지야 보냈겠습니까? 영내서 군기교육대로 끝내지요.”

  “여기 경비는 절대로 졸면 안 됩니다.”

  “예. 알겠어요.”

  “이력서 보니까 소령 출신이던데 뭐 육사는 아닐 것이고 3 사?”

  “육사도 3사도 아닌 학군입니다.”

  “아하 그러시면 원칙도 알고 융통성도 있겠네?”

  소장은 경비에 대한 이야기는 간단히 마치고 과거 경력과 개인사에 대한 사연을 꼬치꼬치 물었다. 피곤하지만 생존을 위해 적당히 답변을 했다. 평수로 치면 800 평도 안 되는 건물을 경비하는 것이 뭐 2 주 동안의 교육이 필요하겠나 생각이 들었지만 꾹 참고 받아들였다.

  교육을 받으면서 궁금한 점 한 가지는 허 경비는 7 년 동안 근무했는데 다른 한 명의 경비는 왜 11 명 인원이 그만두었고, 12 번째 그가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상훈이 허 경비에게 물었다.

  “허 경비님 7 년 동안 근무 하는 동안 11 명의 경비가 떠난 것이 사실입니까?”

  “사실이니 한 씨가 여기 신입 12번째 채용된 거 아니오?”

  “떠난 11 명이 왜 떠났습니까?”

  “공동묘지 가서 왜 죽었냐? 물어보면 이유 없는 무덤 있나?”

  “하긴 11 명 모두 사연은 다르지만 이유는 있겠네요?”

  “공동묘지 죽은 사람 이유나 여기 경비하다 그만둔 사람 이유나 다 이유는 있어요.”

  “주로 많은 이유가 뭐예요?”

  “일단 졸다가 임원들 나갈 때 인사 안 한 경우가 제일 많고, 3 교대 근무 간다고 가거나 경비 월급 더 준다고 그곳으로 떠난 경우가 많아 요.”

  “아하, 그래서 면접에 경영지원 팀장 최 부장이 3교대 근무 일자리 생기면 어떻게 하겠는가? 20 만원 더 준다는 회사서 오라면 갈 거냐? 질문을 했구나?”

  “경비는 오래 해야 구석구석 다 아는데, 좀 알만 하면 3 교대로 가고, 돈 더 준다고 가니 경영지원 팀장은 머리 아프지 그렇다고 이 작은 회사서 경비 월급을 최 부장 맘대로 큰 회사처럼 줄 수도 없고.”

  교대 시간은 6 시 30 분이 기준이었다. 관리소장은 6 시에 교대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허 씨가 신림동 고시원에 사는데 여기 오는 시내버스가 첫차를 타고  와도 민주전자 앞에 하차하는 시간이 6 시 10 분이다. 걸어서 회사에 끌어오면 6시 20분이 되었다.

  6 시 교대 하면 허 경비는 회사를 떠난다고 하여 6 시 30 분 교대시간은 결정이 되었다.

  회사 직원들 출근 시간에 경비는 건물 A 동 중앙현관과 경비실 중간 지점에서 고개를 45 도 숙여 인사를 했다. 아침 07:30부터 08:30까지 한 시간 동안 300여 명의 직원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창문에서 정면을 보면 20 층의 맥슨전자 건물이 보이고 11 시 방향을 보면 애플타워 20 층 건물이 보인다. 경비실 출입문을 열고 나오면 우측에 20 층의 ‘서울 비전헬스 타운’이라는 거대한 오피스텔이 보인다. 도로에서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수령 40 년 된 소나무다.  창업자인 최 회장이 강릉시 사천면 병산리라는 곳에서 회사가 독립 건물로 사옥을 이사하던 1989 년 식목일에 옮겨 심었다. 병산에서 10 년 자란 나무였다. 올해 수령 45되었다. 소나무 옆에는 개집이 2 개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후 선물로 받아 유명한 풍산개  한 쌍이 있다. 강아지 때는 회장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웠는데 크게 되자 아파트 주민들이 소음과 위험하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회사에서 키우게 하고 회장은 개가 보고 싶으면 예고 없이 회사에 온다.

  경비가 경비에 전념해야지 개밥 주는 일이 경비냐 소리가 목젖까지 왔으나 발설은 못했다. 그렇다고 개밥 수당이 붙는 것도 아니었다. 전임자 김홍기와 허남태 경비가 교대로 개밥을 주었다. 풍산개는 최 회장 다음으로 소장을 좋아했다.

  홍기는 풍산개가 오던 날 관리소장에게 개밥이나 주는 것이 경비냐고 개밥을 주려면 관리소장이 주라고 했다. 관리소장이 최 부장에게 보고하고 해고되었다. 관리소장은 상훈에게 개밥을 잘 주고 개가 짖지 않고 꼬리를 쳐야 경비에 최종 합격된다고 일러주었다.

  사건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날씨가 쌀쌀한 2월 어느 날의 일이다. 최 회장이 관리소장에게 아파트에 있는 풍산개 2 마리와 개 집 2 개를 회사 내 소나무 좌우측에 이동하라고 했다. 관리소장이 개 두 마리를 소나무에 개줄 10 미터 되는 것이 없어 5 미터짜리 두 개를 연결해 만들었다. 경비실에 최 회장 아파트에서 가져온 사료자루를 두었다. 최 회장이 개를 보고 싶어 저녁에 산책 나온 시간에 관리소장이 회장에게 회사에 사원 식당이 있으니 사료보다는 밥을 주는 것이 개의 건강에 좋을 거라고 말하는 바람에 경영지원팀의 대리가 3개월분 사료 주문한 것을 취소시켰다.

 식사 후에 식당에서 아주머니가 개밥 2 마리 분의 잔반을 잔반수거함 옆에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놓으면 경비 교대근무 때 전임자가 개밥을 주었다. 관리소장이 직원식당에서 잔반을 가져다주려 는 개밥을 주라는 것을 허 경비는 ‘예’ 하고 대답을 했으나 김홍기는 이의를 제기했다.

  “소장님, 우리가 경비지 개밥이나 주는 사람입니까?”

  “그게 뭔 소리여?”

  “최 회장님이 관리소장님을 신임하고 소장님이 회장님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적 친분이지 경비업무와는 아무 관련 없어요.

경비의 고유 업무가 엄연히 있는데 개밥을 주려면 소장이 줘야지 왜 경비에게 시켜요?”

  “이 사람이?”

  “이 사람이라니?”

  “아니, 개밥 주는 것이 뭐 시간이 몇 시간 걸리는 거야? 아님 개밥이 몇 톤 되는 거야?

무거운 것도 아니고 시간도 얼마 안 걸리는 건데 경비 서면서 운동 삼아 식당 앞에 가서 식당 아줌마가 남겨놓은 잔반을 개 밥그릇에 나눠 주면 되는데 왜 못한다는 거야?”

  “그 개밥 주러 경비실 비운 동안 정전 되거나 불이 나면?”

  “불나면 관리소장이 책임진다.”

  “정전되면?”

  “그야 일단 전원 차단기 내려진 거 다시 올려 보고 그래도 안 되면 한전 남부지사에 신고해야지?”

  “그게 말이 안 된다는 말이오. 경비는 항상 전방 감시를 해야 한다고 12 만 9 천 원 내고 배우는 경비교육 교재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인데,

경비 시간에 개밥도 주고 경비도 하라는 지시는 잘 못된 거 아니오?”

  “그럼 김 씨는 어떻게 하자는 말이오?”

  “일단 개밥은 소장이 있을 때는 소장이 개밥을 주고 없을 때만 경비가 개밥을 준다거나 식당에서 경비실까지 운반은 경비가 하고 개에게 주는 것은 소장이 한다고 합시다.”

  “소장이 뭐야 소장님! 해야지?”

  “예, 소장님, 소장님 우리 소장님!”

  미군부대가 평택으로 이전했는데 용산 시절 정문 이외의 12 개 장소에 외부로 나가는 통문이 있었다. 여기를 순찰하는 사람은 미군이 아닌 한국인 고용인들이었다. 이들은 복장은 미군 얼룩무늬 복장이지만 계급장이 없었다.

  내동댕이쳐도 끄떡없는 PATROL-365라는 무거운 순찰시계를 들고 12 개의 지점에 매달은 열쇠를 순찰시계 밑구멍으로 넣고 돌리면 그 안에 몇 시 몇 분에 몇 번째 통문을 순찰을 도는지 알 수 있게 점이 찍혔다.

  경비소대장은 그 종이를 아침에 꺼내 옆으로 비스듬히 보면서 순찰을 제시간에 도는지, 빼먹은 것은 없는지 확인해서 경비 일지 뒷면에 점이 찍힌 종이를 무식한 PATROL-365에서 꺼내 붙였다.

그 일지를 경비중대장이 결재를 했다. 부속품 구하기도 힘든 그 순찰시계를 민주전자에서 보게 되고 그걸 들고 순찰을 돌아야 한다 생각하니 묘한 단상이 떠올랐다.  

  연합사 경비중대장 시절의 순찰시계를 들고 늦었는지 부지런히 다음 지점을 향해 경보 선수처럼 뛰다시피 가던 한국인 고용인이 있었다. 자신이 꼭 미군부대 고용인으로 보였다.

  경비실 안에 있는 52 인치 모니터에는 36 개의 C. C. T. V. 에서 보내온 영상이 36 개의 격자에 나누어 비추고 있었다. A, B, C 3 개의 동에 모두 경비회사의 감시카메라가 36개나 설치되었다.

 심지어 A 동에 설치된 카메라가 경비실을 정면으로 비추기 때문에 경비가 조는 지는 녹화 테이프만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도 경비는 밤 11 시와 새벽 4 시에 순찰을 돌 때는 PATROL-365라는 순찰시계를 들고 6 개소의 열쇠를 매달아 놓은 곳에 가서 순찰했다는 표시로 열쇠를 시계 밑구멍에 넣고 돌렸다. 1번 순찰 키는 A 동 지하 1 층의 소방펌프 옆에 있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열쇠는 벌겋게 녹이 슬었다. 2번 역시 A 동의 3 층 별 민주 전자 연구소에 있었고 3 번은 A 동의 옥상에 있었다. 4 번은 C 동 3 층 보일러실에 있었다. 5 번은 식당의 주방 옆에 있는 배수펌프 수중 모터 위에 달려 있었다. 마지막 6번 키는 B 동의 2 층 벌꿀연구소에 있었다.

  똑같은 순찰시계를 가지고 순찰을 도는데 아침에 관리소장이 순찰 결과를 확인하는 종이를 꺼내면 7년 차 경비 허 씨의 기록 용지는 선명하게 11 시부터 12 시 중간에 6 개의 점이 찍히고 신입 경비의 종이에는 시간도 맞지 않고 점도 점인지 의심 갈 정도로 희미했다.

  관리소장이 상훈을 보고 말했다.

  “이봐, 한 씨?”

  “예. 소장님?”

  “한 씨 경비 한지 얼마나 되었지?”

  “오늘이 딱 한 달 되는 날입니다.”

  “그래 한 달이라 해봐야 15번 근무 선 거야.”

  “예, 그렇습니다.”

  “이거 봐 이건 당신 순찰 돈 타이머 기록지고 저건 한 씨 타이머 기록이야 뭐가 달라?”

  “예, 허 씨 것은 선명한 점이 있고 제 것은 희미합니다.”

  “또 다른 거 없어?”

  “글쎄요?”

  “봐봐 허 씨 순찰 결과는 항상 11 시에서 12 시 사이와 새벽 4 시와 5 시 사이 일정한데, 한 씨 찍은 것은 10 시 50 분에서 11 시 30 분 4 시 30 분에서 5 시 20 분 사이 시간도 제멋대로야. 이래서는 수습경비에서 정식 경비되기 어려워.”

  “그리고 허 씨가 그러는데 허 씨는 경비 마치고 퇴근할 때 샤워하고 퇴근하는데 한 씨는 샤워도 안 하고 그냥 퇴근한다고 하는데, 뭐 집에 급히 갈 일 있어?”

  “뭐 특별한 건 없지만 24 시간 근무 후에는 잠이나 빨리 잠자러 가는 겁니다.”

  “그래, 퇴근 빨리 하지 말고 허 씨에게 순찰시계 점찍는 노하우를 배우란 말이야.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어.”

  “예, 알겠습니다.”

  “신입 한두 달은 정신없이 어떻게 흘러가나 모르게 지났어. 그만큼 나도 실수도 많았고 여기 전에 근무하던 사람을 이해 못 했던 거야.”

  “그런데 말입니다. 경비회사의 보안 시스템을 설치하고도 그걸 이용 안 하고 무식한 순찰시계를 꼭 사용해야 합니까?”

  “그럼, 이거 있어야 경비가 똑바로 순찰 도는지 알 수 있지 없으면 증거가 없어요.”

  “그거 일제 잔재 아닙니까? 조선 놈과 팽이는 채찍을 가해야 똑바로 한다고 조선인의 국민성을 타의에 의해 통제받아야 한다고 주입시킨 친일잔재?”

  “아니야, 이 순찰시계 있었으니 7 년 동안 허 씨 경비원이 주어진 코스를 똑바로 순찰 돈 거고 중간 그만둔 경비들은 다 끝까지 순찰을 돌지 않고 건너뛰거나 근무 간 졸다가 지적받아서 그만둔 사람들이야.”

  “아니 건물에 보안경비 업체서 외부 침입 감지되면 경보음 울리고 경비회사 출동 대기 직원이 출동하는 세상에 이런 순찰시계 쓰는 것도 이해 안 되고 왜 보안시스템 기능을 이용 못하는지 모르겠군요.”

  “보안회사 직원 출동은 출동이고 경비는 순찰시계가 제일 좋아.”

  “예, 알겠습니다.”

  그날 순찰을 돌면서 순찰시계 PATROL-365를 1번 열쇠가 있는 지하 1 층의 소방펌프 앞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똑딱똑딱 잘만 갔다.

  다시 한번 벽에 집어던졌다. 그래도 시계는 갔다. 며칠이 지났다. 시계가 서서히 늦어졌다. 모른 척하고 지냈다. 7년 차 경비 허 씨도 시계에 대한 아무런 말을 안 했다. 1 주일이 지난 후에 시계가 25 분 정도 늦어지자 상훈은 관리소장에게 말했다.

  “소장님, 시계가 경비실 벽시계와 순찰시계가 20 분 정도 차이가 납니다.”

  “어디?”

  “여기 보십시오. 지금 벽시계는 10 시 30 분인데 순찰시계는 10 시 5 분입니다.”

  관리소장은 책상 서랍에서 드라이버세트를 꺼냈다. 아주 작은 일자 드라이버와 십자드라이버로 순찰시계를 분해했다. 부속품은 벌겋게 녹이 슬어 있었고 나사가 풀린 것도 있었다.

  “야, 오래되긴 오래되었네. 나사도 풀리고. 녹도 쓸어 부속품을 구할 수 있나 모르겠는데.”

관리소장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민주전자인데요. 세운상가 세운시계지요?”

  “예. 그렇습니다.”

  “순찰시계 PATROL-365 부속품 있나요?”

  “그거 생산 중단 된 게 언제 적 일인데 지금 그런 부속을 찾아요?

지금은 디지털로 가볍고 성능 좋은 것이 얼마나 많은데 왜 그 무거운 시계를 써요?”

  “예. 알겠습니다.”

  몇 군데 전화를 해도 대답은 다 그런 부속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를 불렀다.

  “한 씨?”

  “예?”

  “한 씨 순찰 돌다가 순찰시계 어디 부딪치거나 넘어진 적 없어?”

  “아이 참 소장님도 다리가 불편해도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 한 씨 믿지. 소령이면 엄청 높은 계급이고 우린 소령 보기도 힘이 들었어.”

  없는 부속은 그대로 두고 풀어진 나사만 찾아서 재결합하고 나니 순찰시계는 돌아갔다. 다음 날 근무가 시작되자 관리소장은 허 씨에게 지시했다.

  “허 씨, 이거 순찰시계 어제 한 씨가 20 분 늦은 거 발견해서 분해해서 풀린 나사 다시 조립했는데 부속 몇 개는 아주 망가지고 부속 생산중단 되어 구할 수 없으니 순찰 출발 전에 경비실의 벽시계와 몇 분 차이 나는지 확인하고 마치면 또 얼마나 차이 나는지 확인해요.”

  “예, 알겠습니다.”

  허 경비가 근무를 하고 다음 날 다시 근무를 섰다. 관리소장이 불렀다.

  “한 씨?”

  “예. 관리소장님!”

  “다른 사람이 있으면 관리소장이라고 부르고 둘이는 그냥 소장님으로 부르는 거야.”

  “예, 소장님!”

  “아침에 경영지원팀 최 부장 우유하고 김밥 가져갔나?”

  “예, 최 부장님 우유 한 개 김밥 한 줄 가져갔습니다.”

  “이봐, 한 씨는 대학까지 했다는 사람이 말이 왜 그래?”

  “제가 뭘?”

  “최 부장이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잖아 낮은 사람 이야기할 때는 최 부장에 ‘님’ 자를 붙이는 것이 아니고 그냥 최 부장이 김밥, 우유 가져갔다고 하는 거야.”

  “예, 알겠습니다.”

  여기 민주전자는 아침 08:00 이전에 출근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월, 수, 금요일은 김밥 한 줄에 우유나 주스 중에서 하나를 먹도록 했다. 화, 목요일은 컵라면과 우유나 주스 중에서 하나 먹도록 경비가 커피포트에 물을 따뜻하게 준비했다.

  한 씨가 첫 근무에 월요일 근무에 화요일 먹을 컵라면 물을 준비하다 물이 커피포트에 넘쳐서 마포걸레로 물을 닦느라 한 30 분은 고생했다. 상훈은 관리소장의 어법이 이해가 안 갔으나 문제를 따지면 말만 많아질 것 같아서 그냥 소장이 시키는 대로 경영지원 팀장 최 부장 보다 관리소장을 더 높은 사람으로 호칭했다.

  관리소장 말대로 최 부장 보다 관리소장이 직위가 높으면 경비일지 결재란에 경영지원팀 최 부장 보다 관리소장이 뒤에 결재를 해야 하는데 결재란은 담당자, 대리, 과장, 부장, 사장까지 되어 있으나 부장 전결처리 되었다. 소장은 담당자 칸에 결재를 했다.

이보다 더 한심한 것은 방문자 출입일지 좌측 상단에 근무자(정) 나중환, 근무자(부) 한상훈이라고 쓰게 되었다.

  군대시절 그 많은 공문 처리하고 각종일지를 결재했지만 근무자 (정)이 만든 일지를 결재란 담당자 칸에 서명하는 일은 본 적이 없었다.

  전임자 김홍기가 왜 그만두었을까?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사유로 경비를 그만두어 나를 이 자리에 오게 만들어 피곤하게 만들었을까? 허 경비에게 물었다.

  “허 경비님?

  “왜?”

  “저 그만둔 김 경비 전화번호 알고 있어요?”

  “저장되어 있지, 왜?”

  “알려주세요.”

  “왜?”

  “왜 군대서 둘이 경비서면 선임 병은 사수이고 후임 병은 부사수라고 하지요?”

  “여기가 군대야?”

  “관리소장 시키는 거 보면 군대보다 더해요.”

  “ 김홍기에게 경비 비법 전수받으 ?”

  “비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비 전임자 후임자 인수인계도 없이 떠났는데 만나서 소주 한잔은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 한 씨 왔다고 환영을 하면 다른 사람이 경비를 2 시간 정도 대체해 주고 나랑 같이 회식을 해야지 이거 난 경비 서고 청소 아줌마, 전기기사 소장이 한 씨 신입경비 환영회를 한다는 게 이상하지?”

  “그러게 말입니다. 예전 경비반장은 그래도 신입경비 오면 신입경비와 선임경비 한잔하라고 반장이 경비 하룻밤 서줬거든......”

  “당연히 그런 맛이 있어야 경비 오래 근무하지 이건 경비 마치는 날까지 형님과 소주 한잔 못하겠어요?”

  “기대 마라.”

  “그러니 김홍기 경비 전화번호나 알려줘요.”

  “음, 저장해 010-3727-XXXX이야.”

  “예, 감사합니다.”

  다음날 근무를 마치고 07:00에 퇴근하면서 김홍기에게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초면에 놀라지 마시고요,

  저는 김홍기 씨가 퇴직하신 후 입사한 신입 한 상훈입니다. 오전에는 일단 자고 점심시간에 전화를 드릴 테니 무시하지 마시고 받아주세요-

  다른 날은 집에 오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문자를 보내고 경비 사수 김홍기 씨를 만날 일이 가슴 두근거려 잠이 오지 않았다.

  30 년 전의 소위 시절 소대장 사수 2 기수 선배인 원강희 중위 모습이 떠올랐다.  

6 월 어느 날 원 중위는 체육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6월 30 일이 전역이라 전역을 앞두고 취업 활동 나간다고 나가서 소대원들에게 후임 소대장이 R. O. T. C. 후배가 오면 나와 보고 다른 출신이 소대장 후임이 되면 대대장 전역신고만 하고 떠난다고 했다.  

  “야, 24기 소대장?”

  “잘 왔다.”

  “우리 소대는 별명이 서너 개 된다.”

  “훈련할 때는 구월산 유격대!”

  “축구할 때는 화랑 국가대표 화랑 팀”

  “구호는 천하무적 1 소대”

  “파이팅! 파이팅!”

  “소대장 인수인계 끝!”

  “나가서 술이나 먹자?”

  그렇게 원 중위는 상훈을 김포의 잘 나가는 유흥주점 ‘금마차’로 데리고 갔다.

  김포 독립중대의 선임병이던 정규택 병장과 공병호 하사, 서광원 하사,  장희송 하사 말에 의하면 정말 그랬다.  중대 체육대회 축구를 하면 항상 1 소대가 우승을 했고 배구를 해도 안재식 상병이 청소년 대표 경기도 배구 대표 선수 경력자라 몇 점을 접어주고도 우승했다고 한다. 사격이면 사격 구보면 구보 태권도 유단자 보유율 등등 군대서 전투력 측정하는 모든 분야를 2,3, 화기소대가 1 소대를 따라올 수 없게 원 중위가 만들고 떠났다. 원 중위 자신이 운동을 좋아하고 키가 179의 훤칠한 키로 운동장을 누비고 다녔다고 한다.

  약속을 하고 나간 것도 아닌데 ‘금마차’에는 전역하는 선배 중위 5 명과 후임자 소위 5 명이 병아리가 어미닭 따라다니듯 쪼르르 따라다녔다. 유흥주점 <금마차> 그동안 선배들이 애인으로 부르던 여자들도 자연스레 후배들에게 인수인계 하였다.  사수를 만난다는 것에 낮잠을 설쳤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12 시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갔다.

  “예, 김홍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 오전에 문자 드렸던 한 상훈이라고 합니다.”

  “아하, 문자보고 언제나 전화가 올까 기다렸어요. 지금 어디입니까?”

  “예, 저는 시흥 사거리입니다.”

  “그럼 388 김포 버스를 타고 종점 가기 한 정거장 전에 내려요. 거기서 전화해요.”

  “예, 알겠습니다.”

  상훈은 김포의 버스 종점 한 정거장에서 내렸다.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저 한상훈입니다. 종점 한 정거장 전에 내렸습니다.”

  “빨리 왔네, 택시로 온 건 아니지? 거기 꼼작 말고 서 있어요.”

  “식당이 여기서 먼 가요?”

  “건너편 신바람 아파트 상가 보여?”

  “예, 신바람 상가 보입니다.”

  “거기 2 층이니 2 층 계단 앞에서 봐.”

  “예.”

  그와 김홍기는 초면이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지인처럼 생각되었다.

  “한상훈 씨?”

  “예, 형님!”

  “뭐 소개도 안 했는데 형님이야?”

  “관리소장님에게 교육받으면서 김홍기 씨 이야기 들었습니다. 50 년 호랑이 띠라고.”

  “소장님이라고 지금도 ‘님’ 자를 꼭 붙이라고 해?”

  “예.”

  “뭐 군대서 소장이면 별 둘이나 되지, 그까짓 경비 둘, 청소 아줌마 둘, 전기기사 한 명을 거느리고 소장 ‘님’ 소리는 꽤나 강조하네!”

  “개미통산에서 민주전자로 파견 보낸 6 명이 일 잘하면 좋은 거 아닙니까?”

  “소장이 일을 잘하게 하는 게 아니라 방해를 하니 그렇지?”

  “방해라뇨?”

  “야, 이거 만나자마자 초면에 남 험담하는 거 좋은 거 아닌데, 일단 식사부터 합니다. 사장님! 여기 쇠고기 버섯전골 중 하나 소주 빨갱이로 주세요.”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술이 한두 잔 들어가자 종옥은 민주전자의 경비실과 관리소장 그리고 회장 최재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회장 최재석이 전자 회사 이름을 민주전자로 지은 것은 유신시대에 민주화운동 동참 못한 것이 미안해서 민주로 한 거야.”

  “아하, 그렇군요.”

  관리소장은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민주전자’ 실질 사장 시절에 영업과장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부품을 조달하는 하청회사의 관리사장을 했다고 한다. 62 세에 관리사장 정년퇴직을 하고 회장을 찾아가서 집에서 삼식(三食)하기에 아직 정정하다고 하니까 그럼 청소, 경비, 시설관리를 책임지는 관리소장을 하라고 해서 지난 2 월 관리소장이라고 직책도 없던 것을 만들어 온 것이라고 했다. 그전에는 경비반장이었다. 경비 반장은 주간 경비만 하고 야간은 야간만 전담으로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관리소장으로 체계를 바꾸면서 경비원 2 명이 24 시간 맞교대 근무가 되었다고 한다.

  개미통산에서 청소원 여자 2 명, 경비원 남자 2 명, 시설관리 2 명으로 민주전자와 계약을 맺어 임금을 주는데, 시설관리 1 명이 관리소장이라 고 했다. 김홍기와 관리소장이 싸운 것이 그 점이다. 무슨 소장이냐? 넌 시설관리 2 명 중 1 명이고 난 경비 2 명 중 1 명이다.

경비는 경비에게 맡기고 넌 시설관리나 똑바로 하라고 한 것이 관리소장이 속으로 고약하게 여겨 경영지원팀에 회의 참석에 김홍기의 잘못하는 점만 부각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

  “한 씨, 순찰시계 잘 돌아가?”

  “돌아가기야 잘 돌아가죠, 그런데 웃기는 건 PATROL-365 순찰시계를 내 동댕이쳐도 시계는 잘 돌아가요. 저는 시계가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도 안 하고 도는데, 어느 날 관리소장이 우리 경비실 안의 벽시계는 9 시 30 분인데 순찰시계는 9 시 5 분인 걸 발견하고는 경비가 시계 확인도 안 하고 순찰 도냐? 야단치더군요.”

  “맞지? 아무리 신입 경비라도 출발 전 시계는 확인해야지?”

  “그럼 형님은 출발 전 시계 확인했어요?”

  “확인하고말고. 그건 그야말로 순찰하는 6 개의 지점 열쇠구멍에 넣고 점을 찍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시간 의미가 없어.”

  “그런데, 왜 소장은 그 시계 시간에 목숨을 거나 몰라요?”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고 경비교육을 안 받은 것이 상관 노릇하니 그런 거야.”

  “예, 그래서 경비보고 뭔 인사만 그리 열심히 하라는 지 경비가 경비하러 왔지 인사하러 왔나 싶어요.”

  “원래 실력 없는 놈이 인사 잘하고 아부 잘하거든 그런데 말이야, 웃기는 것은 이놈의 회사는 실력자는 어느 정도 지나서 떠나고 맨 아부하는 놈만 남아 있어.”

  “그럼, 회사 미래 발전이 별로네요?”

  “연구소도 정말 실력 있는 책임연구원은 떠나고 아부하는 연구원만 남았어. 생산은 뭐 아부고 뭐고 생산물량이 말하는 거니 그렇고 경영지원팀의 경리와 세금분야 담당도 아부하는 자들만 남은 거야.”

  “예. 경비도요?”

  “그런 셈이지. 거기 허 남태 있지?”

  ‘예, 원래는 경비 둘이 다 사표 쓰자고 했거든 그럼 둘 다 쓰고 나온다면 개미통산에서 소장을 바꾸지 경비 둘을 한 순간 채우지 못하거든 그런데 소장 공작에 말려 남은 거야.”

  “그럼, 소장님이 허 경비를 감언이설로 녹인 거네요?”

  “소장님이 뭐야? 그냥 소장이지?”

  “예, 죄송합니다. 소장님, 소장님! 우리 소장님! 하다 보니 입에 붙어서......”

  “아니야, 그건 그렇고 식당에 수중모터는 자동이 잘 되어?”

  “그건 모르겠는데요?”

  “요즘 날씨가 비가 안 와서 모르는 모양이네?”

  “모터가 문제 있어요?”

  “거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개밥을 주기 싫어서 퇴사했다고 하는데 그건 겉으로 나타난 거고 시설관리 엉터리라 나중에 시설관리인이 잘못한 걸 경비가 뒤집어쓰는 경우 당하기 전에 미리 나온 거야.”

  “무슨 말씀인지 이해 안 되는데 천천히 제가 이해할 수 있게 말씀해 주세요.”

 홍기는 식당에 수중 모터가 2 개 있다고 했다. 수중모터는 장마철에 작동이 안 되면 바로 교체 사용해야지 수중 모터 작동이 안 되면 민주전자 뒤편의 공설운동장의 축구골대 뒤의 배수가 모두 지반이 약한 틈새로 물이 흘러들어 민주전자 지하 식당의 배수펌프가 물을 퍼 배수처리를 해야 했다. 식당배수시설 옆에 매달아 놓은 수중모터는 고장 난 지 2 년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 사용하는 것도 자동이 안 되어 순찰 돌며 수시로 수동으로 물을 뺀다고 했다. 상훈이 취직한 것은 장마가 끝난 후에 경비로 채용되어 그걸 몰랐다.

  “하여튼 조심해. 모터 자동 안 되면 물이 식당 내부로 넘치는 날엔 대형사고 난다.”

  “대형 사고라면?”

  “생각해 보게. 배수펌프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식당으로 물이 역류되면 식당 바닥에서 무릎 정도 높이로 콘센트 설치된 곳에 물이 들어가면 대형 감전사고 나는 거지.”

  “정말 그렇습니다. 그러면 밥을 못하고 인원들 길거리 식당서 밥 먹는 전쟁이겠네요?”

  “그러니 돌아가 근무하면 식당 수중 모터 꼭 자동으로 고쳐달라고 요구해.”

  “예.”

  “소장이 돈 아낀다고 중고 알아보면 바로 경영진에 말해. 수중모터는 반드시 좋은 거 써야 하고 예비 모터도 고쳐놓아야 한다고.”

  “그럼, 형님 계시는 동안 고치지 왜 안 고치셨나요?”

  “나야 고치려고 했지, 소장님인지 놈인지가 지가 알아서 한다고 해서 난 퇴사한 거야.”

  “예, 사연이 많군요.”

  “야, 이거 초면에 술맛 떨어지는 말을 너무 많이 했네. 자 한잔 즐겁게 신입경비를 축하하며 앞날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술을 마시면서 가을 프로야구 이야기며 정기국회 이야기며 나누다가 상훈에게 불쑥 질문을 던졌다.

  “민주전자 B 동 옥상에 뭐 있는지 알아?”

  “변압기요.”

  “몇 개?”

  “그건 몰라요.”

  “올라가 봤어?”

  “아뇨, 경비가 건물 내·외부 순찰만 돌면 그만이지 왜 올라가요?”

  “하긴 경비가 전기기사 있는데 올라가면 월권행위지?”

  “참, 전기기사는 신입 왔어? 나랑 근무하던 박 기사는 그만두고 강남의 15층 빌딩 관리소장으로 갔다고 자랑하는 전화 왔던데.”

  “아하, 최흥순 씨요?”

  “그래. 최흥순”

  “후임으로 전기 2급 필기 합격하고 실기는 다음 달에 보는 사람 왔어요.”

  “문제야, 코딱지만 한 회사도 전기기능사 자격증 없으면 채용이 안 되니!”

  “사고 나면 자격증 보유자가 관리했느냐? 따지니 그런 것 아닙니까?”

  “하긴 경비도 12 만 9 천 원 내고 경비교육을 이수해야 경비 채용이 되는 세상이니!”

  “완전 나라가 손으로 몸으로 하는 실력이 아니라 자격증으로 평가해.”

  “민주전자 그런 건물은 자격증 보유자 보다 공사판에서 시설 이것저것 다 다루던 수중모터로 물도 빼 보고 전기 작업도 건설 현장서 해본 사람이 제격인데 그런 사람은 2 급 기능사 자격이 없다고 이력서 자체도 안 받아주니......”

  민주전자 건물은 40 년 전에 준공된 것이다. 그 당시는 주변에 여기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 전신주에서 이 건물 B 동 옥상에 변압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 주변의 나중에 생긴 20 층 이상의 건물은 변압기 시설이 모두 지하로 들어갔고 그런 건물은 용량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이곳 별 넷 전자의 변압기 용량도 처음에는 전체 용량의 1/4도 사용 못했었다.

  점점 시설이 늘어나고 에어컨이나 온풍기 등 전기 사용하는 기기가 늘어나다 보니 지금은 변압기 용량이 빠듯하다고 했다. 떠나간 박 전기기사가 변압기 용량 큰 것으로 교체 건의 보고를 했으나 관리소장이 알아본다고 하고 최 현 부장에게 보고를 안 하니 최 부장은 알 수가 없었고 박 기사는 큰일이 나기 전에 떠난 것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시흥사거리서 김포로 갈 때는 맑았던 하늘이, 둘이 마신 술의 빈병이 7개나 되고 나니 하늘이 어두워졌다. 비도 추적추적 내렸다.

  민주전자 경비실에 전화를 했다. 신호가 갔다.

  “감사합니다. 민주전자입니다.”

  “허 경비님! 저 한상훈입니다!”

  “그냥 허 경비하지 경비에 무슨 ‘님’ 자를 붙이냐?”

  “왜요? 관리소장에게도 님 자를 붙이는데 경비선임에게 ‘님’ 자를 붙여야지요?”

  “목소리가 톤이 올라가는 것 보니 거하게 한잔 한 목소리군?”

  “예, 영원한 사수 김 경비와 한잔 했습니다.”

  “이 사람아, 낼 근무 어쩌려고 그리 많이 마시나?”

  “지금 김포는 비가 오는데 거기는 비 안 와요?”

  “응 여기도 비가 조금 내린다.”

  “저 형님, 김홍기에게 들은 말인데, 식당 수중 펌프 지금은 작동이 잘 되냐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하죠?”

  “떠났으면 그만이지 별 참견 다 하네?”

  “하여튼 형님 비 올 때 근무 잘하라고 하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뭐 나 몰래 맛있는 거 먹고 딸꾹질이야?”

  추석을 며칠 앞두고 가을비가 내렸다. 마을버스 05번을 타고 영창실업에서 하차하면 민주전자는 걸어서 5 분이면 도착한다.

홍기와 과음을 해서인지 눈을 뜨니 06:00 다. 우선 경비실로 전화를 했다.

  “감사합니다. 민주전자입니다.”

  “형님, 택시 타고 갈 테니 좀 늦어도 용서하세요.”

  “어제 한 씨 전화가 왔을 때 말했지 근무에 지장 없게 마시라고?”

  “예, 그래서 김홍기 선임이 한 병 더 하자는 거 빈병 7 개 세우고 왔어요.”

  “홍기 그 사람은 백수니 마음껏 마셔도 되지만 한 씨 당신은 경비야 경비!”

  “예, 하여튼 빨리 가겠습니다.”

  시흥사거리에서 택시를 타고 갔으나 이미 회사에 관리소장이 출근해 있었다. 관리소장도 인상을 쓰고 허 경비도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공기가 싸늘했다.  신속하게 경비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상의 푸른색에 하의 검은색이 꼭 중학교 교복을 떠올리게 했다. 검은색 교모만 쓰면 완전 중학생 모습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이, 신입이 이렇게 늦어도 되는 거야?”

  “죄송합니다.”

  “어휴 술 냄새! 한 씨, 도대체 누구랑 술 마신 거야?”

  “경비 그만둔 김홍기를 만나 마신 거랍니다.”

  “한 씨가 김홍기를 알아?”

  “한 씨가 자기 전임자 경비 전화번호 알려달라고 해서 제가 알려주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경비라는 것이 공사 구분을 못해 그만둔 놈은 그만두었으면 그만이지 전화번호 알려는 놈이나 알려주는 사람이나 똑같다.”

  “죄송합니다!”

  “당장 사직서 써!”

  “예.”

  관리소장과 허 경비가 화가 난 것은 늦게 출근한 것 이전에 이미 화가 났다. 식당의 수중 모터가 자동이 안 되어 수동으로 작동하던 중에 전날 허 남태 경비가 순찰을 돌기 전에 수중 모터를 작동할 까 하다가 그걸 기다리느니 일단 A 동 순찰부터 돌고 식당은 C 동 도는 순서에 순찰과 모터 작동을 같이 하려고  A동을 돌았다.

 세상에, 그 순찰을 도는 동안 물이 넘쳐 허 경비가 식당에 왔을 때는 물이 넘쳐 주방은 물론 밥 먹는 식당 좌석에도 물이 흘렀다. 일단 수중 모터를 작동해 물을 빼고 경비원 탈의실에 보관하던 낡은 신문을 가져다 물이 넘친 식당 바닥에 깔았다. 신문을 서너 번 반복해 깔고 걷자 물기가 어느 정도 사라졌다. 관리소 장은 식당 상태를 사실대로 경영지원팀에 보고 했다. 식당 주방장과 주방보조 영양사까지 출근하자마자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그날 식당운영을 못해 직원 300여 명과 그 건물에 전세 들어 사는 뉴 해피 제과 100 명, 뉴 셀 100 명 등 500여 명이 디지털단지 지하식당을 점령했다. 식당마다 줄이 구소련 붕괴 시기 배급 줄처럼 뱀처럼 휘어져 도로를 점령했다.

  경영지원 팀장 최 부장은 관리소장, 경비원 2 명, 전기 담당까지 4 명에게 사직서를 함께 받았다. 회사 규정에 따라 징계를 한다고 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출세 못할 놈은 어디 가나 출세는커녕 정규직이 되기 전에 수습경비를 하다가 퇴사를 했다.  민주전자 자체 징계위 원회가 열렸고 결과는 허 경비는 7년 동안의 근무 실태가 결근 한  없는 점이 임원들의 눈에 들어서 경비직을 유지했다.

  관리소장은 권고사직으로 결정되었으나 창업자 최 회장이 전화 한 통으로 징계를 면했다. 전기기사는 지난주에 본 실기시험에 합격한 점이 부각되어 이 작은 회사에서 자격증 소지하고 이론과 실무를 겸한 인재를 작은 월급으로 구하기 힘들다고 유임시켰다. 민주전자를 떠난 것은 한상훈 혼자였다. 민주전자는 공문을 개미통산주식회사에 보냈다. 성실한 경비를 새로 한 명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민주전자서 해고를 당하고 상훈은 개미통산의 대리를 찾아갔다.

  “어서 오세요.”

  “죄송합니다.”

  “세상 살기 참 힘이 드시지요?”

  “예, 군대생활도 힘들게 했는데 사회가 군대보다 더 힘든 것 같군요.”

  “예, 군대 간부들이 군대서 윗사람에게 비위 좀 잘 맞추고 진급할 것을 그랬다고.”

  “정말 군대 평정 잘 받기보다 정규직 되기가 더 힘들군요.”

  “상훈 씨는 계속 경비직을 하실 겁니까?”

  “뭐 다른 직종 있나요?”

  “군대서 간부로 지냈으니 관리소장 하셨으면 좋겠는데......”

  “아닙니다. 관리가 경비보다 더 힘들어요. 그냥 경비 빈자리 있으면 소개 바랍니다.”

  “예, 우리 개미통산이 거래 업체가 200 여 개 되니 곧 경비직 빈자리 날 겁니다. 나면 바로 연락드릴 테니 전화 오면 잘 받아주세요.”

  “예, 감사합니다.”

기철 대리의 면담을 마치고 관악고용노동센터에 가서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그리고 더 할 일이 없자 경비 사수 김홍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김홍기입니다.”

  “사수님 저 부사수 한상훈입니다.”

  “민주전자 경비 해고되었다며? 미안해, 그날 내가 너무 술을 많이 권한 거 같아.”

  “아닙니다. 아무리 술이 취해도 군기가 빠져 그런 겁니다.”

  “아우, 시흥사거리서 뭐 해 여기 와서 술이나 하세?”

  “예, 가겠습니다.”

  “그래 전에 만났던 물레방아에서 기다리지.”

  김포 한강신도시 종점 한 정거장 전에 내려 삼겹살집 <물레방아>로 가니 김홍기는 소고기 버섯전골을 알맞게 약한 불로 따뜻하게 먹기 좋게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형님. 이렇게 소주병을 앞에 두고 주당이 고사 지내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나도 여기 전화로 주문하고 온건 5 분도 안 되네.”

  “군대서 사수 부사수 군대 전역 후에도 만나는 이유가 뭔지 아나?”

  “그야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어 그런 거 아닙니까?”

  “힘든 특수부대의 사수 부사수나 통신병 등 주특기가 좀 난해한 곳이 사수 부사수가 더 끈끈하지. 한상훈에게 가르쳐주거나 군기 잡은 것 하나 없는데 왜 이리 끌리지?”

  “그야 공공의 적이 있으니 끌리는 거 아닙니까?”

  “야, 명언이다 바로 그거야 공공의 적!”

  김홍기와 한상훈은 관리소장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비웠다.

  “아니, 해고를 하려면 식당에 물이 차서 밥을 못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 허 경비를 내보내고 더 원초적인 것은 자동으로 돌아갈 수중모터를 수동으로 하게 한 관리소장과 전기기사가 우선 해고감이지 들어가 배우는 수습 경비를 수습 중에 해고하는 게 말이 돼?”

  “술 마시고 출근 늦었으니 경비로 해고감이지요?”

  “야, 지각 한 번으로 경비 해고하면 경비로 남을 놈이 없다.”

  “뭐, 세상 다 그런 거 아닙니까?”

  “실력이 있거나 백(Back)이 있어나?”

  “예, 맞습니다.”

  “해직된 수습 경비 한 씨 앞날에 새로운 취직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한강 신도시를 지키는 형님의 건강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그래 우리 둘 시기는 다르지만 민주전자에서 해고된 경비의 앞날에 영광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둘이 부어라 마셔라 소주병을 홀수로 세워놓았다. 뉴스 속보가 나왔다.

  “여기서 정치부 기자 간담회를 잠시 멈추고 서울 가산디지털 단지에 대형 정전사고가 발생하여 속보를 내보냅니다. 김필원 기자를 연결합니다. 김 기자 나와 주세요.”

  “예, 여기는 가산디지털 2로 170-xx입니다.”

  “현장 소식 전해주시지요?”

  “예. 이곳은 민주전자 옥상에 설치된 변압기가 터졌습니다.

이곳의 변압기는 2 만 2 천 볼트의 고압을 민주전자 내의 필요한 곳에 직류 3 볼트, 6 볼트, 9 볼트, 12 볼트 등 다양하게 변환시키는 장치인데 오늘 오후 7시경 변압기가 폭발했습니다. 다행히 생산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라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

  “화재 원인은 밝혀졌습니까?”

  “아닙니다. 관할 119 소방서에서 과부하로 추정할 뿐 자세한 것은 합동 감식반이 이곳의 잔해 물을 수거해 분석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사고 현장에서 김 미자 기자였습니다.”

  “한 씨 왔을 때 말했지 더 큰 문제가 있다고 그게 저런 거야. 생각해 봐 해고 안 당하고 한 씨가 경비로 근무하다 저런 일이 발생하면 경비가 속이 편하겠어?”

상훈은 뉴스 자막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민주전자 옥상 변압기 폭발 인근지역 암흑-

  뉴스 자막이 좌에서 우로 이동하는 사이 화면에 관리소장이 개밥을 들고 소나무 아래로 걸어가는 장면이 보였다. 경비실 앞에 최 회장이 긴장된 모습으로 서있고 최 부장이 사옥 옥상의 폭발된 변압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뭔가 설명하는 장면이 지나갔다.  

화면을 향해 홍기가 한 마디 했다.

 놈은 회장만 나타나면 설치고 다른 때는 경비에게 개밥이나  주라하고  누구는 너만 못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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