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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뎐. 14

시베리아 한의 노래

by 함문평

할아버지는 기억력 좋은 엄태흥에게 태극기를 만들게 했다.

광목을 구할 수 없어 종이에 색상도 북쪽 빨강은 어떻게 구해 칠을 했는데 남쪽 파랑은 색을 구하지 못해 숯으로 검은 칠을 했다.


종이로 엉성하게 만든 태극기를 조선인 포로작업대 입구에 게양했다.

아침점호에 궁성요배 대신 태극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애국가는 안익태 작곡한 곡조가 아닌 찬송가 곡조에 애국가 가사를 불렀다.


비록 군악 반주 없는 애국가지만 인접 일본군 포로작업대가 들어라듯히 크게 불렀다.


포로작업이지만 소련군이 표창을 하는 것도 일본군 포로작업대 보다 뭐든 잘했다.

엄태흥이 소련군 부대장에게 말해 조선인 포로기록부를 다시 작성했다.

본인 이름, 부모이름, 고향, 일본군 복무 시 마지막 부대명과 포로가 된 지역을 기록했다.

포로수용소장 소련군 장군은 조선으로부터 포로를 귀환시켜 달라는 요청이 오면 바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만세!

만세!

만세!


그렇게 포로작업대 생활 중에 1948년 10월 시베리아 각지에 떨어져 노역 중이던 포로를 하바롭스크에 집결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할아버지와 엄태흥은 조선인 포로들과 집결소로 이동했다. 조선인 장교가 할아버지와 엄태흥을 불러 조선인 포로가 탄 배의 목적지는 북조선 흥남항이라고 알려주었다.


조선인 포로들은 <시베리아 한의 노래>를 떼창을 했다.


시베리아 물결아

잘 있어라 자작나무야

너의 품에 자란 아이들은

내 고향 찾아가련다

시베리아여~

우리들의 자유와 청춘과 눈물을

품어주던 정든 땅 시베리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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