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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Nov 14. 2021

BTS, 다 해먹어라!

음악의 경제학 - <로코노믹스>, 앨런 크루거

# 국뽕 맞아라, 얍!


우리나라는 대단한 나라다. 60년전에 세계 최빈국이었다. 2020년 기준, GDP 세계 10위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신산업은 물론이고, 철강, 화학, 자동차 같은 전통산업에서도 일가를 이뤘다.


https://statisticstimes.com/economy/projected-world-gdp-ranking.php


이제는 문화산업까지 인정받는다. 원더걸스가 미국 진출에 도전했다가 조용해진게 10년전이다. BTS, 에스파 같은 후배들이 그걸 해냈다. 영상도 먹힌다. 기생충을 시작으로 오징어게임, 마이네임 등이 대박을 냈다.


아래는 BTS 소속사 하이브 매출액이다. 2016년 300억원이었는데, 18년 3,000억원이 됐다. 매출액이 10배 뛰었다. 2020년 매출액은 8,000억원이다. 올해는 1.2조원을 예상한다. 한류의 힘이다.


하이브 매출액-영업이익


그간 우리나라는 먹거나, 쓰는거를 팔았다. 이제는 듣거나 보는걸 판다. 이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가능하다. 근데 그걸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로코노믹스>라는 책이 떠올랐다.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 교수 '앨런 크루거'가 쓴 책이다. 나온지 얼마 안 됐다. 다만, 그는 2019년 58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과거 그와 함께 최저임금의 파급효과에 관해 연구했던 '데이비드 카드' 교수는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앨런 크루거는 뛰어난 경제학자로 인정받는 사람이다. '오바마의 경제교사'라고도 불렸다.


그가 이 책에서 제시한 개념들로, BTS의 성공을 조금 설명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BTS, 왜 잘됐을까?


* 박스 안은 인용구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말을 듣는다. 유튜브는 이걸 가능하게 한다. 유튜브에서 나는, 미국에 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내가 원할 때 들을 수 있다. 나는 시간도, 장소도 초월해서, 그에게 접근할 수 있다.


나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유튜브를 쓴다. 그곳에서 언제든 BTS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BTS와 가까워졌다. 10년전만 해도 이게 어려웠다. 그때는 TV에서 틀어주는 것만 봐야 했다. 이제는 아니다.


저자는 말한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그간의 ICT 기술개발이 사람들과 '뮤지션'의 거리를 가깝게 했다고 말이다.


경제성장은 별도로 하고, 슈퍼스타 뮤지션의 소득이 증가한 원인은 녹음과 증폭 기술의 개발에 있었다. 이후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뮤지션들의 성취 규모는 더욱 크게 확장됐다.

비욘세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사실상 무한하게 많은 청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일단 노래를 작곡하면, 일반 청중에게 보급하기 위한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플랫폼 서비스' 덕택에 사람들은 시공간과 국적을 초월해서 음악에 쉽게 접근한다. 녹음과 녹화 기술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BTS의 춤과 음악을 직접 못 듣는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었으면, 원할때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아래 표는 미국 음반 산업 매출 추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후반, 불법 음반 유통으로 음반 산업의 매출은 감소했다. 그렇지만 이후 플랫폼의 등장으로 음반산업 매출액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플랫폼은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BTS는 영어도 안 쓴다. 장르도 힙합, 락이 아닌 K-Pop이다. 플랫폼이 없었으면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어떤 정신나간 배급-유통사가 한국 보이그룹의 음악을 전세계에 수출하려고 했겠는가? 그리고 수출을 안 하면, 사람들은 모른다.


플랫폼이 없었다면, BTS는 계속 갇혀 있었을 거다. 적어도, 지금처럼 빠르게 성공하기는 어려웠을 거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문화산업의 성장이다. 사람들은 옛날보다 더 잘 먹고 잘 산다. 그래서 문화와 여가에 돈을 더 많이 쓴다.


콘서트 티켓 가격의 상승은 엔터테인먼트 이벤트에 참가하는 비용이 대체로 증가한 것을 반영한다.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스포츠 이벤트, 영화, 연극의 티켓 가격도 물가상승률보다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국가가 부유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여가 활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사실을 반영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간의 경제 성장 덕택에 사람들은 몇십만원 짜리 콘서트 티켓도 쉽게 구매하게 됐다. 그리고 '덕질'한답시고 똑같은 음반을 몇개씩 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면, 꿈만같은 이야기다.


아래는 국가별 GDP와 음반 지출간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국가의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음반 지출은 증가한다. 더 잘먹고 잘살게 될수록, 문화와 음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BTS는 '문화산업'에 대한 수요와 소비의사가 높은 시기에 아티스트가 됐다. 그래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콘서트를 할 수 있고, 음반을 판매할 수 있다. 코로나로 콘서트가 막혔어도, BTS는 '방방콘'을 했다. 90분간 250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풍요로워 졌다. 그리고 ICT 기술은 사람의 소비를 쉽게 만들어줬다. 그래서 사람들은 BTS에 쉽게 돈을 쓴다.


세 번째, 운도 좋았다. 분명 BTS는 열심히 노력했다. 그들은 피와 땀으로 살았다. 평범한 사람들은 못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운이 좋았다. 그래서 그들의 피와 땀을 내가 알 수 있다.


음악 산업에서는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타이밍, 분위기, 초기의 평가, 방송 시간을 포함한 우연적 요인들 모두가 히트곡의 탄생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1960년부터 2017년까지 매주 발표된 <빌보드> 차트에 1위 곡을 올려놓은 706개의 밴드 중에서 똑같은 위업을 다시 한 번이라도 달성한 밴드가 30%에도 못 미치는 이유를 말해준다.

음악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상당히 많다. 그러나 재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능에 더하여, 또 다른 밴드가 당신의 곡보다 인기가 좋은 곡을 같은 시기에 내놓았는가와 같이 우연적 요인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


저자는 흥미로운 표를 제시한다. 한 가수가 빌보드 탑100에 포함되는 빈도수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경우, 일생 단 한번만 올라간다. 만약 음악 산업이 '능력만으로 보상받는 다면' 잘하는 놈이 계속 잘할 확률이 높다. 시험이 대표적이다. 만점 맞는 놈은 계속 만점 근처에서 논다.


그런데 음악은 아니다. 잘했던 놈이 계속 잘할 확률이 엄청 났다. 바꿔 말하면, '잘한다'는 게 개인의 역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운이 엄청 크다는 거다. 매일매일 변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인가? 내 마음을 나도 모르는데. 어제 좋았던 음악이 오늘은 별로다.


BTS는 'K스타일'의 음악이 '플랫폼'을 통해 '경제력이 높아진 전세계인'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기에 활동하고 있다.


이 모든게 맞아떨어져서, 그들의 피땀눈물은 '존멋탱'이 됐다.




# 생각해볼만한 거리


이 책은 '음악 산업'의 '경제적 측면'을 보여준다. 나는 여기서 크게 세 가지만 지목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음반 계약 구조의 불평등성, 음악계의 세습, 콘서트 티켓 가격의 결정 요소, 음악의 사회경제적 이점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거시 담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다룬다.


음악이나 경제학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만 하다. 이 책은 음악 산업을 뛰어넘는, '경제와 사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어쨌든, 그냥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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