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학자의 동물 분석 -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프란스 드 발
나는 우리 종이 다른 포유류와 감정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사람만의 특유한 감정이 무엇인지 찾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 여행자들과 공유한 감정적 배경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홍색 레인 재킷과 대조를 이룬 백발이 눈길을 끄는 얀은 오래전에 내 논문을 지도한 생물학 교수이다. 이 둘이 서로 알고 지낸 지는 40년이 넘었다.
마마는 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나서 긴 팔 하나로 얀의 목을 붙잡고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이렇게 포옹을 하는 동안 마마는 손가락으로 얀의 머리와 목 뒤쪽을 리드미컬하게 톡톡 두드렸다.
이것은 침팬지가 낑낑거리는 새끼를 달랠 때 흔히 사용하는 위로의 제스처이다. 마마는 얀이 자신을 보러 와서 행복했다.
이들은 마마의 팔이나 발을 들어올렸다가 놓으면서 그것이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또는 시체의 입 속을 들여다보기도 했는데, 아마도 숨을 쉬는지 쉬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한 암컷이 시체를 움직이려고 끌어당기자, 마마의 수양딸 헤이스하로부터 한바탕 잔소리를 들었다.
다른 침팬지들과 달리 헤이스하는 음식을 먹거나 남들과 어울리지 않고 계속 시체 곁에 머물렀다. 헤이스하는 초상집에서 경야를 하는 사람과 똑같이 행동했다.
모든 암컷들은 완전한 침묵 상태로 마마를 보러 왔는데, 침팬지들에게서는 아주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이들은 코를 비비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체를 살펴보거나 혹은 털고르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침팬지는 항상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려는 게임을 하면서 상대나 자신이 지닌 지배성의 한계를 시험한다. 카위프는 가끔 창살 사이로 나를 붙잡았다.
슬프게도 카위프는 이전에 낳은 새끼들을 모유 부족 때문에 잃었다. 새끼들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고 말라 죽었다. 새끼가 죽을 때마다 카위프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돌을 던지거나 스스로를 꽉 껴안거나 음식을 거부하거나 애끊는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새끼를 카위프에게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카위프는 곧장 새끼를 들어올리는 대신에 사육사와 내가 기다리고 있던 창살을 향해 다가왔다.
카위프는 우리 둘에게 키스를 한뒤, 마치 허락을 구하는 듯이 로셔와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남의 새끼를 안는 것은 침팬지들 사이에서 좋은 행동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우리는 새끼를 향해 판을 흔들면서 "얼른 가서 안아봐!"라고 카위프를 격려했다.
결국 카위프는 우리 말대로 했고, 바로 그 순간부터 카위프는 가장 극진히 새끼를 돌보고 보호하는 어미가 되어 우리가 바랐던 대로 로셔를 키웠다.
로셔를 입양하고 나서 카위프는 나를 볼 때마다 최상의 애정을 표시했다. 마치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족을 다시 만난 듯이 내 양 손을 붙잡으려 했고, 내가 떠나려고 하면 슬퍼하면서 낑낑거렸다.
만약 내가 눈을 감고 흐느끼면서 우는 시늉을 하면, 지붕이나 천장처럼 집안에서 가장 먼곳에서도 조니는 하던 놀이나 활동을 즉각 멈추고, 잔뜩 흥분하고 지친 표정으로 재빨리 내게 달려왔다. 아무리 끈질기게 부르고 애원해도 내려오게 할 수 없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듯이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내 턱을 자신의 손바닥에 갖다대고는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가볍게 만졌다.
마마는 중재의 달인이었다. 두 수컷 경쟁자가 싸움을 한 뒤, 서로 화해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화해를 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두 수컷은 서로 주위를 서성거리면서도 신체적 접촉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마가 한 수컷에게 다가가 털고르기를 하기 시작했다. 몇 분 뒤, 마마는 다른 수컷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면 함께 털고르기를 하던 수컷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경쟁자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마마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갔다.
만약 따라오지 않으면, 마마가 다시 돌아가 그 수컷의 팔을 끌어당기면서 자신을 '따라오게' 했다. 이것은 마마의 중재가 의도적인 행동임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