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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계절. 3

마음대로 안 되는 인생

by 함문평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달라도 너무너무 달랐다. 할아버지는 서당서 한문 공부한 것이 학교의 전부이지만 할머니는 정말 한글도 숫자도 모르는 까막눈이었다.


할머니의 무기는 우암 송시열 후손이라는 거 강릉 함 씨보다는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것이 무기였다.


아버지 어머니는 일 년 365일에 300일은 싸우는 부부였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무시해서 그렇지 금슬은 좋았다.


그 시절은 부모가 막걸리 한잔 하면서 사돈 맺자면 자식들은 얼굴도 이름도 모른 상태서 결혼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니 할머니가 대문밖에서 나를 맞이하기는 하는데 표정이 어두웠다.


할머니 왜 뭔 일 있어? 물었다.


할아버지가 글을 모른다고 무시하는데, 손자 틈 나는 대로 혼자 버스 타고 내릴 수 있게 글을 가르쳐 줄 수 있냐? 고 했다.


알았어요. 매일 조금씩 가르쳐드릴게요 했는데, 언행이 불일치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늘 동행하다 혼자 가라고 신일중고에서 내리라고 했다.


버스 안내양이 신일중고 내리세요를 못 들어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종이에 작은집 주소를 적고 전화번호 적은 종이를 들고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었다.


수유여중 3학년 그녀는 친절하게 주소지 작은집까지 할머니를 모셔다 주었는데, 작은집 앞집이 그녀 이모네 집어었다.

그녀는 할머니 길 안내를 하고 앞집이 자기 이모집이라고 인사하고 간다고 들어갔다.


작은 어머니와 그녀 이모는 시장도 함께 보고 혼자 사기에 비싸거나 양이 많으면 함께 사서 반반 나누는 사이였다.


할머니는 그녀를 손주 며느리로 점지했다. 하지만 그녀는 80학번 여대생이 되었고 손자는 재수도 아니고 3 수로 82학번이 되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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