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하면서 필요한 것들
치앙마이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동안 한 것이라고는..
웬만하면.. 점심은 나가서 먹으려고 했다.
처음 치앙마이로 오기 전 가족들과 친구들이 물었다.
가서 한 달동안 무얼 먹으며 살 것인지.
물론 그 자체에 대해서도 스스로 고민을 했다.
내가 과연 타국에 가서.. 한국 음식을 그리워 할 것이 뻔하기는 한데.
요즘 워낙에 해외에서도 한국 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다고 하니.. 그런 한국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간간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볶음김치라던지.. 해외 여행 갈때 사가는 필수품들.. 뭐 고추장 이런 것들
가져가려고 고려했다. 치앙마이 시내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빠르게 포기했지만..
아무튼 그래서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조리기구들이 충분히 여유로운 숙소를 구하게 되었다.
근데 정작 와서 밥 한끼가 무려 3천원이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재빠르게.. 음식을 해먹겠다는 의지는 빠르게 식었다.
왜냐하면. 기껏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는.. 밥 짓기.. 김치찌개..김치볶음밥.
이런 요리니깐.
이 요리를 해 먹겠다고 태국에서 비싼 김치를 사와서.. 국물내고..돼지고기도 넣고..
또 먹고 치우고.. 하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상당히 귀찮아졌다.
아 물론 특별히 그리워 하는 한국의 맛이 있다면.. 뭐 이해는 한다.
그래도 여기에는 한국분들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많고. 그리 비싸지도 않다.
나 같은 경우는 그냥 한식당에서 메뉴 2-3개 주문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배고플 때 먹었었다.
내가 만약 태국에 2-3개월 있는다고 하면.. 모르겠다. 한 2-3번은 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숙소 근처에서 가까운 시장이 하나 있다. 타닌 시장이라고 로컬 시장인데
야채, 과일, 고기, 반찬, 밥 이런 온갖 종류의 것들을 팔고 있다. 심지어 근처에
소규모의 식당이 몰려 있는 곳도 있는데. 여기서 점심 한 끼를 먹어도 괜찮다.
밥 한끼가 50-60바트 정도니깐.. 우리나라 돈으로 현재 환율 기준(38?)으로
대략 1900원에서 2000원 정도 한다는 소리.
아무튼 타닌시장에 가면 밥을 판다. 소량으로 포장해서 10바트..15바트에 파는데
막 지어서인지 봉지채 열어 놓고 판매하고 있다. 사실 가기 전에 워낙에 동남아시아 이런 곳은
파리도 많고 벌레도 많아서 위생적으로 좀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관리가 되어 있는 편.
아무튼 나는 여기서 이싼 소세지.. 몇 개와 쌀밥(2-3개 정도).. 그리고 반찬가게에서
꽤나 맛있어 보이는 반찬을 몇가지 사서 먹었다.
일주일에 3-4번은 외식을 한다면.. 나머지 날들은 이렇게 해서 먹었다.
게다가 맛있다. 태국식 집밥이 요런 것일까.. 하는 생각.
치앙마이에 와서 외식도 참 많이 했다. 거의 점심은 나가서 먹을 정도였는데.
점심을 11시 이전에 먹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나는 뚜벅이 여행자라서. .오토바이도 없고..
어떠한 이동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웬만한 곳은 걸어 다니려고 했는데..
11시가 넘어가게 되면 해가 무지하게 뜨거워진다. 그러니..
아침에 일찍 식당까지 걸어갔다. 도착하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는데.
치앙마이의 대부분 식당은 에어컨이 없다. 선풍기만이 더위를 식혀줄 뿐.
아무튼... 첫 날 치앙마이에 와서 먹은 음식 중
첫 번째는 카오소이였다.
카레가루에 코코넛 밀크를 넣어 만든 태국식 국수요리인데. 쉽게 말하면 카레..국수?라고 해야하나?
카레 향이 많이 날 것 같긴 한데 의외로 그렇게 나지 않는다.
카레 향이 부드러운 코코넛 밀크와 섞여서 살짝 고소한 맛이 나는 것 같다. 그래도 매콤한
카레가루가 들어가서인지. 의외로 느끼하지도 않다.
어떤 한국분이 그랬다. 다 먹고 나면 꼭..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라고 했다.
그분에게 상을 전달하고 싶다. 먹다보니.. 국물이 너무 아쉬웠고.. 밥을 말아 먹고 나니
더 행복해지는 느낌이었다.
치앙마이에 와서 먹은 음식 두 번째는..
옥수수 쏨땀이었다.
쏨땀은 태국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데
파파야를 채 썰어서.. 피쉬소스랑 땅콩가루에 버무린 샐러드라고 보면 된다.
뭐 우리나라 음식으로 치면.. 무생채..? 이런 느낌이 아닐까?
아무튼 쏨땀은 이싼 지역 태국의 북부 지역의 대표 메뉴인데.
치앙마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쏨땀 메뉴를 정말 많이도 볼 수 있다.
그래도 유명한 곳에서 먹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유명한 쏨땀집을 찾았다.
거기서 옥수수 쏨땀을 먹었는데.. 기존에 먹던 파파야 쏨땀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식감은 파파야 쏨땀이 더 좋기는 한데.. 옥수수의 약간 달달한 단맛과 고소함이
시큼하고 매콤한 피쉬소스와 조합이 좋았다.
고기랑 함께 먹으니까.. 원없이 먹을 수 있는 느낌.
그리고 치앙마이에 와서 먹은 음식 세 번째는
카오만까이였다.
카오만까이는.. 닭육수로 맛을 낸 밥위에 닭고기를 올려서 먹는..
약간 닭고기 덮밥 같은 것인데.. 여기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메뉴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담백한 맛이. 상당히 좋다. 의외로 위에 부담도 안 가고.
살짝 자극적인 태국 음식 사이에서 순하디 순한 메뉴 같은 느낌.
이거 먹으면서 느낀 건.. 와 이건 헬스 하신분들이 먹으면 좋아하겠다.
단백질을..이렇게 대놓고 먹을 수 있네.. 이런 느낌..
워낙에 맛집인 식당이 많아서.. 어딜가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
아직은 못 먹어본 음식도 많고.. 찾아가야할 곳도 많다.
그래도 나름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 뿌듯하기도 하다.
내향인이라서.. 늘 나가는 것에 용기가 필요한데.. 외국이라.. 또 혼자서..그런지
역시 상황이 만들어 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나름 아쉬워서라도 돌아다니고 있는데.
늘 부지런히 돌아다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