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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Dec 18. 2019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해야 한다

물리학자의 우주 탐험 예측 : 「인류의 미래」, 미치오 카쿠

과학 서적인 「인류의 미래」를 읽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이 책은 달, 화성 개척 등 미래 사회의 우주 탐험에 대해 물리학자가 쓴 글입니다.

■ 글의 구성

<1> 광속의 트랜스 휴먼
<2> 「인류의 미래」
<3> 우주 자원의 소유권
<4> 트랜스 휴머니즘과 텅 빈 모유
<5> 결론


1. 광속의 트랜스 휴먼


그래비티, 마션, 인터스텔라. 꽤 재밌게 본 '우주 영화'다. 우주 영화는 재밌다. 좁디좁은 지구, 그것도 한국에서 직업, 자산, 인종, 성별, 학력을 가지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와중에 우주 영화를 보면, 비루한 현실을 넘어서는 더 큰 가치와 진리가 있다는 걸 느낀다.


연봉 몇천만원, 자산 몇억원 더 벌려고 아웅다웅해봤자, 광할한 우주 앞에서는 나의 욕심과 세상의 이해관계는 먼지만도 못하다는 걸 깨달을 때의 허무감과 묘한 카타르시스. 우주 영화는 나에게 묻는다.

"몇십억년의 우주 역사에서 백년도 살까말까한데 뭘 그렇게 욕심을 부리니? 왜 사니 넌?"


관심이 있어서 그랬을까? 서점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을 발견했다. 「인류의 미래」라는 책인데, 부제로 "화성 개척, 성간여행, 불멸, 지구를 넘어선 인간에 대하여"가 써 있었다. 아이고, 또 무슨 얼치기 교양학자가 4차 산업혁명 어쩌고 하면서 대충 짜깁기 한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자가 누구인지 확인이나 해보려고 했다.

 


의외였다. 책의 저자는 얼치기 교양학자도 아니고, 여기저기 잡지식을 대충 끌어모아 미래를 예측하는 사기꾼도 아니었다. 저자는 미치오 카쿠라는 물리학자다. 그는 하버드대학교를 최우수 등급으로 졸업하고(Summa Cum Laude), 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론 물리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이란다. 현재 뉴욕시립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인간의 영생, 화성 식민지 개척, 이런걸 인정받는 물리학자가 썼다고? 내용이 궁금해졌다. 펼쳐봤다. 써있던 내용이 좀 충격적이었다. 광속(빛의 속도)으로 이동하는 레이저에 관한 건데, 이 레이저에 나의 두뇌(기억)를 얹는다고 말한다.


감정, 가치관, 기억을 포함하는 나의 두뇌. 이 두뇌가 통째로 디지털화 되어서 보존된다. 컴퓨터같은 걸로 말이다. 몸은 없지만, 정신(두뇌)은 보존된다. 그리고 디지털화된 두뇌를 레이저빔에 얹어서 우주로 보낸다. 속으로 이동하는 레이저를 타고, 나의 정신은 태양계를 포함한 우주를 여행한다. 때때로 정거장에 멈춘다. 그리고 이 두뇌를 활용해 물리적 분신인 로봇을 만들고, 로봇을 조종해서 우주 식민지를 건설한다.


도라이가 아닌가 싶었다. 어디 SF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저자는 진지하다.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이론과 현재의 기술 개발 양상을 적시한다. 현실에 근거한 공상이랄까? 재밌게 느껴져서 바로 샀다. 책은 400페이지 가량 된다. 꽤 두껍지만, 몰입하니 금방 읽었다.


읽으면서 종종 든 생각. 누군가는 '지구적 차원'에서 '우주와 인류'에 대해 생각하는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가. 왜 나는 이토록 좁은가. 더 큰 세상과 우주가 있는데..


책을 펼치고 덮을 때마다 딴 세계로 순간이동을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내용이길래?






2. 「인류의 미래」


거칠게 나눠보자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는 행성 식민지 개척, 우주 여행 같은 '탈지구'의 현황과 방법.

두 번째로는 트랜스 휴머니즘의 전망과 미래 인류의 생존 양식이다.


대략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현재의 우주 산업 현황, AI/로봇과 우주 개척의 상관관계, 유전자 개발을 통한 '인간 개량', 외계생명체와의 조우 노력과 만남 확률, 수백년이 걸리는 우주 이동에 필요한 우주선의 구조, '냉동 인간'의 가능성 등 하여간 꿈에 나올법한 내용을 다룬다. 저자 진지하다. 그는 '현재의 과학 기술 양상과 미래의 개발 전망'에 대해 진지하게 말한다.


브런치에서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나는 '행성 식민지 개척'과 트랜스 휴머니즘으로 대표되는 '미래 인류'에 대한 저자의 논의를 좇아가보려고 한다.


# 지구 벗어나기


인용구는 색체 + 볼드체


저자는 작금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한다. 우리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진출해야 한다는 역사상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하나의 행성에 묶여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자비를 바라며 종말을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일종의 보험이 필요하다. 인류는 두 개의 행성에 적응하는 종이 되어야 한다


꿈 같은 소리라고 느꼈다.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 지구에서 해결할 문제도 많은 상황에서 넋 나간 거 아닌가 싶긴 했는만, 그래도 포부가 끝내주게 멋있었다. 저자는 인류를 위한 식민지 행성 개척을 위해, 우선 '달'에 가야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달은 먼 우주로 진출하는 로켓의 중간 급유지가 될 수 있으며, 달에 물이 존재한다면 기지에 거주하는 우주인들이 마시거나 소규모 농사를 지을 수도 있다. 달은 인류가 개발할 지구를 넘어선 최초의 식민지 행성이 될 것이다.


Moon Colonization / https://www.howandwhys.com/moon-colonization/


저자는 3D 프린터, AI 로봇을 활용해서 달에 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고 말한다. 로봇은 농장과 집을 대신 지어준다. 3D 프린터는 건축을 위해 필요한 주요 자재들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기계에게 명령을 내리고 관리를 하면 된다. 가끔 나가서 봐주고.


달을 개발하면 뭐가 좋을까?

달에는 희토류와 백금이 굉장히 많이 숨겨져 있을 걸로 추정된다. 핵융합반응에 필요한 헬륨 -3도 달에서 얻을 수 있다. 지구에서 값어치 높은 물질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금광이다. 채굴하고 운송할 수만 있다면, 콸콸콸 뽑아낼 수 있다.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2019년 2월 22일, 버진 갈라틱(Virgin Galatic)은 '일반인 탑승객'을 태우고 우주를 시험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준궤도 지점까지 올라가서 5분 정도 무중력 체험을 한 후 지구를 감상하고 내려온다. 곧 상용화될 전망이다. 아직 달은 아니지만, 준궤도까지는 간다

달 여행도 준비 중이다.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 2023년까지 차세대 우주선 '빅 팰컨 로켓(BFR)'을 타고 달을 여행하는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1인당 3억원 정도? 안전성이 검증되면, 돈 깨나 있는 사람들은 한번 가볼만 하다.


물론 기술 발전 시기가 예측과 어긋날 수는 있다. 자율차도 2019년에 상용화된다는 설이 있었는데, 아직은 요원하다. 그래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달 여행'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해보여도, 언젠가는 달로 여행을 갈 것이다.


달이 끝이 아니다. 다음은 화성이다. 저자에 따르면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 보잉(737 MAX를 말아드신 그 보잉 맞다)에 더불어,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모두 2040~2060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달이 임시 주거지 느낌이었다면, 화성은 '살아가기 위한 곳'이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계획도 꽤나 구체적이다. 가령 영구동토층이 나올 때까지 꽁꽁 얼어붙은 땅을 파고 들어가서, 얼음층이 발견되면 녹이고 정화하여 식수로 사용해서 '마실 물'을 얻는다. 또 산소를 추출하여 호흡용으로 비축해서 숨을 쉴 수 있게 한다. 산재해 있는 수소는 로켓 진의 연료로 사용해서 자체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한다.  


태양 에너지도 적극 활용한다. 전기는 대규모 태양열발전소를 지어서 생산해서 만들면 되고,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해 기 중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면 식물을 재배하면 된다. 건물을 짓고자 하면 사막에서 철과 강철을 추출하면 된다.


파격적인 주장은 바로 화성 테라모핑이다. 화성 테라포밍은 대기 중에 메탄이나 수증기 같은 온실가스를 살포하여 인공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온실가스가 화성에 쏟아지는 태양열을 포획하여 대기의 온도를 높이면 극지방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유출되면서 온난화가 가속될 것이다. 춥디 추운 화성의 온도는 높아진다. 생존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물론 이때도 AI 로봇과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된다. 주거지, 생활구역, 생산소 건설 같은 건 인간과는 달리, 지치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로봇이 담당할 것이다. DNA 조작 같은 유전공학 기술로 화성에서 먹을 수 있는 식물을 개발하면 된다.


Mars Colonization / https://www.humanmars.net/search/label/Book%20cover


미친소리 같은데, 저자는 확신에 차 있다. 결국에는 인간이 이 정도 기술을 발전시킬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게다가 AI 로봇 등의 기술적 발전 뿐 아니라, 인간의 내재적 능력 향상이 가능해질 거라고 말한다. 트랜스 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지점이다.



# 트랜스 휴머니즘


저자는 우선 인간 수명에 대해 말한다. 영생을 달성하려는 그간의 과학적 방법을 되짚는다. 텔로미어 등 유전자 조작을 통한 '육체의 영생'을 말한다. 마냥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저자가 가능성을 좀 더 높게 쳐주는건 오히려 '디지털 영생'이다.


한 개인의 뇌에 있던 모든 뉴런을 말끔하게 제거하는 대신 이 뉴런을 로봇의 머리에 이식하면, 그 사람의 뇌와 완전히 동일한 트랜지스터 뇌가 완성된다고 한다. 뉴런 이식자는 로봇 안에서 의식을 가진 불사의 존재가 된 것이다. 몸은 그냥 거죽일 뿐이고, 의식, 감정, 가치관의 총합체인 뇌를 평생 살려놓으면 되는거 아니냐, 뭐 이런거다.


이렇게 되면 몇년이 걸리는 화성 너머로의 이동도 가능하다. 나의 뇌를 담은 로봇은 우주선에서 몇백년이고 기다리면 된다. 로봇은 죽지 않으니까.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우주선 밖으로 나가고, 개척을 시작하면 된다.


'영생'이 꺼림칙하면, 육체 능력 증강에 집중할 수도 있다. 근육확장 유전자에 조작을 가하면 중력장의 세기가 큰 행성에 정착해도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또 특수 제작된 인공망막을 통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색까지 보게될 수 있다.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게되면 화상을 피할 수 있게될 거다. 두뇌를 로봇이나 다른 기계에 연결하여 명령을 내리면 자신의 의지대로 사물을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염력이나 텔레파시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인공 망막, 두뇌에 연결된 컴퓨터 데이터, 근육 증강 등 / https://newatlas.com/transhumanism-mainstream-era-popular/47941/


뇌만 똑 떼어놓고 그걸 '나'라고 칭하거나, 유전자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 '아이언맨'이 되는 것에 거부감이 든다고? 저자는 과학을 통해 개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불결하고 미개하고 단명하는 삶을 견딜 필요가 있는지 반문한다. 지금 당장은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하게 보이는 것도 미래에는 일상이 된다고 말한다.


인간이 '강화된 종'으로 진화하거나 '영생의 존재'로 거듭남에 따라, 우주 탐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 그 외에도


책에는 흥미로운 과학 이론이 꽤 많이 등장한다. 끈이론, 블랙홀, 로켓의 추진 원리, 미래 로켓의 동력원, 외계의 지적 생명체의 형태, 우주 산업 현황 등.. 그래도 친절한 설명과 명료한 문체 덕분에 문과생인 나도 막힘없이 읽었다.


얼마 전 「미래는 오지 않는다」라는 책에 관한 글올렸다.'과학-기술 중심의 유토피아적 미래 담론'을 다룬 책이다. 「인류의 미래」는 '과학-기술 중심의 유토피아적 미래 담론'이다. 미래에 개발될 것으로 예측되는(또는 기대하는) 환상적인 기술들을 쭉 나열한 후, 인류의 미래가 과학-기술에 따라 획기적으로 변화할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게 더 나은 미래라고 은근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속삭인다.


예측되는 여러 문제들, 가령 빈부격차에 따른 트랜스 휴머니즘 접근성 문제라든지, 우주 개발에 따른 과실의 분배 이슈는 건들지 않는다. 원래 책의 목적이 아닐 수도 있고, 물리학자인 저자가 딱히 할 말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어쨌든간에, 저자는 미래 사회와 인류에 대한 낙관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비판적으로 읽을만한 점이 종종 있다. 하지만 SF 소설보다 과학적이고 교과서보다 훨씬 재밌기 때문에, 몰입해서 읽게 된다. 그러다보면 저자의 이야기에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3. 우주 자원의 소유권


읽는 내내 궁금했던 건 '우주 자원 채굴'이다. '15년 7월 지구 최접점을 통과한 소행성 '2011 UW-158'에는 백금 1억톤 가량이 매장된 것으로 관측됐다. 당시 가치로 5.4조$ 규모다. 우리 돈으로 '6천 300조' 가량이다. (우리나라 1년 정부예산이 500조 정도다) 이미 지나간 행성이니까 논외로 치고.


달의 북쪽에는 헬륨-3이 최소 100만톤 묻혀있는 걸로 추정된다. 계산해보면 달에는 최소 100만조원에 달하는 헬륨-3이 묻혀있는 걸로 추산된다.


이와 같은 우주 자원은 누구 것일까? 가장 먼저 탐사, 채굴하는 기업이나 국가가 독점해도 괜찮을까. 아직 현실화되지 않아서 조용하긴 한데, 나중에는 분쟁이 생기지 않을까?


그 와중에 미국은 역시 세계 최강대국다운 면모를 보인다. 2015년 11월, 미국은 민간 기업과 개인에게 우주자원과 소행성자원을 보유, 소유, 운송, 사용 및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상업적우주발사경쟁력법(Commercial Space Launch Competitiveness Act, CLSCA)」를 제정했다. 자국 기업들이 행성에서 자원을 채굴한다면, 소유권을 보호해주겠다는 의미다.


이 법은 우주, 우주자원, 소행성자원에 대해서 '공유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봤던 그간의 국제관습법적인 인식과 심각하게 배치된다는 우려를 낳는다. 먼저 빨대 꼽으면 다 자기껀가? 그래도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이렇게 행동하면, 누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


중국 등 경쟁국은 이 법을 마냥 반대할까? 겉으로는 반대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들도 오히려 동일한 법을 제정하고, 적어도 미국만큼은 빠르게 우주로 진출해서 값비싼 자원을 최대한 빨리/많이 채굴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


전 인류를 위한 우주 자원 사용? 잘 모르겠다. 이산화탄소 감축 협약도 제대로 안되는데, 금광을 같이 나누자고? 그 금광을 채굴하기 위해서 들어간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좀 상상하기 힘들다.


책을 읽을 때 정말 재밌었다. 인류의 기술이 이 정도로 발전했구나.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는 '우주'에 목숨을 걸었구나. 경탄이 나왔다. 그런데 소위 '발전'이라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니까, 현실로 돌아오게 됐다. 발전의 과실은 불균등하게 배분될 것이다.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이득을,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쥐똥만큼의 이득을.


그리고 나로서는, 우리나라도 발전의 과실을 최대한 획득해야 한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분배는 나중 일이다.






4. 트랜스 휴머니즘과 텅 빈 모유


얼마전 방콕에 다녀왔다. 거지들을 꽤 봤다. 가장 안쓰러웠던 사람은 갓난 아이를 품에 안은 여인이었다. 매캐한 매연이 스믈스믈 올라오는 고가 도로 위. 그녀는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며 구걸하고 있었는데, 모유가 원하는 대로 안나왔던지 아이는 울고 있었다. 동정심 자극을 위해 연출을 했을 수 있긴 한데, 그건 그거대로 불쌍하다. 갓난 아기까지 동원해야할 만큼 절박한가?


'못사는 모습'을 보고 와서 이 책을 다 봤다. 괴리감이 느껴졌다. 지구 한쪽에서는 식민지 행성, 트랜스 휴머니즘 논의를 한다. 그런데 나머지 한쪽에는 거지가 산다. 그래도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꽤 잘사는 편이다.


태국의 빈곤율, 즉 빈곤선 아래에 있는 인구가 전체의 7.9% 정도다. 미얀마 32%, 라오스 23%, 필리핀 22%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국가의 평균 빈곤율은 41%다. 내가 타이, 그것도 방콕에만 갔다와서 그렇지 만약 아프리카, 라오스 같은 곳을 가보면 참담한 모습 많이 봤을 거다.


방콕의 수중 가옥


공공분야에서 일하는 근로자로서, 나는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나라의 녹봉으로 먹고사는 사람이기에, 직업인으로서 나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복리후생 증진이다.(목표가 그렇다는 얘기고 내가 실제로 기여할 수 있는지, 기여하고 있는지는 계속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한다)


그래도 뭔가 자꾸 아른거린다. 축 처진 가슴을 내밀고 갓난아기와 함께 구걸하던 그 여자. 아마 한반도를 기준으로 서쪽으로, 그리고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그런 사람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거다. 그쪽으로 갈수록, 고난의 원인은 단순히 그냥 '운'일 확률이 크다. 그곳에서 태어나게 된 '운명'. 한국에서 태어난 나는 '운'이 좋았다.


쥐꼬리만큼의 불편함 동정심 대신, 내가 뭐 할 수 있는게 있을까? 내가 과연 진심으로 뭘 하려고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그저 위선자일까. 나의 게으름, 나태, 낮인내심 등 을 고려하면, 아마 후자일 거다. 적십자 기부도 사실 자위용에 불과하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문득 대단해보인다. 아, 나는 작은 사람이다.






5. 결론


이 책은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마음껏 자극한다. 과학적 호기심도 잔뜩 불어넣는다. 문과생이나 직장인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문과생에게는 '인문학, 사회과학'을 넘어서는 또다른 무언가를 소개해줄 것이고, 직장인에게는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가는 와중에 잃어버렸던 '어아이의 호기심'을 되새겨줄 것이다.


물리학이나 우주를 다루는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존재'라는 게 참 허무하고 부질없다. 허무하고 부질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항상 드는 의문이다. 45억년의 지구 역사에서 100년 살까말까한 나. 이런 책은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답을 찾을 것이고 누군가는 깊은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나는 답을 찾아가고 있다. 아주아주 희미희미하게.


하여간, 재밌게 읽었다. 솔직히 이 책에 제시된 기술이 언제 가능해질지, 아니, 가능하긴 한건지 잘 모르겠다. 직업 특성상, '음 이 기술이 유망하군, 돈이 되겠군, 앞으로 우리 사회는 이 부분에 집중해야 겠구나'가 먼저 떠올랐지 진짜로 가능하겠구나라는 느낌은 못받았다. 비록 저자는 확신에 찬 어조긴 하지만. 그래도 우주 여행은 꼭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정도는 가능해보인다)


개개인마다 읽으면서 느끼는 게 다를 것 같다. '환상'이 가득한 과학책을 읽고싶다면, 한번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참고문헌]     

미국 우주법제 연구 - 한국 법제연구원('16)

실리콘밸리가 우주에 열광하는 이유 - 포스코경영연구원('16)

환상에서 현실로, 우주경제 시대의 개막 - 포스코경영연구원('17)

달에 부존하는 헬륨-3 확보 가능할까? - The Science Times('19)

Share of Population Below the National Poverty Line - Asian Developement Bank('19)

Figure of the week : Understanding poverty in Africa - Brooking('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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