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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May 25. 2020

당신이 주식해서 돈 딸 것 같으세요?

금융경제학자의 주식투자 분석 - <투자자의 적>, 주닝

# 돈을 딸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한다. 신규 계좌가 급증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요즘 증시는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견인하고 있다. 주식 투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옛날보다 높아진 것 같다.


주식에 관심 있거나 시작하는 단계라면, <투자자의 적>이라는 책을 읽어볼만 하다. 주닝이라는 학자가 썼는데, 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에 배웠고, 예일대학교에서 금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리먼브라더스, 노무라 증권에서 일하다가 현재 상하이 교통대학, 칭화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론과 현실을 겸비한 학자다.



이 책은 개인투자자 '쪽박차게 만드는 원인'을 설명한다. 어떤 주식을 사야하는지를 하는 실용서의 느낌보다는, 행동경제학-금융경제학을 토대로 한 학술서 느낌이 더 강하다. 내용도 마냥 쉽지는 않고 분량도 600페이지로, 짧지는 않다.


그렇지만 읽고나서 후회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 같다. 개인투자자 시장수익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이유가 잘 설명되어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 투자은행 같은 기관투자자, 상장 회사 임원, 정부 관리자의 행동과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이 상충되는 이유가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주식 시장 버블의 형성 원인과 몰락 과정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그렇지만 독자들에게 가장 흥미롭게 다가올 부분은 바로 '개인투자자의 행태'를 다룬 부분이다. 개인투자자의 수익이 낮은 이유를 알아야 더 나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 <투자자의 적>


* 네모 안은 인용구



개인 투자자의 현실


행동 금융학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국가의 자본시장에서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뛰어난 실적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개인투자자는 약 5-10%에 불과하고, 절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이 거두는 실적은 결코 시장수익률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또한 그 절대다수 중 절반가량의 실적은 시장수익률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전체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의 실력은 장기적으로 시장수익률을 하회한다.


경제학자답게 그는 연구 결과를 들이민다. 그리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개인투자자가 시장을 이길 확률이 극히 낮다고 말이다. 시장을 이긴다의미는, 시장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다는 거다. 가령 전체 주가가 10% 상승했 개인이 보유한 주식은 9% 상승했다면, 개인은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한다. 기업들의 재무제표도 살펴보고, 투자 관련 영상도 찾아보고, 서점까지 가서 투자 서적도 산다. 우리나라만 그런  아니라, 글로벌한 현상이다. 유럽에 있는 서점에서 확인했던 건, 그네들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투자 서적과 자기계발서'를 배치해놨다는 거다. 개인들은 돈 불려볼려고 노력을 좀 한다.


그런데 저자는 말한다. 열심히 해도 대다수의 수익률은 시보다 낮을 거라고 말이다.

 

이 말을 좀 더 들여다보면, 피곤하게 유망 산업 찾고, 저평가된 종목 발굴하기 보다, NASDAQ이나 S&P500 지수를 추종하게 낫다는 의미다.


지난 10년간 주요국 주가지수의 전년대비 증가율을 좀 뽑아봤는데, 저자의 말에 수긍하게 됐다. 특히 구글-애플 등 IT주가 몰려있는 NASDAQ 시장의 수익률이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통계청-Yahoo Finance 증시 자료 토대로 재구성


빨간색 선이 NASDAQ 시장의 수익률이다. 2016년부터, 항상 다른 선진국의 주식 시장 수익률보다 높았다. 2017년에는 전년 대비 30% 이상 올랐다. 연초에 1000만원을 꽂아두면, 연말에 1300만원이 되서 돌아왔을 거다. 2019년에도 30% 가까이 됐다.


괜히 뭐 종목찾고 하느라 힘 뺄 필요없이, NASDAQ 추종하는 ETF만 사놨으면 됐다. 일년에 수익률 30% 내는거, 이거 쉬운거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수익률은 좀 부진하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미국 지수 추종하는 ETF를 적금 들듯이 사놓는 것도 안정적인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누구는 카카오-네이버 사서 한달 만에 100% 수익률을 먹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욕심이 생긴다. 내가 모르는 종목에서 그런 수익이 나면 "그래, 내가 관심이 부족했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카카오-네이버는 누구나 다 아는 기업이다. 욕심이 난다.


미친듯이 오르고 있는 카카오-네이버를 제외하더라도, 거북이처럼 오르는 주가지수를 추종하기보다는 '유망한 개별 종목'을 선택하면 높은 수익을 빠르게 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현듯 찾아온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직접 투자에 나선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게 좀 위험하다고 말한다. 


빈번한 거래


거래회전율이 매우 높거나 주식 보유기간이 매우 짧은 투자자의 투자실적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평균 보유기간이 3개월 이하인 투자자의 실적은 시장의 평균 수준보다 훨씬 낮다. 반면 평균 보유기간이 1-2년인 투자자 중에서 우리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발견했다. 그중 일부 투자자의 실적은 매우 뛰어났던 것이다.


저자는 개인투자자들 기관투자자들보다 '단기간 내에 더 많은 거래'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처럼 빈번한 거래는 계좌를 녹아내리게 만든다.


이론적으로 주식이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성과 미래를 토대로 '기업의 지분을 사는 것'이다. 여기서 장기적이라는 건, 반년 혹은 수년을 의미한다. 특정 기업이 몇주, 혹은 몇달 내 예상치 못한 놀라운 성과를 올리거나 시장 환경이 급변하여 주가가 수직상승할 가능성은 좀 낮다. 뭐 그런 기업도 분명 있는데, 안 그런 기업이 대부분이다.


누구나 이걸 알고 있다. 그런데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개인투자자는 기업의 내재적 가치와 산업의 장기적인 전망을 판단하기 어렵다. 자신의 판단 능력에 확신을 가지기 어렵기에, 작은 변화에도 크게 흔들린다. 그리고 흔들림은 빈번한 거래로 귀결된다.


저번 주에 2000만원 가량 매수한 주식이 5% 손실을 봤다고 치자. 식 잔고에 100만원 손실이라고 떠 있다. 만약 오늘 3% 더 하락하면 160만원 손실이 나게 된다. 


장기적인 성장성이 담보되어 있고, 지금이 조정 기간일 수 있다. 조정기간이 끝나면 오른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흔들린다. 기업과 산업의 유망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많이들 팔게되고, 손해만 남는다.


저자는 개인투자자가 성장 과정에서의 작은 진통을 견뎌내지 못하고, 조그마한 상승에도 쉽게 만족하기에 충분차익을 실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개인투자자가 시장수익률을 하회하는 이유다.


연구자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중 27%는 잘못된 주식의 선택과 거래에서 초래된 것이고 32%는 증권사가 받는 중개 수수료, 34%는 정부가 징수하는 거래와 관련된 각종 세금 및 비용, 그리고 나머지 7%는 개인투자자가 투자시기를 정확하게 선택하지 못한 탓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거래를 빈번하게 하면, 수수료가 생각보다 많이 깨진다. 스마트폰으로 거래 하면 수수료가 낮아지긴 하는데, 그래도 0.25% 수수료 가져간다. 천만원 어치 사면, 2만 5천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는 거다. 이걸 하루에 네 번하면 수수료만 1%인데, 1000만원의 1%는 10만원이다. 무시할 액수가 아니다.


저자는 빈번한 거래로 인해 충분한 차익을 누리지도 못하고,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계속 까먹다보면 수익이 잘 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다른 나라 투자자에 대한 연구결과를 언급했지만,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변영훈 교수의 연구결과가 흥미롭다.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성과 분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그는 빈번한 거래로 인한 거래 비용이 개인투자자의 낮은 수익률에 한 몫 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그는 1998-2003년을 분석기간으로 잡고 개인투자자 10,000명의 계좌를 살펴봤다. 이 기간 동안 들은 연 12.3%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것만 보면 시장수익률보다 2.6%가 높다.


하지만 거래비용을 포함하면 확 낮아진다. 거래비용 등을 제하고 난 최종수익률은 연 8.3%로 4%p 하락다. 이러면 시장수익률보다 낮아진다. 연간 270%가 넘는 높은 거래 회전율 거래비용 원인이다.


연구결과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개인투자자의 성과에서도 20-80 현상이 나타난다는 거다. 투자자 중 상위 20%는 시장수익률보다 높거나 비슷한 성과를 냈지만, 나머지 80%는 시장수익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보였다.


분산되지 않은 위험


미국 모 대형 증권사의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상당히 분산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 정도의 투자자는 보유주식 종수가 단 하나였고 20%는 두 개, 10%의 사람들은 세 개로 나타난 것이다.

투자결정 시 투자자는 자산배분의 다원화를 위해 대형주뿐 아니라 소형주도 사야 하고, 첨단기술 산업과 관련된 주식과 더불어 전통적인 소비품 산업과 관련된 주식도 사야 한다.


위험을 분산하지 않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약점이다. 어느 나라나 개인투자자들은 비슷한건가? 미국 개인투자자 포트폴리오의 60%가 3가지 종목 이하로 구성되어 있다. 한때 카카오, 네이버로 꽉 채우고 있던 내 잔고가 생각난다. 특정 기업 혹은 특정 산업으로 '몰빵'을 쳐버리게 되면, 위기가 닥쳤을때 위험을 온몸으로 맞게 된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 대폭락장에서, 건설-백화점 등 회사들의 주식만 보유하고 있었다면 메꾸기가 매우 어려웠을 거다. 만약 그거 말고 KOSPI 지수를 추종하는 ETF 가지고 있었다면, 그래도 90% 가까이 회복됐을 거다.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중요한 이유다.


나는 그래도 내가 좀 더 잘 알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 더 눈이 간다. IT, 반도체, 2차 전지, AI 이런 산업에 자꾸 손이 간다. 건설, 화장품, 이런 잘 몰라서 손이 잘 안 간다. 이러다가 큰일 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구린 상황판단과 매매시점


만약 투자자가 20년간 중장기적인 투자를 한다면 투자자의 평균 연수익은 7.81%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만약 주식시장 성적이 가장 좋은 열흘일을 놓칠 경우의 장기수익률은 평균 매년 4.14%로, 20일을 놓칠 경우에는 평균 매년 1.70%로 하락할 것이라 내다봤다.


주식에서 가장 어려운건, 바로 매매시점이다. 저자는 개인투자자가 이걸 잘 못하기에, 수익률이 낮다고 말한다.


NICE평가정보라는 기업을 보자. 내가 매매했던 종목이기도 하다. 4월 말에 16,000원 정도였다. 이게 디지털 뉴딜이다 뭐다 하면서 5월 13일에 25,000원까지 갔다. 그러다가 일주일이 지난 5월 20일, 다시 19,000원으로 내려왔다.


나는 16,000원 정도에 샀는데, 5월 13일 전에 팔았다. 저자의 말마따나 '가장 좋은 날'을 놓쳤다.



최고가에 팔았으면, 50% 정도 먹었을 거다. 그런데 그것보다 덜 먹었다. 겁나서 일찍 팔 수 밖에 없었다. 이거 살 당시에도 PER-PBR이 다른 신용평가회사보다 높았다. 수익이 어느정도 나니까 빨리 차익실현하고 싶은 마음, 곧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와서, 그냥 팔아버렸다. 그 후로도 계속 빨간불이 들어왔다. 상황판단을 잘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팔면 오르고, 내가 사면 떨어지고. 정확한 매매시점을 판단하는게, 이게 쉬운게 아니다. 앞서 말했듯, 이 기업의 PER-PBR이 동종 업계 회사보다 높았고, 구글-페이스북 느낌의 IT 우량 기업 느낌도 잘 났다. 내가 잘 모르는 뭔가가 있었을 거다.


잘 모르고 확신이 없는 내가, 어떻게 정확한 매매시점을 결정할 수 있을까?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계속 뒤처지게 면, 시장수익률보다 낮아다고 말한다.


펀드매니저는 매일 16시간을 들여 투자에 대한 연구를 한다. 그러나 직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개인투자자의 경우엔 매일 투자전략을 세우는 데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2시간 미만에 불과하다.

이런 시간적 제약 때문에 이들이 신문, TV, 인터넷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충분치 않다.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거래의 상대방인 기관투자자들은 이걸로 밥벌어 먹고 산다. 전업으로 하는게 아닌 이상, 개인은 기관만큼 집중하기 어렵다. 취미가 축구라고 해서, 축구 선수를 이기기는 힘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많은 개인투자자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확률로 치면 굉장히 낮다.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매매할 때만 되면, 나는 이길 수 있다/이겼다고 착각한다.


이런 '용기있는 무지'가 투자수익률 감소에 큰 공헌을 한다. 갑자기 후회가 밀려온다. 카카오, 네이버를 왜 팔았을까?


이외에도


좋은 딜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침착함이다. 100만 달러를 잃든 벌든 딜러는 그것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처럼 냉정해야 하고, 이처럼 위험을 대범하는 바라보는 태도를 가져야만 매번 다른 시장환경에서 위험과 수익을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매일 독서, 신문, 인터넷 및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하고 얻는다. 그러나 이런 정보가 진정으로 우리가 경제와 자본시장, 그리고 자신이 사야 할 주식을 정하거나 혹은 이미 산 주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까?


저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스스로의 계좌를 까먹는 다양한 행태를 지적한다. 그리고 개인투자자가 가져야 할 덕목과 마음가짐을 말한다.


외에도 그는 높은 수수료를 거둬가는 펀드, 기관에게 더 좋은 정보를 더 빨리 말해주는 애널리스트, 주주 이익보다는 자신의 보수-대우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경영자들, 투자자 보호에 미진한 정책 당국 등을 투자자의 적으로 지목하며 그들의 행동을 분석한다.


메시지는 간결하다. 압도적인 정신력/판단력을 가지지 않고서야 시장수익률을 뛰어넘기는 어렵다는 것. 그는 개인투자자에게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를 추천한다. ETF가 대표적이다.


타당해보인다. 아래의 표를 보자.

한국 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키움증권 분석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과 KOSPI 수익률을 비교했다. 상당수의 개인은 시장에 졌다. 지수 ETF로 수익을 내라는 저자의 말이 일리가 있다.


앞에서 우리는 NASDAQ, S&P500 지수를 적금 들듯이 사놓는게 효과적일 수 있음을 살펴봤다.


이 책은 유망한 산업-종목 혹은 기업 분석 방법 등 '투자 방법론'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실용서보다는 학술서의 느낌이 더 짙다. 딱딱하지만, 그래서 더 깊이가 있다.


주식시장 참여자의 행태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이런 류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고자료]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성과분석 - 재무관리학회('05)

코스피-코스닥 종합 지수 - 한국거래소('20)

S&P500, Nasdaq, DAX, FTSE Historical Data - Yahoo Finane('20)

Nice 평가정보 주가 추이 - 네이버 금융('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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