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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 Sep 06. 2019

[뉴욕 여행] #1, 그렇게 우리는 뉴욕에 왔다.

나를 위한 여행 안내서 (부제 : 여행 그림 기록기)

[뉴욕여행기]

나는 비행기에서 잠을 원체 잘 못 잔다.

자더라도 1-2시간, 3시간 비행이든, 4시간 비행이든 비행기를 탄 순간 잠에 빠져드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약 6시간의 비행거리 전날에는 곧잘 밤을 새우곤 한다.


2019년 5월 31일, 뉴욕행 비행기 탑승 10시간 전, 저녁 운동을 하고 오전 1시 40분 회차 영화를 보려고 했다. 원래는 기생충을 보려고 했지만.... 내 몽롱한 머리가 이해하기에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디즈니 영화인 '알라딘'을 재관람했다. 알라딘을 보며 살짝살짝 졸기는 했지만... 눈을 부릅뜨며 버텨냈다. 어영부영 버티다 뉴욕으로 떠나는 시간이 다가왔다.


일주일 이상의 장기간 출타이기에 짐도 많았다. 다행인 건 초여름 날씨에 떠나는 여행인지라 옷가지가 부피를 차지하지 않았다. 6월의 뉴욕 날씨는 선선하기도 하지만 낮에는 또 무척 덥다고 한다. 이런 날씨엔.... 에어컨을 쉽게 틀어주지 않지.. 설렘 반 걱정 반, 새벽 5시가 돼서야 짐을 마저 다 싸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난생처음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탑승수속을 밟는다.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등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들이 제2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 같다. 우리가 이번에 이용할 항공사는 '델타항공', 미국 항공사이지만 대한항공 공동운항으로 우리는 이번에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미국에 입성한다.


우리는 대한항공을 타고 보스턴에 내려서 약 3시간가량의 경유의 시간을 가진다.


개인적으로 경유하는 편을 선호하기도 하는데 (충분한 여유의 시간이 있을 경우) 경유를 하면 경유지의 매력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이다. 뉴욕 가는 항공편을 검색하다 보면 시카고 오헤어 공항이라던지 달라스 공항을 경유하는 항공편이 많았다. 하지만 그 두 곳 모두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메트로폴리스이기도 하며 공항이 어마어마하게 넓다고 하여, 개인적인 판단하, 왠지 보스턴은 그 보다는 사이즈가 미니멀하지 않을까 하였다.


아무튼 우리는 오전 6시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장거리의 비행이기에 최대한 편한 복장으로 여행에 임하자.


친구들과 체크인 카운터에서 만나, 체크인 수속을 했다. 항공사가 델타 항공사여서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사전 좌석을 지정할 수 없었다. 나중에 전화로 할 수 있단 소리를 듣고 델타 항공사에 전화하여 사전 좌석을 지정할 수 있었지만, 불과 출발 2주 전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좌석은 1도 없었다는.. 사실...


아무튼 미국행 비행기 타기 전에 엄청나게 질문공세를 받는다. 왜 난 영어로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지.. 다행히 한국어로 물어봐주더라..

왜 가느냐? 미국엔 무슨 일로 가느냐? 어떤 비자로 가느냐?

다행히도 미리 하와이와 괌을 다녀온 친구가 있어서 어버버 하지 않고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12시간의 비행 그리고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

원체 기내에서 잠들지 않는 나는, 필히 아이패드에 무수히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저장해 왔다.

브루클린 나인 나인, 뉴욕 관련 다큐멘터리 1개, 맛있는 녀석들 등등.....

개인적으로 기내에서 와인 한잔과 아이패드로 영화를 보면서 가는 것을 제일 좋아함..


2번의 식사, 6잔의 와인, 1잔의 위스키, 2편의 영화, 6편의 드라마.

어느새 좌석 디스플레이에 아메리카 대륙 보스턴 상공에 다 달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 보스턴에서 환승의 과정을 지나가야 한다.

우리가 내린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은 다행히도 한산했다. 셀프 체크 수속에서 입국 체크를 진행했고,

그룹 입국 심사 수속으로 빠르게 출국장으로 나올 수 있었다.


미국 경유 시에는 무조건 경유지에서 입국심사, 보안검색대, 수속 체크인을 다시 해야 한다고 한다.

미국 법이 그렇다고 함...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듯한 국가처럼 보이지만, 쉽게 들어갈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우리가 내린 터미널 E에서, 국내선 환승 터미널인 터미널 A까지 가야 한다.

가는 길에 'Drop off Bagages' 구간에서 짐을 맡기고 걸어간다.


터미널 A는 멀었다.

롯데 아웃렛, 영등포 타임스퀘어보다 넓었다.

하필 무빙 에스컬레이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중간에 주차장이 나와서 살짝 당황했지만

무사히 표지판을 믿고 걸은 덕에 터미널 A에 약 15-20분가량 소요해서 도착할 수 있었다. (벌써 지친다)


델타항공은 모두 셀프체크인이다.

우린 짐을 맡겼기에, 셀프체크인 키오스크를 통해 보스턴발 뉴욕행 티켓을 가지고 보안검색대를 지난다.

신발까지 벗고.... 별 탈 없이 들어온 환승 터미널.

국내선 전용 터미널이라 그런지 미니멀한 김포공항 같았다. 이제 점점 피곤하다.

던킨도너츠에서 글레이즈드 도넛과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빼 달라고 했지만... 우리말을 듣지 않았다. 시럽을 넣은 달달한 아메리카노와 도넛을 먹으며 대기했다.

세계의 여러 공항을 다니다 보면 인천공항의 대단함을 새삼 깨닫는데 보스턴도 그러했다. 역시...

고장 나있는 USB 충전 콘센트, 고장 난 대기 좌석, 협소한 화장실 등등


#뉴욕 라과디아 공항

2-3열의 소형 비행기를 타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으로 향한다. 연신 창밖을 보며 여기가 어딘지 유추해낸다. 심즈나 심시티에서 보이던 항공뷰가 실제로 연출된다. 1시간도 안 걸리는 비행 끝에 우린 맨해튼 섬으로 비행기가 활강을 했고, 뉴저지 절벽을 보며 라과디아 공항으로 착륙했다. 저 멀리 보이는 맨해튼 섬의 스카이라인이 아직도 생생하다.


라과디아 공항은 정말 작다. 우리나라 지방 공항과 비슷한 규모.

개인적으로 미국 특유의 단순함과 단조로움을 좋아하는 편인데, 라과디아 공항이 그런 편이었다. 별다른 장식 없이. 단조로운 방식과 효율성의 구조. 내가 미국에 왔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우버를 타기 위해 픽업 장소로 향한다. 라과디아 공항은 'Ride-app, Pick up place'가 따로 있다.

표지판에 잘 표시되어 있으니.. 잘만 따라가면 되겠다. 따라가다가 메트로 카드 머신을 발견하고 메트로 카드를 발급받는다. 근데 왜 신용카드밖에 사용할 수 없는지 참.... 이제 정말 쉬고 싶다.


#Q4 Hostel

이름만 호텔인 Q4호스텔, 라과디아 공항에서 우버로 평균 4만 원 정도면 20분도 안 걸려 도착했다.

사진에서나 후기에서 한결같이 이 숙소는 좁다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좁았던 적은 처음이었다.

세상에나 여기서 일주일을 3명이서 어떻게 버티지...라는 생각으로 가득.

욕실 겸 화장실은 꽤 넓었다. 세면대가 좁기는 했지만, 남자애들이라서 그 부분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캐리어를 놓을 데도 없어서 침대 밑에 넣고 빼기를 반복하다 지쳐버렸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최선인 듯...


#타임스퀘어

타임스퀘어에 처음 갔을 때의 느낌은 거대하다.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엄청난 스케일의 광고판과 각양각색의 인종의 사람들 정말 그 넓은 대로가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홍콩의 빌딩보다 더 컸던 빌딩 사이즈. 자본주의의 국가답게 광고판은 정말 세계의 모든 브랜드의 제품들이 광고되고 있었다. 왜 사람들이 기를 쓰고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광고를 하는지 조금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12시간의 비행시간과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이 복잡하고 거대한 기운에 압박되는 듯하였다.


결국 우리는 그냥 저녁을 먹으로 이동했다.


#P. J clark's

타임스퀘어에서 약 25분을 걸어, 냇 킹 콜과 케네디 여사의 단골 햄버거집인 'P.J Clarks'에 찾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역사가 깊은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세계의 단 한 곳에 있으며, 그곳이 아니고선 절대로 그 시간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예술품보다는 건축물과 역사를 더 좋아한다. 우연과 필연이 모여 하나의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내니깐.



아무튼, 역사가 깊은 만큼 맛도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레스토랑 서버는 우리를 구석 테이블 심지어 스태프 전용 출구 옆 테이블로 안내해줬다.


" 다른 자리 없어요? "

" 응, 너희 3명이잖아. 그냥 거기 앉아 다른 테이블은 모두 4인용, 2인용 뿐이야 "


상당히 찝찝했다. 여행에서 인종차별 비슷한 경험을 하면, 여행에 대한 기억이 최악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여행 첫날이고 하니 더 이상의 요청은 거부하고, 그냥 자리에 앉았다.

하필 그 식당에 아시아인은 우리 3명뿐이었다.


아무튼 찝찝함을 뒤로하고, 이 식당의 시그니쳐 햄버거인 '캐딜락 버거'와 '버펄로 윙' 그리고 '폭립'을 시켰다.

캐딜락 버거라 불릴 만큼, 이 곳의 햄버거는 나름 유명한데, 뭐 쉑쉑 버거 이전의 시대에선 여기에서 캐딜락 버거를 먹는 게 유행(?)이라 불렸다고 한다.


일단, 햄버거만 맛있다. 역사가 깊다고 해서 맛도 깊을 줄 알았는데 햄버거만 깊었다.

버펄로 윙은 정말 하나같이 짰으며,, 심지어 입술에서도 짰다. 폭립은 먹을만했지만, 미지근한 온도에 괜히 더 느끼해졌다. 이게 우리가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레스토랑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인지 잘 모르겠다.


허무하게 나의 예상이 무너져 버린 레스토랑이었다. 유서가 깊은 사실은 고층 빌딩 속에서 2층 건물로 유지되는 것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맛은 뭐...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기억 속에선 단지 그냥 동네 식당 정도였다. (다시 갈 의향이 전혀 없음..) 나중일이지만 우리가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4인용 테이블에 앉아있는 3명의 손님을 보고 괜히 더 찝찝했다.


이렇게 우리의 뉴욕의 첫 입성기는 끝.

뉴욕은 마냥 밝고 화려한 도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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