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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 Oct 25. 2023

[내향인의여행] 치앙마이 3편

치앙마이에 쉬러 왔는데, 왜 바쁜 것일까?



“김치볶음밥이랑 등갈비찜, 제가 만들어줄게요.”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였다.

물론 내가 한 이야기는 아니고, 같이 술을 마시던 친한 동생이 한 소리였다.


꽤나 진지한 얼굴로 하겠다고 말하기에, 뭐 그럴 수 있으면 그래봐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집에 가기 전, 다 같이 토요일 저녁에 모여달라는 초대 아닌 초대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형, 저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데, 제가 요리하겠다고 했나요?”


동생은 술 먹고 한 말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술에 취한 것 치고는 정확하게 네가 간장베이스의 등갈비찜이랑 김치볶음밥을 하겠다고 했다.


“…”


한동안 동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에서 주방장을 맡고 있는 동생은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리고 또 좋아했다. 다른 이야기엔 시큰둥하지만 소스나 식재료가 대화 주제에 오르면 그 누구보다 신나 했다. 오죽했으면 지켜보던 친구가 눈이 저렇게 반짝이는 게 유성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미쳤네요.”


동생은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이벤트가 발생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이벤트는 꽤나 반가웠다.


그도 그럴게, 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조그마한 라이브바의 주방을 빌려서, 신세 졌던 태국인 사장님 부부를 위한 조그마한 한식 파티라니. 상상만 해도 너무 귀엽지 않나.


게다가 동생 스스로 벌린 이벤트라는 게 꽤 유쾌했다.

그를 빼고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모두가 기억하는 것도 킬링포인트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게 무엇일까.

그냥 파티에 맨몸으로 갈 수는 없었다.


일단 점심을 먹으며 생각하자.



*



Moo Ping Khun Por



오늘의 점심은 <무삥>, 돼지고기 꼬치구이였다.

님만해민 내가 자주 가는 마사지 샵 근처에 있는 식당이다.


이곳엔 다양한 종류의 무삥을 팔고 있는데, 

세트로 시키면 시큼한 맛의 소시지와 돼지고기 간 구이, 무삥, 그리고 흑미찰밥이 함께 나온다.


사진으로 보면 양이 적어 보이는데, 그렇다 양이 적어서 슬펐다.


달달하면서도 짭짤한 무삥 한 점. 그리고 찰밥 한 점.

돈만 여유롭다면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입맛 없을 때 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음식.



*



Charin Pie.



점심을 가볍게(?) 먹고, 파이샵으로 향했다.

치앙마이에는 꽤나 다양한 디저트 가게가 있는데, 그래서 치앙마이가 좋다.


새로운 디저트 가게를 발견하고 맛의 경험을 쌓아가는 거 너무 재밌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코코넛파이로 꽤 유명한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게,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케이크 냉장고에 진열된 파이와 케이크들을 보니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주문한 파이는 코코넛파이, 단호박 파이.

코코넛 파이는 크림이 부드럽고 코코넛 향이 꽤나 매력적.

이건 분명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듯하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단호박 파이였다. 

아니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고?


촉촉하면서 입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달콤한 향이 나를 한동안 행복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건 혼자 먹을 수 없는 맛이었다.


“파이 좀 포장해 주세요.”


난 결국 파이 4개를 포장했다.


*


토요일 저녁 파이 4개와 함께, 동생이 요리할 태국인 사장님의 라이브 바를 찾았다.

사장님은 미리 주방을 비워두셨는데, 일하시던 직원분이 웃으며 도와주겠다고 했다.


동생은 꽤나 진지했다.


마야몰 지하 쇼핑몰에서 7만 원어치 장을 본 것이다.

아무래도 식재료가 대부분 수입산이다 보니 비싼 듯했다.



사장님은 멋들어지게 테이블을 꾸미셨고.

그 위에 동생이 요리한 김치볶음밥과 등갈비찜이 올라왔다.


뚝딱 만들었던 등갈비찜. 감자가 아니라 무가 들어가서 꽤 색달랐다.


타국에서 요리를 처음 해보는 동생은 김치볶음밥을 살짝 태웠는데.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특해서인지 타버린 그 맛 마저 맛있었다.



늦은 시각의 마야몰 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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