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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Nov 09. 2020

장기투자하다가, 장기간 망했다

장기투자가 꼭 정답일까?


1. 장기투자하면 된다! 정말?


주식에 장기투자하라는 말들이 많다. 떨어지면 추격 매수하고, 팔지 말고 오랜 기간 가져가라고 말한다. 그러면 분명한 보상이 있을 거라고 말다. 이 말만 들으면, 주식이 다.


그런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뇌에 각인된 기억이 있다. 친한 친구가 보여준 증권계좌다. 그 계좌에는, 10년 전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기업의 주식 었다. 하지만 10년간의 장기투자 자산 반토막다. 손해만 몇억원이었다.


아래 그림은 계좌에 있던 기업의 주가 추이다. 이 기업은 삼성중공업이다. 당시 우리나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조선업에서 1등을 다퉜다. 10년 전, 이 기업의 주가는 주당 3만원대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5천원대로 급락했다. 3억원 장기투자했다면, 5천만남는.


삼성중공업의 주가 추이


이걸 보고 있자면, 무조건 장기투자하라는 누군가의 말을 믿기가 어렵다. 이게 무슨 테마주, 동전주도 아니고, 초우량주다. 내 뇌는 데이터와 그림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판단내릴 수밖에 없다. '뭣도 모르고 우량주라고 장기투자하 개박살난다'고.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우량주에 장기투자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나는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특징에서 그 원인을 찾아다.




2. 한국 주력산업 : 경기순환 + 수출의존


주식 가격은 기업 이익에 비례한다. 돈을 잘 버는 기업의 주식 가격이 높 평가받는다. 따라서 장기투자를 하려면,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아래 그림처럼 말이다.



위 그림은 펩시콜라의 당기순이익과 주가 추이다. 당기순이익은 기업의 총매출액에서 노동자 월급, 공장 운영비용, 세금 등을 제외돈을 의미한다. 보면 알겠지만, '큰 변동 없이 꾸준히' 상승한다. 이에 따라 주가도 '큰 변동 없이 꾸준히' 증가한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이런 기업에 장기투자하면, 돈을 먹을 수 있다. 장기투자를 한다면, 이런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이제 우리 산업의 특징을 짚어보자. 나는 우리 주력산업의 특징 두 가지 는다. (1) 경기순환적고 (2) 수출의존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특징 때문에, 장기투자하겠다고 별 고민 없이 매수하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장기간' 박살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기업을 떠올려보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도체, 자동차를 만든. 반도체, 자동차에는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특징을 공유한다. 둘다 '경기순환적'이다. 메모리반도체 기업, SK 하이닉스의 사례를 좀 더 살펴보자.



SK하이닉스의 당기순이익이다. 위의 펩시콜라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변동성'이다. 2010년의 당기순익을 100으로 놓았을 때, 2011, 2012년에는 적자였다. 그러다가 2013년 흑자 전환 후, 2017년, 2018년 순식간에 400, 600을 찍었다. 그러다 2019년에 78로 뚝 떨어진다. 이게 몇십년에 걸쳐 일어난 일 아니고, 10년이 안 되는 기간에 발생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변화의 폭도 깊다.


(경기순환주의 특징 : 꾸준하지 않다)


반도체가 '경기순환재'라서 그렇다. 경제학에서는 거시 경제의 순환에 따라 판매량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을 '경기순환재'라고 정의한다.


아래는 OECD 국가의 경제성장률과 SK하이닉스, 펩시콜라의 당기순이익 추이를 나타낸 그림이다. 딱 보면 알겠지만, OECD 국가의 경제성장률과 SK 하이닉스의 당기순이익 방향이 비슷하다. 펩시콜라의 당기순이익이 차분하고 꾸준하게 우상향 하는 것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왜 이럴까?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만약 내 소득이 반토막나도, 나는 밥을 세끼 먹는다. 평소보다 콜라를  먹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아예 안 먹지는 않을 거다. 그렇지만 갈망했던 아이폰 12Pro Max의 구매는 미룬다. 제네시스 GV 80 구매 계획도 미룬다. 주머니 사정이 나빠졌을 때 밥, 콜라 소비를 줄이는 정도보다 자동차, 핸드폰 소비를 더 많이 줄인다.


대신 주머니 사정이 늘어났을 때, 자동차와 핸드폰 소비 밥, 콜라 소비보다 크게 증가한다. 소득이 2배가 된다고 해서, 밥을 6끼 먹지는 않는다. 대신 핸드폰과 자동차는, 비싼 걸로 바꾼다. 이게 '경기순환적 제품'의 특징이다.


우리가 잘하는 산업의 특징이 이렇다. 석유화학, 철강, 조선 우리가 잘하는 대표 산업인데,  '경기순환적'이다. 잘 될땐 크게 잘 , 안 될때는 크게 안 된다. 얘네가 10-20년 전에 진짜 잘 나갔다. 그때만 해도 '세계경제'가 잘 돌아갔다.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이 싸우지 않았다. 세계화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라, 글로벌 교역량 엄청다. 글로벌 경제가 호황이었으니, 우리의 경기순환적 산업도 잘다.



그런데 트렌드가 달라졌다. 2008년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 2010년 후반에 접어들면서, 중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표면화됐다. 다른 나라들도 무역에 장벽을 치고, 교역을 줄인다. 글로벌 경제에 충격이 가해졌고, 우리의 '경기순환적 산업'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위의 그림은 주력산업 대표기업의 당기순이익이다. 들쑥날쑥 하락했.


우리 주식시장의 '우량주'들이렇다. 기순환적 업이기에, 이익 변동성이 매우 크다. 호황기 고점에 매수했는데 산업이 조정기에 들어갔다면, 끝없이 추락할 수 있다.


포스코(좌) - 하이닉스(우) / 하이닉스와 포스코를 구별할 수 있을까?

우리 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수출의존성'이다. 지난 50년간, 우리 경제는 수출을 토대로 성장해왔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 인구는 5천만명이다. 미국 3억명, 중국 14억명, 인도 13억명이다. 기업 입장에서 내부에서만 일을 도모하기에는, 시장 좁다. 외 시장에서 돈을 벌어야 크게 번다.


그런데 수출이 쉬운 게 아니다.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의 영향이 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두고 전쟁을 한다. 우리 반도체 기업의 한 해 농사는, 얘네 둘의 싸움이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다. 이걸 우리가 어쩌겠나. 안 그래도 세계 경제 추이 따라 널뛰기하는데, 정치까지 말썽이다.


누군가는 '펩시콜라 같은 소비재 기업을 선택하면 되잖아?'라고 물을 거다. 우리나라도 잘나가는 소비재 기업이 있다. 대표적인 게, 화장품 회사 한국콜마다. 자동차, 반도체보다 경기에 덜 민감 제품 만든다.


그렇지만 소비재 기업도 내수 기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이익이 한 차원 상승하려면, 그래서 주가 상승하려면, 수출 필요하다. 한국 콜마도 수출을 시도했고, 성공했고, 성장했다. THAAD 사태 전까지는 그랬다.



2012년부터 당기순이익과 당기순이익률 증가 추세였다. 그런데 2017년 THAAD 사태를 기점으로, 당기순이익과 당기순이익률이 폭락했다. 국 정부의 '한한령' 때문에, 중국 수출이 막혔고,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다. 대만큼 돈을 못 버니까, 주가는 빠르게 하락했다.



우리 기업이 마주한 환경은 '큰 내수 시장'이 뒷받침되는 미국, 중국 기업과 다르다. 아무리 훌륭하고 탁월한 제품, 매력적인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어도 상대국이 '장벽'을 쳐버리면, 못 판다. 출이 감소하니, 이익도 감소한다.


추격국의 등장도 위협적이다. 우리 제품을 수입했던 국가가, 본인들이 만들어서 쓰겠다고 작정하면 격이 크다. 중국의 LCD 산업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자국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하기 위해, 적자가 나는 회사에 보조금을 줘가면서 디스플레이 산업을 키웠다. 계속 만들게 하고, 시장에 싸게 팔게 한다. 삼성전자겨낼 도리가 없다. 아래 그림은 삼성전자 LCD 부문의 매출액, 영업이익 추정치데, 적자다. 삼성전자는 LCD 산업에서 손 뗀다.  



내수시장이 좁기에, 수출이 없다면 기업 이익 성장에 한계가 있다. Level-up을 위해서는 수출이 필요하고, 그럴 때 주가가 오른다. 그런데 수출은 우리가 관리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게다가 앞으로 글로벌 무역에는 가격, 기술과 같은 '경제적 논리' 뿐만 아니라, 국적, 이념과 같은 '정치적 논리'가 강하게 작용할 걸로 예상된다.




3. 아, 장기투자가 가능할까?


그러니 기업 이익 변동성은 구조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수년간 주식을 매도하지 말고 매수하기만 하라는 권고가 적절 싶다.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토대로 글로벌 경기 변동의 충격을 이겨내기 쉬운 미국이나 중국의 기업, 특히 소비재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경기순환적, 수출의존적 기업에도 동일 투자방식이 유효할까?


나는 증시 전문가가 아니다. 무언가에 '전문가'가 되기에는 아직 어다. 다만 상식을 토대로 데이터를 해석할 정도는 된다. 그리고 내가 발견한 데이터는 '믿음으로 장기투자'하라는 수많은 말을 즉각 반박한다.


믿음은 편하고, 비판은 불편하다. 그렇다고 잘못된 걸 믿으면, 엄청 불편해진다.


장기투자는 믿을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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