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6.10이라는 제목을 보고 뭔가 떠오르는 사람은 살아온 날이 앞으로 살날보다 적은 사람이고 그게 뭐야? 하는 사람은 살 날이 창창하겠죠?
그해 1987년이 영화제목도 있지만 정말 인생에 잊지 못할 해입니다. 보통 ROTC장교들은 아주 특수한 경우 아니면 소대장 보직받은 소대서 근무하다 후임 소대장이 와서 인계하고 전역하는 것이 보통이다.
간혹 아주 외모가 군인정신이 흘러넘쳐 장군들 전속부관으로 차출되거나 대대나 연대 실무장교가 전출 가고 후임자 없으면 인사장교나 군수장교로 뽑혀간다.
군번도 86=03727이고 학과도 국어교육과라 군대서 특별히 두각을 나타낼 일도 없는데 1987년 6월 26일 전출명령이 났다. 전출 가는 것은 함 중위인데, 대대장과 연대장이 더 겁을 먹었다.
그해 초에 유명한 탁! 하고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 국민들이 대통령을 장충체육관이 아닌 직접선거를 바라는 거 뻔히 알면서도 전두환은 전국 소대장에게 <4.13 조치와 우리의 자세>라는 정신교육 교재를 하달했다.
함 중위 소대장은 국어교육전공을 살려 교생실습 국어 학습지드 안 만들듯이 교안을 만들고 교육시켰다.
연대장과 연대 정훈장교가 소초를 돌면서 무작위로 4.13 조치 질문을 던졌는데 소대원들이 답변을 잘해 포상휴가증을 하룻밤에 5명이나 받았다.
연대장은 근무지 병사에게 내일 바로 휴가를 출발시키라고 했다고 하고 소대장은 홀수로 휴가 나가면 짝이 없어 근무 한 명 놀게 되고 근무인원도 부족하다고 보고했다.
골 때리는 중대장 그럼 순찰 소대장 혼자 돌고 전령을 소초 근무에 투입하라고 해서 5일 동안 전령 없이 그 무거운 무전기를 메고 순찰을 돌았다. 나이 60이 넘으니 참 바보였다고 후회되는데 중위 시절은 그것이 애국애족의 길인줄 알았다.
대대장 연대장은 집무실에 신문이 매일 들어가니 중위 보다 더 사회동향을 잘 알고 신고를 받았다.
신고를 마치고 차 한잔 시간에 함 중위 수방사로 전출 명령이 나서 전방 동기에게 전화하니 그 연대도 2명이나 수방사 전출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하여튼 혹시 계엄 소대장이 되면 절대로 병사들이 직접 시민과 부딪치는 일 없도록 하라고 신신 당부했다. 군인이 국민을 향해 총 쏜 것은 5.18 하나로 족하다고 절대 민간인과 함 중위 부대원이 문제없기 바란다고 했다.
그렇게 겁먹고 전출 간 수방사에서 6.29 선언으로 상상하던 계엄소대장 아닌 신병교육대 교관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