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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먹기 힘든 사람. 21

함흥차사 박순

by 함문평

이성계는 58세에 조선을 개국했다. 요즘 58세는 청춘이지만 그 시대 58세는 곧 환갑을 바라보는 노인이었다.


조선을 개국하고 후계를 둘째 부인 소생 방석으로 정하자 왕자의 난이 일어났다.


세상 이런 꼴 저런 꼴 안 보려고 함흥으로 떠났다. 태종 이방원이 상왕을 한양으로 모시려고 차사를 보내면 가기는 가도 거기서 죽어 돌아오는 이가 없었다.


아홉 명 차사가 목숨을 잃고 열 번째 차사로 박순이 뽑혔다. 그는 판중추부사 직책이고 함흥에서 이성계와 발가벗고 지낸 죽마고우였다.


이성계가 왜구와 싸울 때도 함께 싸웠고, 여진족과 싸움 위화도 회군 이성계가 위험한 곳에는 늘 박순이 있었다.


박순이 타고 함흥으로 가던 말이 새끼를 낳았다. 새끼 망아지를 주막 앞 버드나무에 묶고 떠났다. 망아지는 울부짖고 이성계가 밖을 내다보았다. 저 멀리 말 타고 오는 사람이 박순이구나. 이놈 방원이가 차사를 보내다 보내다 마지막으로 나의 죽마고우까지 차사로 쓰는구나?



이성계는 박순에게 음식과 주안을 마련해 주고 자기를 찾으면 사낭을 떠나 며칠 후에 온다고 하고 돌려보내라고 했다.


박순은 이성계가 통을 굴린 것에 통통으로 응수했다. 사냥 사흘, 열흘, 한 달이라도 기다린다고 일러라 했다.


새끼 망아지 울음 어미 말의 울음이 함흥을 시끄럽게 했다. 더구나 사흘 아니라 한 달도 기다린다는 박순 말이 이성계에게 전달되었다.


이성계는 함흥에서 최고의 만찬을 했고, 허심탄회하게 그간의 응어리 오해를 풀었다.


요즘 윤 총독에게는 이성계의 박순 정도 인물이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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