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은 늘 자연재해처럼 찾아온다

by 심신


요즘 퇴근하고 나면 한의원 들르는 것이 내 루틴이 되었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목과 어깨 통증 때문에 벌써 2주째 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 아프기 시작한 건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 대체 근무하던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감으려는데 목이 좌우는 물론 위아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뻣뻣하게 선 채 머리를 감았다.

그날 대체 근무하게 된 이유는 1박 2일 힐링캠프 담당자였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유난히 사소한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첫 번째 캠프에서는 참여자의 옷 속으로 벌레가 들어가 물리는 일이 있었다. 외부 프로그램은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지만, 늘 필수 최소 보장만 포함된 보험을 선택한다. 그래서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벌레 물림은 보험에서 ‘질병’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내가 가입한 여행자 보험은 상해만 처리되고 질병은 처리가 안 되었다). 긴 소매 안으로 벌레가 들어간 일은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참여자의 운이 나빴던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병원 치료를 안내하고, 안부를 묻고, 보험 처리가 되지 않다는 사실을 안내하고, 사과하고, 다음 프로그램에서는 여행자 보험 보장 범위를 안내하는 것뿐이다.


두 번째 캠프에서는 참여자들에게 보험 보장 범위와 벌레 물림 주의를 안내했다. 캠프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일이 없어서 이번엔 순탄하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회계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힐링 캠프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참여자 중 누군가가 숙소에 개를 데리고 왔고, 복도에 개똥을 치우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정확히 “개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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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었는데도 똥, 방귀 이야기는 언제나 웃음 포인트다. 도대체 몇 살쯤 되어야 안 웃길까. 게다가 공적인 상황에서 쓰지 않을 단어가 나오니 웃음을 참기가 더 어려웠다.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동시에 이해가 되지 않아 “개똥이요? 정말 개의 배설물을 말씀하시는 걸까요?”라고 같은 말을 여러 번 물었다.

이 캠프는 1박 2일 일정이고, 프로그램이 짜여 있어 대부분의 시간은 숙소가 아닌 체험을 한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개를 굳이 낯선 환경까지 데려와 숙소에 방치할까. 그리고 산책로에서도 똥을 치우지 않고 가는 것도 문제인데, 하물며 숙소 복도에 똥을 치우지 않는다? 모든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담당자는 참여자들에게 이 사실을 고지하고 주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일을 어떻게 공적인 톤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참여자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고 어쩌고저쩌고 이 캠프에는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다’라고 안내 문자를 보냈다. 예상대로 답장은 오지 않았다.

이 사실을 상사에게 보고하자 그는 바로 분기탱천했다. 어떻게 자신에게 먼저 보고하지 않고 그런 문자를 보낼 수 있느냐고. 나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다음부터는 보고 후, 행동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상사는 이 일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우리 참여자들이 그런 오해를 받은 것이 불쾌하다며 CCTV를 돌려 사실 확인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상사와 캠프 담당자 사이에 끼여 ‘CCTV 확인 요청’과 ‘확인할 수 없다’라는 창과 방패 싸움에 끼여버렸었다.


퇴근하기 한 시간 전, CCTV를 돌려볼 수 없다고 했던 담당자가 다시 연락이 왔다. 결국 확인을 했고, 개똥이라고 의심되었던 그 정체는 진짜 개똥이 아니라 ‘두꺼비 토사물’이었다. 처음 든 생각은 ‘이 담당자는 이번 계기로 두꺼비가 토하는 장면을 난생처음 봤겠지.’였다.

담당자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행동한 점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미 지난 간 일인데 어쩌겠는가. 알겠다고 하고 상사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상사는 또 분노했다. 나에게 담당자로서 이 사안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냥, 하나의 해프닝 같습니다.”

라고 했더니 ‘해프닝’이라는 단어가 거슬렸는지

“해프닝? 이게 어떻게 해프닝이라고 말할 수 있어? 이게 해프닝으로 말할 수 있어요?”라고 따졌다(한 줄로 쓰였지만, 그는 엄청난 분노를 쏟아냈다).

나도 묻고 싶었다. 그럼, 이게 해프닝이 아니면 뭐라고 말할 수 있나요.


그렇게 나는 개똥과 두꺼비 토사물로 온종일 시달리다 퇴근했다.


다음 날, 전날 상사에게 제출했던 운영일지 결재를 돌려받았다. 슈퍼바이저 의견란에 떡하니

‘하나의 헤프닝이 있었음.’

이라고 적어 둔 것이다. 헤프닝이라고 말했다고 진짜 일을 낼 것처럼 난리를 치던 사람이 헤프닝으로 문장을 마무리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왜?’를 파고들면 나만 괴로울 뿐이라, 그냥 어제 그가 빡치는 일이 있었는데 때마침 내가 운이 나쁘게 걸렸을 뿐이다. 마치 첫 번째 캠프에 갔을 때 참여자가 긴소매를 입었는데도 소매 사이로 벌레가 들어가 물린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 번째 캠프에서는 참여자에게 조금 욕먹는 일 정도로 끝났다. 이 정도면 양반이다. 캠프에 갈 때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생기다 보니, 캠프 가기 전 날마다 ‘부디,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라고 빌며 잠들었다. 자는 동안 긴장을 많이 했는지 이번에는 목에 심하게 담이 와서 아침에 목을 움직일 수 없었던 거였다.

다행히 이번 캠프에서는 내가 목이 아픈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목이 아픈 게 액땜이라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과 어깨는 자주 담에 걸려서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낫질 않았다. 결국 한의원에 찾아갔고 2주째 치료받고 있다.


처음에는 목에 담에 걸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신경이 연결되어 있어서 손끝까지 쥐가 내린 것처럼 저리고 시렸다. 통증이 너무 심해 키보드 치는 것조차 힘겨웠다(하필 이때 성과보고회 준비로 PPT를 1n 번 수정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초음파로 신경을 추적해서 침을 맞았다. 다음 날 목의 가동성이 조금 넓어지고 불쾌한 통증이 덜해지자 나는 다 나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리치료를 받을 때 “이제 완전히 다 나은 것 같아요! 내일부터 안 와도 되죠?”라고 말하자마자, 간호사 선생님께서 어깨를 살짝 만지자마자 절로 ‘억’ 소리가 터져 나왔다.


2주쯤 치료받던 중, 한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혹시, 의사 결정을 많이 내리는 일을 하세요?”


문득,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선택의 연속인 것 같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 메뉴를 간신히 정하면 밥을 먹으면서 무엇을 볼지 선택해야 한다. 선택지가 많다는 건 즐거움이자 동시에 피로 그 자체다. 의사 결정을 많이 내린다고 답하니, 선생님은 뇌를 너무 많이 써서 목이 굳은 것 같다고 했다. 목과 어깨가 안 좋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어서, 나름 괄사로 잘 풀어주고 유튜브에서 스트레칭 영상도―매일은 아니지만―틈틈이 따라 했다. 내 목은 오랜 시간 동안 단단히 굳어 온 거라 이런 노력으로는 풀 수가 없었다.


어제는 한의사 선생님께서 “몸이 마치 교통사고 난 사람의 몸 같아요.”라고 말했다. 교통사고 같은 충격이 몸에 계속 가해졌나 보다. 무엇이 나를 교통사고 같은 충격을 줬을까. 조금의 고민도 필요 없었다. 나는 상사의 이해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이 언제나 충격적이다. 다시 한번 정신과 몸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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