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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계절. 63

겨울공화국

by 함문평

1977년 고1이었다. 지금도 고등학교는 대학교 입학을 위해 잠시 거쳐가는 곳이지만 그때는 서울대 합격자가 발표되면 서울대학교에 많이 합격한 고등학교가 무슨 올림픽 메달순위 발표처럼 발표되었다.


0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을 금지시키니까 그것을 피하는 이동수업이 생겼다. 1학년 입학생 600명 중 1등이 1반 5등이 5반 10등이 10반이면 11등을 10반 12등을 9반 이런 식으로 20등이 1반 21등이 2반이 되었다. 그렇게 반편성을 하고 일단 서울대학교 이과반은 수학 2를 본고사를 보았기에 600명 중 수학귀신 60명 영어 귀신 60명을 반편성이 아닌 이동수업반으로 공부시켰다.


미술반, 합창반, 기악반, 문예반 등은 반편성만 하고 실제는 자습시간이었다. 그런데 국어선생님이 문예반은 모이라고 했다. 학교 등나무 아래 벤치가 우리 문예반 장소였다.


1977년 양성우 시인인 <겨울공화국>을 냈는데, 바로 판매금지가 되었다. 판금조치 전에 시집을 구한 선생님은 신문지로 책을 싸서 그 책 이름을 외부에서 알 수 없게 하고 목소리 큰 함 군에게 낭독을 시켰다.


겨울 공화국

-양성우-


여보게 우리들이 논과 밭이 눈을 뜨면서 뜨겁게 뜨겁게 숨 쉬는 것을 보았는가

(중간생략)


묶인 팔다리로 봄을 기다리며 한사코 온몸을 바둥거려야 하지 않은가

여보게


<겨울공화국>, 화다,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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