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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계절. 2

대통령과 두 번 악수한 사람

by 함문평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열쇠부대 전방연대 정보과장이었다.

익년도 6월 25일 대통령 방문지가 열쇠부대였다.


극비 중의 극비로 대통령님 동선에 대해 전년도 12월부터 사단 정보참모와 전방 좌우측 연대 정보과장은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


딸은 초등학생인데, 친구 아빠들은 일요일에 고대산도 같이 걸어주는데 아빠는 왜 그래? 해서 다른 아빠들은 보병, 포병, 기갑, 통신인데 아빠는 정보야. 정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북한 김정일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비행기가 몇 대 떴다 내리는지, 탱크가 몇 대 시동 걸고 움직이고 몇 대는 쉬는지 쉬면 기름이 부족해 쉬나 탱크 운전병이 아파서 쉬 나를 아빠가 상부로 보고해야 하니 딸 미안하지만 크산티페하고 지내라고 했다.


그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딸은 모친과 잘 지냈다.

경호실에서 익년 6.25에 대통령 동선 사전 점검이 왔다.


열쇠전망대가 좌측연대 구역이라 병사 내무반은 우측연대 통합 막사로 정해졌다.


선글라스 쓴 경호실 직책, 성함 모르는 사람이 내무반에 매직으로 장판에 선을 그었다.


정보과장님, 매직 그은 곳을 뜯으세요?


예, 알겠습니다.


사단 공병이 뜯고 원상보구했다.


뜯어낸 내무반 침상 아래는 소주병 빈병 40개, 소주 담겼으나 너무 오래되어 먹을 수 없는 것 10병 먹을 수 있는 거 2병, 공포탄, 실탄, 예광탄, 크레모아 도폭선 2 마끼, 격발기 4개, 대검 20개, 나침의 4개, 무전기 지주책 1개, 수통 10개 등이 나왔다.


경호실 직급 모르는 선글라스 맨에게 죄송합니다 했다.


정보과장님이 무슨 죄인가요? 역대 다 어느 부대고 사전 점검하뭔 이 수준입니다.


소문 안 나게 정리하시고 내년 대통령님 방문일에 문제없게 해 주세요 하고 떠났다.


해가 바뀌고 대통령님 방문도 끝나고 진급은 안 되고 전역 후 사회 적응을 위해 서울로 보내달라고 20년 군생활에 처음 편지를 육본에 보냈다.


편지 덕인지 마지막 보직이 국군심리전단 군수과장이었다.


안 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다친다고 하필 그 김대중 대통령이 열쇠부대서 악수한 분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쌍방 선전수단 철귀하자고 해서 서로 백령도 연평도에서 동쪽 통일전망대까지 모든 심리전장비를 철거해서 고철로 팔아 국고에 귀속시켰다.


그거 잘했다고 또 악수를 했다.


장군도 아닌 소령이 대통령과 두 번 악수한 사람은 함 작가가 유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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