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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Jun 13. 2021

미국이랑 중국? 전쟁은 무슨

미중 경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 <미중 카르텔>, 박홍서

# 미중 패권 경쟁?


* 박스 안은 인용구


미국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때리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의 첨단 산업을 막는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수급을 건드렸다. 중국의 대표 IT 기업인 화웨이는 고꾸라졌다. 아래 그림을 보면 명확해진다.


2020년 매출액은 2019년 대비 상승했지만, 영업이익,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역성장했다. 이 기업은 원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0% 이상 고속성장 했던 기업이다.


화웨이 매출액(좌) - 영업이익(중) - 영업활동 현금흐름(우)


정치적으로도, 미국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근거로 강력하게 비판한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 문제가 제기된지는 꽤 오래 됐다. 다만 이게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건, 최근에 와서다. 작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이 문제를 꾸준히 의제화시켜왔다. 아래는 구글 트렌드에서 "Uyghurs"를 검색한 결과다. 작년부터 관심도가 급등했다.


구글 트렌드('21.6)


하여간 미국과 중국이 엄청 싸운다. 미중 갈등이 단순한 경제적 대립, 정치적 비난에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얘네 둘이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거다.


박홍서 - 미중 카르텔


그러나 오늘 소개할 책인 '미중 카르텔'을 쓴 박홍서 박사는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이 책은 미중 관계가 대립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미중 관계가 국제 질서 안정을 대전제로 하는 카르텔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중 갈등과 경쟁도 그런 대전제 아래서 전개된다고 설명한다.

미중 양국이 정교한 로드맵에 따라 담합 관계를 구축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양국 정책 결정자의 의도가 무엇이든 양국 관계의 '구조'가 카르텔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전쟁'까지 말하는 빡센 주장들이 넘친다. 그런데 '서로 적당히 선을 지키고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이 흥미로웠다. 바로 구매해서 읽어봤다. 재밌었고, 수긍되는 측면도 많았다. 그래서 글을 쓴다.




# 전쟁 못 해 : 핵무기가 있는데


소련이 망하기 전까지, 미국과 소련은 50년간 싸웠다. 그런데 전쟁은 안했다. 둘 다 평화를 사랑해서 그랬나? 아니라고 본다. 미국은 1990년대에 중동에서 전쟁을 했다. 러시아도 2014년에 크림반도를 침공했다. 둘다 잘만 팬다. 그렇지만 서로 싸우지는 않았다.


미국 경찰은 범죄 현장에 가면, 스스럼없이 총을 꺼내고, 쏜다. 우리나라 경찰과는 다르다. 미국의 총기보급률이 인구 100명당 120.5정이다. 미국 경찰은 '내가 먼저 안 쏘면, 내가 맞는다'는 인식이 있다.


미국과 소련의 관계도 비슷하다. 만약 두 나라가 전쟁을 하면, 서로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핵무기 때문이다. 범죄 현장으로 치면, 미사일은 '칼'이고 핵무기는 '총' 정도 된다. 총이 개입되니까, '목숨' 문제가 된다. 총 맞기 전에 먼저 쏴야하는 것처럼, 핵무기도 맞기 전에 먼저 터뜨려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서로 안 싸우는 게 최선이다. 싸우기 시작하면, 서로 핵폭탄을 날리기 때문이다. '말로만' 싸우고, '내 부하들'이 싸우는 건 괜찮지만, 서로 직접 싸우면 안 된다. 둘 다 죽을 수가 있다. 미국과 소련은 이걸 50년 이상 했다.


미국과 중국은 다를까?


저자는 미국과 중국도 똑같다고 본다. 둘 다 핵무기 보유 국가다.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모두, 현재의 자본주의 질서로부터 이득을 얻는 주요 국가들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전쟁까지 할까?


첫째, '핵 억지력'의 유무다. 핵무기 시대 이전의 국가들은 협상이 막히면 전쟁이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핵무기 시대에 그런 행태는 더는 통용될 수 없다. 핵전쟁은 공멸이기 때문에 국가들은 전쟁으로 해결하던 난제들을 이제 정치적으로 풀어야만 한다.

두 번째 요인은 양국의 지리적 환경이다. 독일이나 일본은 영토가 협소해 힘이 커질 때마다 인접국가들을 침범했다. 미중 관계는 이와 다르다. 각각의 영토가 광활하고 세력권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이에 더해 또 다른 강력한 전쟁 차단 요인을 가지고 있다. 양국이 자본주의 국제 질서의 핵심 구성국이라는 사실이다. 동일한 제조업 상품을 팔기 위해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미국은 중국에 달러와 지식을 수출하고 중국은 미국에 제조업 상품을 수출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각자의 불만이 있을 거다. 하지만 어쨌든, 둘 다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그리고 둘 다 지금 싸우면 죽을 수도 있다. 저자는 묻는다. "이런 상황인데, 둘이 왜 싸우겠냐?"


물론, 세상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미중간 '전쟁' or 'No 전쟁' 사이에서 베팅을 해야 한다면, 나는 'No 전쟁'에 베팅할 거다.




# 경제가 전쟁이다


전쟁은 없다고, 경쟁도 없는 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로 경쟁한다. 구체적으로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이다. 미국은 중국이 굶어죽는 걸 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중국이 머리가 커져서, 반도체, AI 등 '첨단 산업'에서 잘나가는 걸 내버려 둘 수는 없다.


트럼프 정권은 보복관세 대상 품목에서 의류, 가구, 완구와 같은 일반 소비 상품은 제외했으나, 전자나 기계류 등 첨단 제품은 포함했다. 9월 강행된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 대상에서도 의류, 농산물, 가구 등 일반 소비 상품은 제외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미국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소비 상품들은 오히려 미국에 이득이 된다. 그러나 첨단 상품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중국의 기술 굴기를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권이 ZTE의 미국 내 영업을 금지하고, 중국 반도체 회사 푸젠진화에 대한 장비 및 기술이전을 금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5G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화웨이에 대한 압박도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 로봇, 양자 컴퓨터 등과 관련된 수출 통제를 강화한 미 산업안보국의 결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미중 갈등의 핵심은 '중국의 GDP'가 아니다. 핵심은 바로,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에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계속 저품질, 저기술을 요하는 의류, 가구, 완구 등에 머무르는게 최선이다. 그런것만 계속 만들면서 GDP가 높아지는건 그렇게 큰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이것만 만들면서 살 수는 없다.


아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제조업 부가가치 추이를 보여준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제조업 부가가치도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보다 낮다. 이래서는 '먹고 살 수'는 있어도, '잘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러니 중국은 반도체, 5G, AI, 로봇, 우주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원래 미국 영역이다. 미국은 짜증난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미국은 중국과 거래하는 자국 기업은 물론, 타국 기업까지도 규제한다.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도 막는다. 미중 무역 전쟁의 본질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쉽게 포기할리는 없다. 중국이라고 언제까지 '세계의 공장' 노릇만 하고 싶지는 않을 거다. 본인들도 '세계의 공장'말고, '세계의 헤드쿼터'가 되고싶지 않을까? '세계의 공장'을 하고 싶어도, 이제 그럴수가 없다. 임금이 너무 많이 올랐다. 단순 노동만 하기에는, 머리와 몸이 너무 커버렸다.


미중 경제 전쟁은 과거의 전쟁처럼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굉장히 오래갈 것 같다. 실제 전쟁은 승패가 명확하다. 그렇지만 경제 전쟁은 아니다. 여기서 진다고 나라가 망하거나, 식민 지배를 당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이 오래갈 확률이 높다. 쇼부가 잘 안 난다.





# 패권이 넘어갈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까?


저자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 군사-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 (2) 문화적 매력과 같은 소프트파워, 그리고 (3) 통화신용이 바로 그것이다.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바로 '통화신용'이다. 미국은 원한다면 전세계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다. '전세계의 돈'인 '달러'를 마음껏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생각보다 엄청 큰 거다.


중국 노동자들은 죽어라 일해서 뭔가를 만든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서 이걸 산다. 이게 미국 무역 적자의 본질이다. 미국은 달러만 건네주는데, 중국은 노동과 시간, 그리고 상품을 건넨다. 누가 '개이득'인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달러를 원한다. 미국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미국의 넓은 영토, 꾸준히 증가하는 인구, 멈추지 않는 혁신, 뛰어난 과학기술, 지속가능한 정치체제, 문화적인 친밀감 등이 신뢰의 기반이다. 다른 나라가 망해도, 미국은 안 망할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 나라의 '돈'이 가장 인기가 높다.


전체 인구 대비 이민자 비중(보라색) / 이민자 수(초록색)


위 그림은 미국의 이민자 추이다. '18년, 미국의 전체 인구 대비 이민자 비중이 15%에 달한다. 이민자의 수도 계속 증가 추세다. 전세계 사람들은 여전히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향한다. 주식시장에서, 돈은 '될 것 같은 업종'에 몰린다. 사람도, '될 것 같은 나라'로 몰린다.


과연, 전세계가 달러 대신 위안을 원하게 될까?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신, 중국의 상하이로 이민을 가게 될까? 영어 대신, 중국어를 공용어로 쓰게 될까? 하버드 대학교 대신, 북경대학교를 선택하게 될까?


글쎄, 난 그게 잘 상상이 안 된다.





# 전쟁 안해, 걱정마


흥미로운 책이다. 나는 이 책의 아주 일부분만을 인용했다. 이 책에는 타이완, 북한에 대한 미중 양국의 태도, 한국이 취해야할 방향,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에서의 양국간 대립도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현재의 미중관계가 궁금하다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두 국가가 '구조적으로 전쟁을 하기 힘들다면',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도 조금은 넓어질 것이다. 맹목적인 친미 혹은 친중, 그게 과연 바람직한 걸까? 앞으로 '구조적인 경쟁'은 더욱 심해질 텐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중갈등의 본질은 무엇일까?


아래는 저자가 인용한 2015년 10월,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중국 군함 간의 교신 내용이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군함은 자주 대치한다. 이러한 대치는 미중 대립의 첨예한 사례로 인용된다.


"헤이, 이번주 토요일에 뭐할 거야? 우리는 피자와 닭 날개를 먹고 있어."

"이제 너희들과 같이 갈 수 없을 것 같아. 즐거운 항해가 되기를 바라.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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