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죽음, 그 애도일기 05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우리 함께 행복한 시간을 잠시나마 꿈꿨고, 그게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에 답답하고, 이해가 안된 적도 있어. 하지만 그건 네 마음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너의 마음을 돌려낼 방법을 찾지 못하는 내 역량에 대한 비난일 거야. 너의 태도 변화에 지레 겁을 먹어버린 내게 화가 난 것이겠지. 여전히 난 널 좋아하고 지지하고 있는데 못난 내 마음을 네게 드러냈고, 결국 미지의 영역에 둘 수 있던 관계를 내 손으로 아주 끊어버렸지.
삶은 각자가 믿는대로 펼쳐진대. 아직 내 안에서는 너와 함께하고싶은 무의식과 너를 끊어내려는 의식의 영역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아. 그 사이에서 내가 무엇을 믿고 싶은지 찾지 못했어. 내가 아는한 분명한 것은 이 속시끄러운 싸움에 널 초대하거나 도움을 구할 용기가 내겐 없다는 사실.
아프고 힘든 것도 나눌 줄 아는 게 좋은 연애고 좋은 친구관계 아닐까? 생각하지만 우린 동료에서 연인이 되지도, 친구가 되지도 못한 채 끝난 관계니까. 관계가 깊어지자는 나의 제안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한 네게 그 응답에 반하는 무게를 네게 지울 수는 없는 거니까.
처음 고백은 단지 내게 너가 나눠준 것들이 고마웠기에 이제는 내 방어를 풀고 나도 아낌없이 네게 내 것들을 나눠주고 싶다는 마음, 내 스스로의 결심, 의지의 표명 같은 거였어. 그런 결심은 혼자 해도 되는 것이지만 네게 내 속마음을 꺼내 보여주고 싶었어. 맞아, 너의 세상의 언어에서는 내 고백을 달리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까지 내가 균형있게 생각하지 못하고 그 순간, 내 세상의 언어로 너에게 배려하고 다가가고 있었던 거야. 통신은 불발됐고, 행성은 충돌했지.
너에게 나의 기쁨과 환희를 나누고 싶은 내 의도와 달리 내 메시지가 너라는 세상에 착륙했을 때는 다르게 통역되어 전달되었고, 어쩌면 너는 내가 방어벽을 세우고, 적정 거리를 두며 너의 흐름에 이끌려가는 내 모습, 그 정도의 속도가 편하고 좋은 속도였나봐. 그렇게 교신했다면 우리의 현재는 달라졌을까? 애꿎은 상상을 해보며^^
너가 나눠주는 에너지, 너라는 사람이 방사하는 기류와 흐름을 내 세상의 언어로 해석하고 그 기류를 내 스타일로 바꾸고 싶어했다는 것. 그게 내가 한 가장 큰 잘못아닐까? 애꿎은 질문을 또 다시 공중에 던져봐.
우리는 함께 춤을 추고 있었는데 갑자기 즐거운 춤을 멈추고 대화를 하자고 내가 무드를 깬 거지. 넌 불편했겠지. 하지만 그것도 나니까. 너는 나를 안아주지 못했지만 이러한 나를 나는 안아줘야겠지.
너의 언어를, 세상을 내가 배워나가기도 전에 우리의 대화가 끝이난 게 아쉽지만
여전히 너는 그 세상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쓰다보니 이건 네게 보내는 편지라기보단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같네ㅎㅎ 내가 나를 안아주기 위한 편지.
언어가 달랐고 교신이 잘못된 것이다. 넌 오해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잘못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먼저 내게 말해주고 싶나봐. 내 안의 평화를 먼저 찾아야할 것 같아. 내 안의 행복을 먼저 빌어줘야할 것 같아. 섣불리 너의 행복을 빌기보다 나의 행복을 먼저 빌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