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의 '상처받은 뇌'에 대한 이야기 -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잠에서 깬 순간 중요한 두 가지 변화가 생긴다.
첫째, 의식이 완전히 돌아온다. 전기 스위치를 켜듯이 어느 순간 잠에서 완전히 깼음을 깨닫는다. 둘째, 마비된 상태에서 벗어나 근육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의식과 근육 통제를 담당하는 뇌 영역은 다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두 영역은 동시에 재가동된다.
특별한 경우에는 의식이 돌아오는 것과 근육 통제가 작동되는 것 사이에 시차가 생길 수 있다. 그때는 잠에서 깨어나 주위 인식은 가능하지만 몸은 몇 초, 길게는 몇 분 동안 마비 상태인 채로 있다.
가위눌림이 생기는 순간 뇌의 무의식계는 그 상황을 합리화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무의식계가 선택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이 속한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이 무엇을 믿고, 무엇이 궁금하고, 무엇이 두렵고, 무엇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호기심을 충족하지 못한 부분은 무엇이고, 과거의 어떤 부분을 기억하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경계가 신호 절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쏟가져 들어오는 지각이 낯설고 기이한 것일 때 뇌는 불가사의하고 초자연적이며 비과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최면에 걸린 대상은 최면술사가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상상에 정신을 집중하다 마침내 그것을 진짜라고 믿기 시작한다. 더욱이 최면에 걸린 대상은 이 상상에만 시성을 고정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분석하고 여과하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 결과 최면술사는 최면 대상의 의식적 검열을 피해 지시를 내려 그가 최면 상태가 아니면 하지 않을 당혹스러운 행위도 하게 만들 수 있다.
신체표지는 일종의 감정적 기억이자 뇌가 과거에 습득한 정보를 재예시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직감'으로 그런 신체표지를 경험할 뿐이다.
이런 감정적 기억은 무의식적으로 저장되고 작동되었다가 비슷한 사건과 맞닥뜨리는 순간 등장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
뇌는 기저의 논리에 따라 우리의 경험을 해석하고, 기억을 암호화하고, 개인사를 기록한다. 무의식계는 우리의 인생을 담은 여러 스냅사진 사이에서 연관성을 만들어내고 각 순간마다 우리의 감정을 관찰해 무엇을 강조할지 결정한다.
그리고 그 스냅사진들을 배열하고 정리해 통일되고 간명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우리가 의식하는 인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