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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 Sep 16. 2019

[뉴욕 여행] #2, 뉴욕에서 브런치를

나를 위한 여행 안내서 (부제 : 여행 그림 기록기)

#뉴욕에서 브런치를 'Tartine'

뉴욕에서 해보고 싶은 것 등 중에서, 뉴요커처럼 여유롭게 주말 브런치를 하는 것.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4명의 친구들은 시간이 되면 모여서 브런치를 즐겼다. 브런치라고 해서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커피나 샐러드를 먹으며 세상 사는 이야기나 은밀한 이야기도 나눴다. 주말 늦게 일어나 점심을 먹기엔 이르고 아침을 먹기엔 애매한 시간에 끼니를 때워 하루를 시작하는 게 정말 지극히도 전형적인 도시인의 라이프인 것 같다.

월화수목금 내내 일하고 금요일 저녁에 늦게까지 놀고 토요일 늦게일어나 속을 채우는 것, 정말 도시에 사는 싱글라이프 그 자체인 것 같고 그 삶을 대표하는 게 브러친가 아닐까 싶다.

근데 사실 이러한 라이프가 가능하려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된 단독가구여야 한다. 뉴욕의 대부분이 세계 여기저기에서 홀로 온 사람들이라 어찌 보면 뉴욕에서 브런치 문화가 발달되는 것이 맞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난 아침 먹으라는 부모님의 핀잔이 좀 더 좋은 편이다. 혼자 일어나서 주말에 뭐 먹지? 하는 삶이 가끔은 좋아도, 이게 지속되다 보면 이 것도 나름 하나의 큰 고민거리가 된다. 어찌 보면 홀로 사는 싱글 도시인의 애달픔인 것 같고.... 그리고 브런치가 약간 우리나라에선 고급화(?)된 느낌이 없진 않은데, 사실 고급진 것으로 따지면 애프터눈 티가 좀 더 알맞은 듯..


아무튼 우리는 브런치 시간에 맞춰, 뉴욕의 첫 아침 식사를 맞이하려 한다. (점심식사는 또 따로 할 거니까.) 말뿐인 브런치인 아침식사를 하러 이동한다.


사실.. 우린 시차 적응을 실패했다. 장거리 비행을 많이 했어도, 이렇게 12시간 시차가 차이나는 곳에서 지내는 것은 또 처음이라. 현지 오후 4시가 아직 한국 시간 새벽 4 시인 우리인지라, 시차 적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거의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아침 먹을 시간까지 기다렸다는 후문..


뉴욕에서 브런치 메뉴로 유명한 것이 '에그 베네딕트'인데, 잉글리시 머핀 위에 연어나 햄을 올리는데 여기에 필수적으로 수란을 올려야만 에그 베네딕트라고 불린다. 여기에 채소나 여러 과일을 올리기도 하는데, 채소 섭취량이 현저히 적은 현대인의 삶에... 딱 어울린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40분이었다. 매장에서 아침식사는 9시부터 가능했지만, 브런치 메뉴를 주문받는 건 오전 10시부터라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서 10시에 주문해도 되는데 그전까지 가게에 앉아있어도 되냐고 하니까, 친절한 주인분께서 흔쾌히 OK 하셨다. 여기도 이 부근 맛집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뉴욕의 아침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10시 즈음, 에그 베네딕트, 에그 누와르, 프렌치토스트를 시켰다. 주문이 들어가고 나면 오렌지 주스를 가져다주고, 차랑 커피 중 메뉴를 고르라고 한다. 커피를 주문하면 블랙커피와 우유를 가져다준다.

Cafe Tartine By.Dolre

사실 뉴욕에 와서 처음으로 아메리카노에 우유를 타서 먹어보았는데 생각보다 부드럽고 고소하다.

아침식사로 딱 맞는 배합인 것 같다. (아 그리고 여긴 커피가 무한리필...)

위에서부터, 에그 베네딕트, 에그 누와르, 프렌치토스트

드디어 나온 우리가 시킨 메뉴 (에그 베네딕트, 에그 누와르, 프렌치토스트)

일단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 가져다준 감자가 양이 줄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맛은 모두가 예상 가능한 맛이다. 사실 먹으면서도 이 맛을.... 한국에서 먹어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뭔가 내가 생각보다 미국 음식에 친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고 싶었는데, 여행 중이라 그런지 아니면 내 성격이 급한 건지, 계속 머릿속으로 그다음의 일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누군가랑 같이 있다면 그다음의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는 압박감이 조금 있는 편인 것 같다. 차라리 혼자였다면 뉴욕의 브런치를 좀 더 여유롭게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그리니치 빌리지

그리니치 빌리지는 예전 영국인이 살았던 주거지역이라고 한다. 그도 그런 게 그리니치는 런던 시내 남부지역에 똑같은 이름을 가진 지역이 있다. 그리니치 천문대가 여기 있었던가? 그리니치 빌리지는 영국인이 와서 살다가 점점 예술가가 살게 되고 그 지역에 카페나 레스토랑이 생기고 나서 유명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힙을 추구하는 힙스터라던가 젊은 사람들이 대거 몰려서 동네 자체가 젊다고 한다. 근처에 첼시 지역도 있고 소호랑도 가깝고. 또 이 동네가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모니카의 아파트가 있다고 한다. 프렌즈 촬영은 세트에 했지만, 배경으로 되는 뉴욕의 건물은 이 곳 그리니치 빌리지라고 한다. 그리고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의 아파트가 여기 있다. 캐리의 집까지 데려다주는 빅의 차도 여기를 주야장천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드라마 팬들에겐 상징적인 장소. 

여기가 모니카의 아파트, 빨간 벽이 인상적인 1층 건물의 The little owls 레스토랑. (실제로 여기도 맛집으로 유명하다) 



#워싱턴스퀘어 파크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워싱턴스퀘어 파크는 상당히 가깝다, 걸어서 10-15분 거리. 타임스스퀘어 부근의 거리를 걷는 것보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워싱턴 스퀘어 파크로 걸어가는 길이 상당히 여유롭다. 어떻게 같은 섬에 있는 지역인데 이리 느낌이 다른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는 개선문이 있는 작은 공원인데 내 기준 뉴욕스러운 장소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는 이곳에서 노래를 녹음하고, 어거스트 러시에서는 기타를 치기도 하고 또 어벤저스에서는 대판 싸우기도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간간히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한다.


브런치를 먹고 유유히 워싱턴 스퀘어 파크까지 걸어간다. 

Washington Square Park, By.Dolre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공원에는 가족단위의 인파들이 몰려있었다. 뉴욕대학이 근처라 그런지 간간히 독서하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가 갔던 시기에 '과학 페스티벌'을 하고 있어서 곳곳에 체험 부스로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분수대는 아직 초여름이라 그런지 가동을 안 하고 있었고, 물은 거의 말라있었다.


사람들은 개선문 아래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인물화를 그리며 따사로운 주말 아침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기분을 좀 더 내 길거리에서 파는 뉴욕식 팝시클을 사 먹어봤지만, 입만 셔서 실패했다.


사실 어찌 보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깨어있는 우리의 기분이 최저이지 않을까.

시차 적응을 실패해서 그런지 공원의 여유로움이 괜히 피곤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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