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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계절. 38

손자 연애자금

by 함문평

할아버지는 건강하셨다. 어머니가 아버님 이제 산에 그만 다니세요?

왜?

먹고살만한 집에서 얼마나 노인 용돈을 안 드리면 90 노인이 산에 가서 복령이나 케냐고 수군거려요.

그래 그 수군덕거림이 창피하냐?

좀 그래요.

미친 연놈들이지 지들이나 알아서 잘 살라고 해라.


내가 산에 구십 넘어도 다니는 것은 내 만족이다.

이 나이에 꼬챙이로 땅을 찔러 복령을 알아내고 캐고 하는 동안 건강에 도움 되고 캐면 큰돈은 아니다만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손자에게 담뱃값 보내주고 얼마나 좋으냐?


오래전에 최고의 할아버지 최고의 손자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1987년 6월 데모의 나날 속에 수방사로 전출 명령이 났다.


대대장, 연대장이 계엄소대장 함 중위를 걱정하듯 할아버지도 손자가 계엄 소대장이 되어 장갑차를 대동하고 대학교에 진입할까 봐 걱정을 했는데, ㅇ ㅇ 사단 신병교육대 인사장교 겸 화생방 교관을 했다. 훈련병이 은하수만 사고 한산도가 재고로 남아 1,000갑 큰 거 한 박스를 구입해 할아버지 경로당에 보냈다.


담배값은 10만 원인데 우편환으로 20만 원이 왔다.


아하 다음 달에 또 보내라는 것이구나 하고 큰 거 한 박스를 보내니 또 우편전신환 20만 원이 왔다.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담배 한 박스 가격 10만 원인데 왜 20만 원을 보내시냐고 썼더니 답장이 왔다. 중위 봉급 몇 푼 된다고 거기서 담배 사 보내면 장손 여자만 날 돈이 없을 것 같아 연애 잘하라고 20만 원을 보내셨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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