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숙소 구하기.
태국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 날.
집에서 짐을 싸다가, 문듣 갑자기..
"귀찮다."
"내가 과연 한 달을 다른 곳에서 살 수 있을까?"
"타국에서... 혼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나이를 먹어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꺼진 쫄보 내향인의 흔한 걱정이 시작이 되었다.
캐리어에 짐을 싸고는 있지만, 티셔츠 몇 장, 반바지 몇 개... 속옷 몇 개
한 달인데, 너무 적은 짐이 아닌가?
치앙마이까지 가서... 숙소에서 나오지도 않고, 배달음식(실제로 동남아는 배달음식이 한국보다 더 잘 되어
있다는 점)이나 시켜 먹으면서, 핸드폰으로 무한도전... 순풍산부인과, 프렌즈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보내지 않을까? 그러다가 후딱 한 달이 지나고 다시 한국으로 컴백하지 않을까?
(그게 현실이 될 확률이 거의 80%)
그런 걱정을 했다. 근데 웃긴 건, 친구를 비롯해... 우리 가족들까지고 드렇게 생각을 했다.
내 이미지는 집 그 자체구나...
그런 걱정과 우려를 가지고 온 치앙마이.
일주일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고 느낀 건데. 내 스스로도 생각할 정도로
너무, 너무, 너무 잘 지내고 있다.
첫 날 한 달 사는 숙소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던 내 자신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서울 첫 자취방을 구하고 바닥에 깔아 놓은 이불에 누워서 천장을 봤을 때의 감정이었다.
사람은 혼자 사는 법이지... 그렇지... 그게 어느 장소든... 말이야.
낯선 장소에저 잠을 오래 못 자는 버릇이 있는 나.
그래서 한 일주일 정도 아침 8시, 9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서 뭐 했냐고?
원래 오기 전에는 예능에서 보던 연예인의 훈훈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할 것이다!라고
계획을 세우고 왔다. 슬기로운 치앙마이 생활기 이런 것 말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치앙마이의 싱그러운 풀냄새를 맡으며 요가도 하고...
쿠킹스쿨도 다니고 근처 YMCA에서 태국어도 배우고...
햇살 아래(태국의 햇살은 따스하지 않고, 따갑다) 수영도 하고
열심히 체육관에서 스쿼트, 덤벨을 들이대는 그런 자기관리의 삶을...
그렇지만 무너졌습니다.
아주 깔끔하게요. 이틀만에 사라졌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를 보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이쯤되면 한국에서 삶이랑 달라진 것이 1도 없어요.
그래서요.
부지런히 돌아다니려고... 노력했다.
정말 노력했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나가려고했다.
카페에 가서 커피는 안 마시더라도, 입장만 하고 에어컨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 나는 여행을 온 거야! 경험을 하러 온 거라고, 그저 한국 삶은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즐기러 온 거 아니라고!
점심 외식을 일주일 5번 이상을 했다.
워낙 물가 자체가 한국보다 저렴하다보니...
실패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늘 성공을 경험하는 소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역시 자본에 의해 무너지기도 하더라.
실패하면 또 다른 거 먹으면 되니까.
그렇게 나는 매일 아침,점심,저녁 앞으로 뭘 먹지? 라는 생각으로
가득해지는데..
아무튼 그래도 그런 생활을 잘 즐기려면 숙소가 중요하다.
근처 맛집이 무엇이 있는지, 즐길 거리가 무엇이 있는지..
아니면 내 목적에 따라 달라지니..
어떠한 곳이 나랑 맞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집돌이와 내향인에게 한 달 살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생활 리듬에 맞는 숙소여야 했다. 이건 필수다. 밑줄 쫙
그래서 가기 전에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구역을 좀 찾아보았다.
자유여행이다보니, 내 스스로 찾아야 한다.
치앙마이는 대표적인 구역(그러니까, 여행객이 많이 묵는 지역)이 세 구역(?) 정도 있는 것 같은데...
산티탐과 올드타운 그리고 님만해민
산티탐 이쪽은 올드타운과 님만해민의 중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올드타운의 북쪽
님만해민의.. 동북부쪽.. 중간이 아니네?
아무튼 산티탐은 한국분들을 비롯해 정말 많은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데!
주로 여행객들 그러니까 나와 같은 장기 거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산티탐은 숨겨진 로컬맛집이 진짜, 진짜 많아서 지금도 한 달 동안
다 못 먹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우버나 그랩으로 오토바이 택시를 호출해서
다니기에는 적당한 곳. 그리고 워낙 주택가가 밀집이 되어 있어, 한적(?)한 것 같음.
그래도 밤에는 늘 조심하자.
올드타운은 치앙마이의 대표 랜드마크 구역. 그냥 올드타운은 랜드마크 그 잡채.
과거 왕국의 수도의 중심 역할을 한 곳. 그래서 사원도 정말 많고, 유적지도 정말 많다.
막 오래된 유적지 옆에 식당이 있고 그럼. 경주?
이곳은 보존도 잘 되어 있어서... 진정한 치앙마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토요일마켓, 일요일마켓이 열리는 곳이랑 가깝다보니, 많은 여행객들이 묵기도 하는데
그런 이유가 놀 거리가 많다. 그리고 저렴함.
마사지, 아침식사, 로컬식당... 그리고 외국인이 많은 동네답게
왠만하면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거의 메뉴가 영어)
그리고 라이브 펍이라던지 재즈바도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묵기도 한다.
그래서 많이 시끄러움. (나랑 안 맞아)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 그럼 올드타운으로 하면 된다.
막 새벽 6시에 자고, 오후 4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자에겐
완벽한 곳.
님만해민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연남동? 아니 가로수길? 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생각 했을 때, 압구정과 성수 그 어딘가였다.
현대적인 건물이 몰린 번화가 중 한 곳인데, 의외로 님만해민을 자주 가게 되었다.
왜냐하면 대형마트가 있었고, 치앙마이에 온 자. 일주일에 한 번은 방문하게 되는
마야몰이 있었기 때문. (아 너무 자주 갔어...)
대신 가격대가 조금 많이 나가는 편.
산티탐이나 올드타운보다 한 3-40바트는 더 나간 것 같았다.
아무튼...
처음에 오기 전에 한 인터넷 카페에서
치앙마이에 가게 되면, 한 3일 정도는 호텔에 묵으면서
자신과 맞는 지역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너무나도 귀찮았습니다.
날도 덥다던데 30도 아래에서... 돌아다니라구요?
못해요...
그래서 그냥 수소문 끝에 알게 된,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산티탐 지역의 숙소를
렌트했다. 다행히 내가 예약한 시점에 예약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 10월 한 달을
여유있게 예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와서 좀 후회한 것은
역시 살아볼 것을 그랬나? 였다.
그래도 딱히 뭘 실행하지는 않았다.
올드타운에 가면 북적이고 치앙마이 스러운 것들이 좋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한적하고 편의시설이 몰린 것을 선호하는 나였기에...
그렇다고 님만해민이 좋았나...라고 하기에는
너무 차가 많고 시끄러웠다.
뭐야 결국 산티탐이네
아무튼 숙소를 렌탈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1. 미리 한국에서 숙소 예약.
나를 예로 들자면... 한국 분이 운영하는 콘도(숙소)의 렌트 가능 일자를 확인하고,
렌트 가능여부를 확인하고 요청했다. 가기 전 보증금을 내고 도착한 날 월세를 미리 납부하는
그런 식이었다.
귀찮음이 많은 나에게는 딱 적당하고 합리적인 방법.
(게다가 유명한 숙소는 대부분 예약이 다 마감된 경우가 허다해서... 빨리 해야한다.)
또 다른 방법은 에어비앤비 혹은 호텔인데
이 방법도 괜찮다! 다만! 가격이 많이 나갑니다.
2. 현지에서 발품 팔기.
실제로 치앙마이에 와서 만난 사람들 중에 페이스북이나... 콘도들을 돌아다니면서
남는 방이 있는지 확인하는 사람도 봤다. 이게 더 확실한 것 같기는 하다. 아무래도
방 컨디션도 체크할 수 있고, 다만 귀찮음이 커서 그렇지.
게다가 돌아다니다 느낀 건데, 의외로 Rent!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많이 보기도 했다.
아침부터 돌아다닌다고 한다. 사람들 말 들어보니...
운이 좋으면 최적의 컨디션을 보다 더 싸게 렌트해서 사는 사람도 보았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귀찮으신 분들은
그냥 호텔에 묵는 분도 봤다. 근데 난 수영장도 필요해서...
꼭! 수영장이 있는 콘도에 묵고 싶었다. 그렇다면 뭐 수고로움은 버텨야지.
이렇게 숙소를 구하고 나면 치앙마이 한 달 살기에서 50%는 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한 달 살기를 슬기롭고 재미나게 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