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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Jun 13. 2024

유년시절의 추억. 23

늙은 호박

 지금은 고속버스 터미널이 반포에 있지만 초등학교6학년 때는 동대문 평화시장 건너에 고속버스 터미널이 있었다.


  서울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공부하라고 전학시킨 아들을 보려고 어머니는 아들이 호박죽을 좋아한다고 커다란 늙은 호박을 횡성군 강림에서 가지고 오셨다.


  토요일 동대문고속버스에서 만나 보따리 큰 것은 어머니가 머리에 이고 호박을 내가 들고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대방역에 내려서 택시비가 비싸다고 생각하신 어머니는 걸어가자고 하셨다.


  가다 쉬고 가다 쉬 고를 반복하다가 나는 성남중고등학교 올라가는 언덕길에 호박을 내동댕이 쳤다. 호박죽 먹고 싶으면 돈 주고 사 먹으면 되지 무거운 걸 강림서 원주까지 버스로 원주서 서울까지 동부고속으로 지하철로 대방역 대방역에서 성남중 야구장 담장 아래까지 이 무슨 개고생이냐고 했다.


어머니는 깨진 호박을 잘 추슬러 들고 대신 어머니가 이고 온 보따리를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호박보다 더 무거웠다.


 집에 도착해서 할아버지가 왜 호박을 깼냐는 물음에 어머니는 고속버스서 내리다 다른 사람과 부딪쳐서 떨어뜨려 깨졌다고 백색 거짓말을 하셨다.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런 어머니가 치매로 지난해 광복절에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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