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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Oct 08. 2019

휴직한 아들 퇴사한 아빠, 스페인에 가다 - 3편

도시별 느낀점 : 마드리드 - 톨레도 - 세비야

본 글은 2주간 다녀온 아빠와의 스페인 여행기 3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페인 각 도시별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 1편 : 아빠와의 여행 계(http://brunch.co.kr/@simsimhae/36)

 - 2편 : 아빠와의 여행 칙 (http://brunch.co.kr/@simsimhae/37)



I. 수 많은, 흔한 유럽 도시 중 하나, 마드리드


환승까지 포함 무려 18시간을 버틴 후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일본 도쿄, 그리고 대한민국 서울. 이 도시들은 모두 나라의 수도이자, 나라의 대표 도시다. 나는 마드리드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마드리드는 무특색이 특색인 도시였다.


우선 아래 왼쪽 그림을 보자. 구글에 마드리드라고 치면 나온다. 내가 산 마드리드 엽서도 이 그림이다. 그런데 설명없이, 뽀샵없이 봤다면, 그냥 흔하디 흔한 유럽 도시 중 하나로 보이지 않는가? 적어도 나에 그랬다. 많은 유럽 도시 중 하나인 마드리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좌) /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우) 차라리 푸프가 뭔가 더 있어보인다


이 도시의 여행 명소를 검색해보자.

프라도 미술관/레이나 소피아 미술관/마드리드 왕궁/알무데나 대성당/마요르 광장/솔 광장. 미술관왕궁성당. 그래, 여기까지는 좋다. 파리도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이 먹여살린다. 그러나 문제는, 마드리드의 그것들이 다른 유럽 도시의 그것에 비해  특색이 없다는 데 있다.


나는 미술에 조예가 없다.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이 있다면 흥미를 가질 정도는 되지만, 미술을 직접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다. 마드리드에는 피카소, 고야 등 쟁쟁한 화가의 그림이 있다. 그렇지만 하나의 미술관에 다 모여있는 것도 아니고, 고야는 프라도 미술관/피카소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 분산되어 있는 식이다.


나, 이정도 열정은 없다. 차라리 스페인의 경제정책 내 관심을 끈다.

미술관으로 유명한 마드리드, 미술에는 관심이 없는 나. 이 도시와 나는 관심사부터 어긋났다.


마드리드 왕궁은 또 어떤가?

베르사유 궁전처럼 엄청 화려하거나 데코가 잘 된 것도 아니고, 벨베데레 왕궁처럼 아기자기하면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같은, 관람객을 사로잡는 확실한 컨텐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유럽 패권이 확실히 프랑스, 국 같은 윗동네로 넘어갔구나 생각이 들 정도 평범했다. 물론 왕궁 천장 그림에 멕시코/페루/필리핀을 인들 영토로 그려놓은걸 보고, "제국주의 국가는 맞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왕궁 밖이나 안이나, 뭐 별게 없었다.


마드리드 왕궁/알무데나 대성당 앞


그 앞에 있는 알무데나 대성당도 마찬가지였다.  감흥이 없었다. '아무데나 대성당'이라고 이름 바꾸고 혼자 킥킥댔던 기억이 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프라하 성 비투스 성당,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을 보고난 후에 본 이 성당. 그냥 유럽의 흔한 성당 중 하나.


가이드가 스토리를 알려줬다면 동 포인트가 있었겠지만, 나는 그런 거 없.

성당 앞에서 먹었던 젤라또만 기억난다.

그 젤라또는 아무데서나 파는 그런 맛은 아니었다.


마드리드 왕궁(좌)과 알무데나 대성당(우) 딱히 감흥이 없다.


마요르 광장, 솔 광장. 그네들 나름 역사가 있을 거다. 그런데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빠지는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로세움 등 거대 유적지 한복판에 있는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비해, 드리드의 광장들은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특색은 떨어지데다, 앉아서 쉴 수 있는 광장 본연의 기능도 족하다.


흔한 상업 거리 느낌. 외국인이 광화문 광장에 오면 이런 느낌을 받을?

본인들끼리 큰 의미를 지만, 돈 쓰지 않는 이상 딱히 쉴 곳도 할 곳도 없는 그런 곳


물이 들어오는 특성이 있는 산 마르코 광장(좌) 마드리드 대표 광장인 마요르 광장 (우)

물론 유럽 도시답게, 땅바닥에 돌도 깔려있고 건물도 기자기하다. 지만 그게 다다.

아 너무 심하게 ? 데 정말 이랬다.

냄새나고/청결하지 않은 건 다른 유럽 도시들이랑 비슷한데, 이걸 참아줄만한 그 무언가 없.


베네치아에는 수상 택시가, 로마에는 콜로세움이, 피렌체에는 천재 흔적이, 파리에는 재수 없는 화려함이, 프라하에는 투박함에서 나오는 따뜻함이 있었다. 마드리드는 아무것도 없었다. 큰 상업 도시다. 그래서 난 실망했다.


, 그래도 몇 가지 감명 깊었던 건 있다.


첫째, 정부청사가 끝내주게 멋있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부러웠다. 업장의 건축적 화려함이 뭐가 중요한가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렇지만 일하는 곳이 멋있으면 좋지 않?

뽕도 들어가고. 자부심도 넘칠거고.


게다가 마드리드는 수도다. 화/상업/유흥시설 집약된 곳. 스페인 중앙부처 공무원은 수도에서, 아침마다 뽕을 넣어주는 건물에서 일하고 있었다. 많이 부러웠다. 수도에서 일하는  장점이. 사한줄 알고 열심히 일하세요 에스빠뇰 공무원들.


마드리드 기차역 앞의 농림부 건물


둘째, '그들의 과거 역사 현재의 인종차별 문제가 관련이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드리드 왕궁 천장 벽화에는 옛 식민지가 그려져 있다. 멕시코, 필리핀, 페루 등.

우리로 치면 경북궁 벽화에 식민지였던 나라 겨져있는 거랑 비슷할 거다.


우리와 비슷하게, 스페인 사람들 어릴 때부터 왕궁 방문하며 역사교육을 받을 거다. 그리고 선조의 위대함을 울거다. 다른 국가, 다른 인종, 비백인-비유럽인을 지배 조상님들. 그게 위대함의 원천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하나축적돼서 백인 우월주의가 나지 않았을까? 직히 말하면 재수 없었다.

'너네들은 잘난 선조 만났구나'




II. 내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된 중세 도시, 톨레도


마드리드에서 감흥을 축적면서, 두려움도 같이 축적되었다.

스페인 다며. 그런데 나라수도가 이 정도,  여기서 14일을 어떻게 티지?'


1시간 가량 기차를 타고 도착한 톨레도.

그곳에서 나는 스페인에 대한 기대감을 회복다. 여행에서 만났던 가이드님의 말.


마드리드는 원래 아무 것도 없는 땅이었고 역사도, 문화도  없어요. 그런데 관공서들 옮겨놓고 수도라고 한거죠. 우리도 세종 이전했죠?”

나는 세종시를 보고 한국을 다고 생각한 거다. 로마시대부터 16세기까지,

스페인의 수도는 바로 이곳, 톨레도였다.

중세 유럽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


톨레도의 전경, 카메라가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톨레도는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이 작은 도시 안에 성당, 관공서가 오밀조밀 모여있다. 외부 침략을 방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중세 스페인의 수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 


나는 문득 대학로 낙산공원 떠올. 낙산공원을 걷는다. 구불구불 주택가가 나온다, 사를 가진 성곽 있다. 맛있는 음식점도 있다. 낙산공원을 걷다보동화 속에서 탐험하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톨레도에서 이 느낌을 받았다.


톨레도의 이름모를 골목


오밀조밀, 귀엽게 모여 있는 따뜻한 색감의 건물. 도시계획 하면서 자대고 그린 곳이 아닌지라, 길은 구불구불했다. 건물은 미로처럼 서 있었다. 그리고 도도하게 나를 맞아줬다.

이곳에서 연인 중세 시대의 미로를 함께 탐험하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을 받을 만 같다. 규모도 작서, 하루 투자, 걸면서 모든 곳을 볼 수 있다.


무슨 대단한 유적지가 는게 아니다. 미 말했듯, 동화 속 주인공이 되는 느낌 좋았다. 다른 곳은 유적지가 주인공다. 여기내가 주인공이. 장엄하고 거대해서 압도당하는게 아니라, 포근하고 따뜻하게 탐험하는 느낌?


중세 대의 유럽 을을 걸으며, 나는 영주가 되는 상상을 하면서 혼자 키득거렸다.

'나는 잠을 자겠노라, 짐에게는 결재판을 가져오지 마라. 혼내주겠노라. 다만 하몽과 신라면, 그리고 모히또만 가져오거라'

개뿔, 농노로 태어나지만 않아도 행운일테다.


이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곳이 이 곳이다. 나는 이곳의 탐험가였다.

차가 잘 다니지 않는 아기자기한 중세 골목길 / 15분 간격으로 오른쪽의 이쁜 성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톨레도는 당일치기로 다녀온다. 그런데 톨레도는 1박을 투자할 만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 1박이 마드리드의 1을 대신하는거면 더욱 그렇다.

기차 시간 때문에 이곳의 야경을 못봤던 게 아쉽다. 중세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

중세 도시 야경이 들어오면 어떨까?


대성당과 알카사르, 톨레도의 전경(좌) / 톨레도 야경(우)

마드리드에서 소매치기 걱정하며 혼잡한 곳을 걸어다니는 것보다, 톨레도에서 느긋하게 마을을 거닐며 와인 한잔 시고 는게 나았을 텐데. , 다.


다음 도시는 세비야였고, 나는 스페인에 온 내 자신의 선택을 칭찬해주기 시작했다.




III. 문화와 상업이 적절히 융합된, 한번 아보고 싶은 도시, 세비야


스페인의 전성기였던 대항해 시대.

덩그러니 내륙에 떨어져 있던 수도 톨레도를 대신해, 실질적인 경제적•정치적 수도 역할을 담당했던 곳 세비야고 한다.


신대륙의 물자가 밀려 들어온 로 개척 등 야한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뤄졌던 곳.

잘나갔던 도시라, 랜드마크 다양하다.

이슬람 양식이 짬뽕된 개성 넘치는 세비야 대성당,  왕의 정원인 알카사르, 마드리드의 광장을 압살하는 스페인 광장 등등. 보고 들을 게 많.


세비야의 괴달 키비르 강. 500~600년 전, 이곳은 신대륙의 금은보화가 제일 먼저 들어오는 곳이었을 거다.

과거에 묻혀지도 않. 평점 높은 바·클럽도 있고 현대식 건물도 적절히 혼합되어 있다. 도시 크기도 걸어 다니는 여행자게 호의적이다. 끝에서 끝까지 40분이면 움직일 수 있다. 마드리드처럼 소매치기걱정야하정신없는 상업도시도 아니고, 톨레도처럼 중세만 갇혀있는 시골 도시 아니다.

'살아볼만 하다라는 느낌을 는,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진보가 적절히 균형을 갖춘 도시다.


현대식 건물인 메트로폴 파라솔에서 바라본 세비야의 야경(좌) / 새벽 2시에도 사람이 북적북적한 뒷골목에서 먹은 1.5유로 짜리 맥주(우)


이 도시에서 한 가지 던 건, 이 나라 사람들이 내 예상보다 더 '콜럼버스'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거다. 스페인 광장에는 스페인 각 도시별로 그림이 그려져있데, 콜럼버스 일화를 그린 그림이 상당히 많다. 가령 바르셀로나에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이사벨 여왕에게 보고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도시 중심부 광장에는 대다수가 좋아하는 인물을 그렸을 거다.


스페인 광장의 바르셀로나 그림

세비야 대성당에는 콜럼버스의 묘지 있다. 카톨릭성인도 아니고. 굳이 성당에 묻힐 필요가 있싶긴 한데, 그만큼 이들이 콜럼버스를 좋아하는 방증 아닐까? 피렌체가 미켈란젤로의 도시라, 여기는 콜럼버스의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동인이다. 콜럼버스 큰 관심이 없을뿐더러, 솔직히 내 입장에서 그는 깡패와 크게 다를  없는 존재다. 본인들 입장에서야 발견이지,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총 들이밀, 역병 옮겨, 사람 데려가지, 깡패보다 못한 존재일 테다. 나에게는 후자의 콜럼버스가 더 크.


어쨌든, 워낙 역사가 깊고 볼 것도 많은 도시라 가이드 투어를 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콜럼버스 일화부터 시작해서, 스페인 광장, 세비야 대성당, 알카사르 등 주요 관광지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그리고 감동은 배가 되었다. 세비야는 꼭 가이드 투어를 해야 한다.


스페인 광장(왼쪽), 세비야 대성당(가운데), 세비야 대성당 종탑 가는 길(오른쪽)

특히 알카사르를 건너뛰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 나는 정말 신기하고 좋았다. 알함브라 궁전을 나중에 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 아랍풍이구나. 그래 이게 스페인이지. 이슬람과 유럽이 혼합된 독특한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참 예쁘고 독특하다고 느꼈다. 문득 터키가 궁금해졌다.


이슬람의 독특한 타일 (윗쪽 그림의 왼쪽/중간), 이슬람과 아랍 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정원(윗쪽 그림의 오른쪽과 아랫쪽 그림)


요약하자면, 세비야는 (1) 볼거리와 문화가 풍부하면서, (2) 메트로폴 파라솔을 비롯한 현대 건축물과 쇼핑 시설도 적절히 있고, (3) 나름 핫한 바와 클럽도 있, (4) 까지 술을 마셔도 안전 느낌을 , 그런 도시였다.


특히 세비야 대상당 올라가는 길이 참 재밌다. 교회 종탑으로 올라가는 건데, 그 위에서 바라본 세비야의 경치가 얼마나 예쁘던지.. 가는 중간 중간에 창문이 뚫려 있어서 올라가는 길도 심심하지 않았다.

세비야 대성당 종탑 찍고 내려가는 길


내가 느낀 세비야의 분위기는 두개의 사진로 표현될 것 같다.

적당히 사람이 많아서 활발한, 살아있는 도시(좌)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간직한 도시(우)


난 이때부터 스페인이 정말 좋아지기 시작했고, 론다라는 '최애 도시'에서 감동의 정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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