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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Oct 06. 2023

아마데우스

 가장 보통의 사람들에게


 음악 시간이 되면 선생님들이 항상 보여주던 영화들 중 하나였던 이 영화 '아마데우스'. 음악 선생님들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감상하라고 이 영화를 보여준 것일까요. 그저 클래식? 물론 영화 내내 흐르는 다양한 클래식들 또한 놓치면 안 되는 요소들이지만 살리에르의 신을 향한 원망과 자괴감 그리고 모차르트에 대한 애증을 담은 그의 씬 하나하나는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 살리에리임을 보여줍니다.


 일평생 살리에리에게 있어서 고통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던 '모차르트'. 교향곡의 긴박한 리듬이 흐르면서 살리에리의 고통스럽고도 증오로 얼룩진 인생의 대서사시가 펼쳐집니다.



평생토록 지울 수 없던 과거의 어떤 기억이 살리에르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다. '내가 모차르트를 죽였습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그의 어두운 내면을 신부님께 고백하기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내 꿈은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반대했죠. 내가 한낮 시골구석에서 시시하게 놀고 있을 때 모차르트는 교황 앞에서 연주하고 있었답니다. 그는 그토록 내가 갈망했던 음악가의 길을 벌써 걷고 있던 겁니다. 무엇 보다 나는 음악적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그의 아버지가 미치도록 부러웠죠.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나는 신께 눈물로 호소했어요. 음악가로 살 수 있도록 해주신다면 당신만을 위해 살겠다고요. 신이 나의 간절한 음성을 들으셨는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음악가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죠. 결국 난 궁정 음악장이 되었습니다. 그 영광도 잠시 그가 나타났습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국왕 앞에서 연주 중인 모차르트.  출처: IMDb


그를 본 순간 신을 원망했습니다. '왜 저런 자에게 천상의 재능을 주셨나요? 경박하고 오만하고 문란한 그자에게 나에겐 없는 천부적인 재능을 주셨나요?' 그렇지만 더욱 더 날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신부님? 그가 연주하는 순간 마치 신의 음성을 듣는 것 같았죠. 그런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그의 손이 닿은 음표 하나하나는 신의 손결이 스쳐 지나간 것 같았죠. 평범한 저한 데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새로운 곡이었어요. 



'그의 재능을 사랑하는 동시에 그를 증오합니다.'


하루는 모차르트 그 인간이 나를 흉내 내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낱 조롱거리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그의 천박한 웃음소리와 함께요. 그때 나를 비웃는 건 그가 아니었습니다. 신이었죠. 나는 다짐했어요.



'언젠가는 기필코 내가 당신을 비웃으라겠노라고.


나 '안토니오 살리에리' 신께 고합니다. 모차르트. 당신의 일부분인 그를 파멸의 길로 이끌 것입니다.


신의 은총을 받은 모차르트도 내가 던진 덫에는 영락없이 걸려들고 말았죠. 우선 그와 관련된 자금줄을 서서히 끊어버리는 것이었어요. 한데 다행히도 이미 술과 도박으로 얼룩진 그 덕분에 내가 크게 애를 쓰지 않아도 서서히 말라가더군요. 그의 오만했던 얼굴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왔죠. 귀에 거슬렸던 웃음소리도 희미해져 갔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신부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위한 진혼곡. 그를 위해 나 안토니오 살리에리 경이 직접 작곡하다. 이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함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를 공연 중인 모차르트. 출처 구


모차르트 그 자의 일생 마지막 오페라 공연 날, 소프라노의 경이로운 목소리가 극에 닿을수록 점차 그의 안색이 차가워져 가더군요. 결국 그는 쓰러지고 말았죠. 하지만 그에게 남아있는 작은 불씨마저도 없애버리고 싶었죠. 나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자의 동료에게서 받은 돈을 그에게 건네주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내일까지 한 곡을 더 완성하면 돈을 더 지불하겠다고요.' 


순간 나는 희열로 가득 찼습니다. 그는 순간 머뭇거리더군요. 그래서 난 작곡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말했죠.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완성된 악보가 있었습니다. 난 그저 그것을 받아서 적으면 됐었죠. 악보에 잉크가 닿는 그 순간마다 그의 천재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더군요. 나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해 내다니 믿기십니까. 결국 아침과 함께 죽음의 신도 그를 찾으러 왔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명장면. 출처: 구글


신부님, 당신의 신은 이렇게 나를 영원히 고통 속에 살게 하고 있답니다. 아직도 그의 존재를 믿으십니까?


'나는 노력하는 평범한 자들의 대변자입니다.'



여러분들은 누구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셨나요. 어렸을 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었다면 모차르트가 불쌍하게 여겨지셨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들은 아니겠죠. 실제 살리에리의 삶은 영화와는 다소 다른 면도 있지만 노년에 모차르트를 내가 죽였다고 말할 정도로 정신상태가 좋지 못했다고 하네요. 그의 잠재된 내면에도 모차르트를 향한 질투는 약간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제목까지 모차르트에게 넘겨줘야 했던 살리에리. 과연 그는 천재를 시기한 단순한 악역이었을까요. 아니면 예술적 욕망을 갈구하지만 넘지 못한 벽에 좌절하는 그저 노력하는 평범한 인간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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