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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Jul 02. 2024

유년시절의 추억. 29

총 맞은 것처럼

오는 12월에 신부가 되는 딸이 4살 때 이야기다. 반찬이 그다지 맛없는 것은 아닌데 나 밥 안 먹어했다.


크산티페는 딸에게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해 밥을 먹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날이 토요일 오후였다. 나는 즉석에서 딸을 일으켜 세우고 딸 침대에 눕게 했다.

 달력에 토요일에 동그라미를 치고, 월요일에 동그라미 치고 이날까지 총 7 끼니를 음식흡입 금지령을 내렸다.


크산티페에게 몰래 딸에게 밥 주기만 주면 내가 이 집에서 밥 안 먹을 테니 그리 알라고 했다.


정말 크산티페는 딸에게 내가 부대 출근한 동안에도 먹을 것을 안 주었다.


그 후로 12월 신부가 되는 34세 딸은 학교건 회사건 먹는 것에 대해서는 안 가리고 먹는다.


네 살 아래 아들은 누나의 밥 안 먹어 전설을 꼬맹이 시절 듣고 알아서 밥투정 없이 컸다.


 포천에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풍뎅이 통나무집에 가서 산채비빔밥을 4인분 주문했더니 애기는 하나를 반으로 나누어준다는 종업원 말에 딸 아들이 동시에 아니요 각각 1인분 주세요 했다.


밥알 하나 남김없이 다 먹은 빈 그릇에 사장님과 종업원 모두 놀랐다.


그런 딸이 12월 신부라니 마음이 총 맞은 것처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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