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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먹기 힘든 사람. 31

20년 후에 다시 빠지는 발톱

by 함문평

군대성활 마지막 진급이 안되었다. 근무 의욕이 없는데 발톱이 빠졌다. 일이 안 되려면 나쁜 일이 3개가 몰려온다더니 그해가 발톱 빠지고, 진급도 안 되고, 크산티페가 교통사고도 났다. 아니 당했다. 삼거리 길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크산티페가 직진이면 반대는 반드시 빨강 불로 설계된 곳에서의 사고였다.


모르는 번호라 받았더니 포천 모 정형외과라고 크산티페 남편이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다. 빨리 병원에 와서 교통사고 환자 수술동의서에 서명하라고 했다.


온몸을 붕대로 감은 상태서 크산티페는 종이와 볼펜을 달라고 하더니 삼거리 그림을 그렸다.


마이티 트럭이 자기가 직진이라 반대쪽 차량 한 대가 서 있는데 차선을 변경해 달려와 르망 6155를 받았다고 이거 10대 0 안 나오면 퇴원해도 억울해 제명에 못 산다고 했다.


아는 선후배 친척 보험직원 다 물어봐도 삼거리 사고는 8:2 또는 7:3이지 10:0은 없다고 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포천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전화했다. 정보과장은 포천지역 거수자 발견이나 폭발물 발견 시 최초합동신문조를 함께 했기에 유일하게 아는 경찰이었다.


과장님 함 소령입니다. 포천삼거리서 교통사고 아내가 당했는데 교통과장에게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빨강불인데 정지한 앞차를 차선 변경해 지진했으면 100% 잘못 때리라고 만약에 99:1만 되어도 합의 없이 지오까지 갈 겁니다.


저와 술 마셔 보셨으니 제 성질 아시죠? 학교 교훈 의에 살고 의에 죽는 거~


교훈을 들먹거린 것은 교통과장이 성남중과 고교가 6년제 시절 성남을 나왔다는 것을 술 한잔 마시진 알았지만 정보과장 옆자리라 알고 있었다.


현장조사에 교통과 잎사귀 네 개가 나왔다. 줄자를 가지고 마이티 바퀴자국을 재고 르망이 백으로 밀린 거리를 쟀다.


신호 이야기를 크산티페가 그려준 그림과 함께 말로 설명했다. 결과는 포천 삼거리 사고 60년 사에 유일한 10:0 사고 처리를 했다.


앞니가 다 부서지고 갈비뼈가 부러진 중환자가 10:0 소식을 전하자 ㅎ ㅎ 웃었다.


그해 발톱이 빠자고 20년 후 또 발톱이 빠진다. 군의관이 함 소령 진급도 물 건너갔고 발톱 이거 군단급 병원서 완치 못하니 수통후송 소견서 써줄 테니 가라고 한 걸 안 간 것이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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