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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Sep 22. 2021

포커로 인생을 배운다?

포커 선수가 된 심리학 박사 - <블러프>, 마리아 코니코바

# 시간 때우다가


나는 고스톱을 못 친다. 봐도봐도 헷갈린다. 그런데 포커는 친다. 두 게임 모두 핵심은 '색깔 맞추기'지만, 고스톱은 어렵고, 포커는 쉽다.


요즘 심심할때 핸드폰으로 포커를 쳤다. 그러다가 얼마전 서점에서 <블러프>라는 책을 발견했다. 저자 이력이 흥미롭다. 그녀는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업 작가로 살던 그녀는, 포커와 심리학을 연계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후로 책을 쓰면서 포커를 공부하면서 포커 선수가 됐고, 국제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다.



저자는 '포커'와 '심리학'으로 사람을 설명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태도, 확증편향과 자만심의 위험성, 편견의 해로움 등 심리학 이론을 '포커'를 통해 정리한다.


어떻게 보면 뻔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래도 읽다보니 시간은 잘 간다. 이 책은 심리학과 에세이,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은 책이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3가지가 인상 깊었다.




# 인생은 불확실해


뛰어난 포커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유연성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할 줄 아는, 모든 결정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줄 아는 유연성 말이다. 어떤 판을 플레이하는 단 하나의 올바른 길 같은 건 없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는 건 의미가 없다. 운은 운일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 즉 우리의 사고, 결정 과정, 반응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포커와 인생에서 '절대적'인건 없다고.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는 '확실함'만을 쫓지는 않는다. 가용한 정보 내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결과에 승복한다. 이 태도가 굉장히 맘에 들었다. 인간 세상에서 '절대'는 없다.


방금 게임하면서도 느꼈다. 방금 게임하면서 느꼈다. 첫 카드로 스페이드 페어를 받았다. 테이블에 스페이드가 하나 더 깔려서, 내가 하우스가 됐다. 상대에게 스트레이트나 플러쉬가 있으면 내가 진다. 깔린 패를 보니, 이어지는 숫자는 없고, 같은 색깔도 3장밖에 없다. 엥간하면 이긴다.


그런데 졌다. 상대는 하트 플러시였다. 처음 받은 2장이 하트였다. 레이즈도 안하고 콜만해서, 강한 패를 갖고 있다고 생각을 못했다. 나는 확신을 가지고 올인을 했다. 거지됐다.


이게 포커다. 절대적인 건 없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자신감을 가지고 베팅했는데, 작살날 수가 있다. 반대로 큰 기대없이 행동했는데도, 대박이 날 수도 있다. 세상살이는 불확실하다.


물론 누군가는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다른 누군가는 '불확실성' 앞에서 두려워한다. 나는 그렇게는 안 살고 싶다. 내 선에서 '최선의 판단'까지는 내리겠지만,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려고는 안 할 거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 돌아갈때, 조금만 짜증내고, 많이 짜증내지는 말아야 겠다. 반대로, 세상이 내 맘대로만 돌아가도, 조금만 좋아하고, 너무 많이 좋아하지는 말아야겠다. 운이라는 건 지 마음이고, 인생은 불확실하다.


포커치면서 전 판까지 계속 돈을 따고, 지금 판에서 좋은 패가 나와서 올인 쳤다가, 다 잃을 수도 있다. 인생도 그렇다.




# 포기하자~


자기평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포커 전략의 중요한 교훈은 때로는 판에서 발을 빼야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히어로 콜을 알고 있다. 하지만 히어로 폴드는 알고 있는가? 어떤 일을 하기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대단할 수 있다.

포기의 기술은 실로 강력하다. 나쁜 패에 돈을 걸기보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 상황이 바뀌었으니 자신도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저자는 말한다. 깔낌히 포기할줄 알아야 포커에서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포커에서 쓰레기같은 패를 들고도 포기를 안하면, 낭패를 본다.


지난 몇십년간 살아오면서 큰거 포기해본 기억은 없다. 포기라는게 없었던건 아닌데, 인생에서 '이거 없으면 큰일나!'하는 건 포기한 적이 없다. 노력과 운이 따라서, 큰 포기 없이 살아온 것 같다.


분명 언젠가는 내 인생에서도 큰 걸 포기해야 할 날이 올 거다. 그때 당당하게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게 무슨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그런 건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뭔가 '안 되는 걸 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할 때, '그건 내꺼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다 끝난걸 가지고, 혹은 안될거 가지고, 거기에 매달려서 힘과 시간을 쏟아부으면서 스스로를 소진시키는 말아야겠다.




# 남을 읽어라 


각 결정은 신호를 내보내고 뛰어난 플레이어는 그 신호를 읽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는 계속 주고받는 해석의 춤과 같다. 상대에게 어떻게 반응할까? 상대는 어떻게 반응할까? 종종 최고의 패가 이기지 못하기도 한다. 이기는 플레이어가 되려면 대단히 인간적인 의미에서 우월한 기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수준에서 초보적인 플레이어와 잘하는 플레이어를 넘어 탁월한 플레이어가 되려면 상대를 정확하게 읽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소극적인 플레이어를 상대할 때처럼 공격적인 플레이어를 상대해서는 안 된다. 실력이 약하고 블러핑을 잘 치는 플레이어를 상대할 때처럼 실력이 강한 플레이어를 상대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말한다. 포커를 잘하려면, 남을 잘 읽어야 한다고 말이다. 게임이나 세상살이나 '남'하고 한다. 상대를 정확하게 읽고, 대응하지 못하면, 꽤 힘들어진다.


방어적이고 꼼꼼한 사람이 올인을 외치면, 그 게임은 포기하는 게 낫다. 그는 정말 좋은 패가 아니라면 올인을 안할거다. 반대로 공격적이고 덤벙대는 사람이 올인을 외치면, 한번 걸어볼 수도 있다. 뻥카치고 있을 수도 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집돌이인 친구 A와 친해지고 싶다고 하자. 그와 친해지고 싶어서, 술먹고 클럽가서 밤새자고 하면 힘들다. 간단하게 저녁먹고 커피 먹고 헤어지자고 하는게 훨씬 낫다. 포커 게임을 치든, 사교 게임을 하든, 남을 잘 모르면 진다.


시간이 가면서 남을 잘 읽고, 잘 대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눈치도 빨라야 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도 깊어야 하고, 인내심도 뛰어나야 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이 나의 이해관계를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 포커나 더 치자


엄청나게 대단한 발견을 기록한 책은 아니다. 종종 문장도 길고, 지루함도 느껴진다. 그래도 포커칠 때 필요한 태도는 잘 서술되어 있다. 뻥카칠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짜 좋은 카드를 가지고 남의 칩을 다 빨아먹기 위해 필요한 태도는?


저자는 포커가 세상살이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세상살이도 결국에는 '타인과의 게임'이고, 그 과정에서 '최선의 전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어느정도는 타당하다. 근데 그렇게 살다가는 머리 터진다. 나는 못한다.


난 이 책에서 3가지 생각을 건졌다. 심심할 때 읽어볼만 하다. 포커에 관심있거나, 심리학에 관심있거나, 한 여성의 커리어 전환 과정에 관심이 간다면, 시간을 내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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