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졸인 것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3학년.
하교 후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온 순간, 따뜻한 냄새가 났고 반겨주는 사람이 있었다.
집에는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계셨다.
당시 아빠가 입원해 계셨고, 엄마는 늘 옆에서 간병을 하셨다.
집에서 밥 냄새, 반찬 냄새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날의 향은 더욱 짙게 다가왔다.
입원 중 육류는 당연히 금지였다. 하지만 당시 희귀 암으로 투병 중인 아빠는 회복될 기미가 희박했다.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먹고 싶은 거라도 먹게 해 달라는 아빠의 부탁에 우리 가족은 따랐다.
다음 날 아침, 집에서 먹을 양을 조금 덜어놓은 후 장조림을 들고 병원에 갔다.
그전에 병문안을 갔었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처음은 이때다.
빡빡머리를 하고 가뜩이나 말랐는데 더 마른 아빠의 모습. 어린 내가 보기에도 참 많이 아파 보였다.
장조림을 맛있게 먹는 아빠의 모습은, 옆에서 아빠를 보는 엄마의 모습은, 아픈 남편을 간호하는 딸을 보는 할머니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하다. 장조림의 짠맛은 각기 다른 세 사람의 눈물의 합일까 싶다.
그 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려는데 도저히 장조림이 입에 넘어가지 않았다. 전날 그렇게 먹고 싶던 반찬인데.
그 후로 종종 우리 집에는 장조림 냄새가 났다. 아빠가 유독 기운이 없을 때마다 찾았기 때문이다.
장조림 냄새가 날 때마다 마음을 졸였다. 장조림을 졸일수록 우리 가족의 맘도 졸였다.
혹시 더 건강이 나빠진 걸까 아니 더 나빠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긴 시간 졸여내어 더 이상 끓을 마음이 없어 타버렸을 때쯤, 아빠는 퇴원했다. 그리고 장조림을 찾지 않았다.
재발했을 때, 다른 곳에 이상이 생겨서 잠깐 입원했을 때 근처 죽집에서 주는 장조림을 먹는 것 외에 장조림을 먹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더 이상 장조림의 냄새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며칠 전, 야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 낯익은 냄새가 났다.
장조림 냄새가 분명하다. 순간 겁이 나서 '다녀왔습니다.'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주방을 보니 엄마가 솥 앞에 서있었다. "왔니? 일하느라 고생했어."라고 말하며 웃는 엄마의 모습을 보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아빠가 또 아픈 것은 아니겠구나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갑자기 장조림은 왜 한 걸까?
이모가 아파서 그 집안이 텅 비었다고 한다. 심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냉장고도 모두 텅.
그래서 엄마는 오늘 그 날의 할머니처럼 가슴 졸이며 장조림을 만드셨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
장조림은 내게 참 아픈 음식이다. 특유의 짠맛은 우리 가족의 눈물이다.
질긴 힘줄처럼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따라다닌다. 잘 씹어 삼켜야 하는데 목이 멘다.
내가 씹는 게 고깃덩이인지 울음을 참으려 깨문 혀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