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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Jul 04. 2024

유년시절의 추억. 30

샛강 첫 키스 자리

시골초등학교를 다니고 6학년에 서울로 전학을 왔다. 횡성에서는 할아버지 소유 재산이 소가 99마리, 산이 3 정보, 논이 20마지기, 밭이 8,000평이었다.


부잣집 장손인데 서울로 위장전학을 와서 방하나 부엌 딸린 방을 전세 30만 원으로 시작 매년 5만 원 상승하여 고3 때는 55만 원이었다.


 그 마지막 55만 원 전셋집은 흑석동 중앙대 교수회관 짓느라고 편입된 중앙대부속병원 주치장 옆 골목으로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골목이 잘록하게 된 구간이 나오는데 그 우측이었다.


촌에서는 그녀와 1.2등을 엎치락뒤치락하다 전학 온 후 그녀는 경쟁자가 없어 공부 안 해도 1등 중학생이 되어서도 1등이었다.


그녀와 편지만 주고받다가 그녀는 원주여자고등학교에 합격통지서를 받고 서울로 나를 만나러 왔다.


오려면 혼자 오지 중학시절 선생님을 모시고 왔다. 1976년 12월부터 1977년 2월은 눈도 많이 내리고 기상관측 이후 몇 안 되는 영하 최고 기록에 한강물이 얼어 걸어서 한강을 걸을 수 있었다.


 대방역에서 만나 선생님을 소개하길래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 위에 성남중 25회로 졸업하고 뺑뺑이로 흑석동 검은 돌고등학교 배정받은 함문평입니다라고 했다.


선생님은 우리 배순선 혼자 안 오고 선생님이 따라붙어 기분이 별로지?


아~아~아닙니다. 선생님 계셔서 좋아요.


좋긴 뭐가 좋아 말 더듬는 거 보니 딱 걸렸는데~


 선생님은 여기 정류장 의자에 있을 테니 둘이 샛강에서 데이트하고 여기로 6시에 오라고 하셨다.


이 이야기는 소설집 <백서>에 나온다.


지금은 대방역에서 여의도 건너가는 여의교가 멋지게 서있지만 그 시절은 전철역 옆 지하차도 나가면 샛강에 돌다리만 있었다.


추위에 얼어붙은 샛강을 얼음 위를 걸었다. 앙상한 나무 앞에서 키스를 했다.


선생님 계신 곳에 와서 인사를 하고, 그녀와 선생님이 전철을 타는 모습을 보고 손을 흔들고 성남중야구장 외야수 담장 아래 집으로 왔다. 대학시험에 그녀는 바로 합격했고 난 3수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최인호처럼 선배 하고도 연애할 수도 있는데, 그때 소심해서 3학년이 높아도 너무 높아 보였다.


혼자 기분이 꿀꿀하면 샛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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