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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 Jan 12. 2023

[내향인의여행일기] 치앙마이 한 달 살기 #7.인연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보내는 중.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지난 번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서

곧바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생일파티에 가실거죠? 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 메시지는 같이 놀았던, 이제는 친해져버린... 남동생이 보낸 메시지였다.

기억은 잘은 안 나지만. 분명 내 성격상 끄덕끄덕 할 것이다.

(사람 좋아하는 척은 안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 좋아함.)


쨋든, 생일은 목요일인가? 그랬었고,

그 날이 오기를 조금 기다렸다. 설레였지만, 설레인 척은 하지 않음.

아무렇지 않은 척 함. 웃기지 않냐고요.


아무튼, 목요일까지 정신없이 일을 마무리 짓고.

외주도 마무리 하고. 혼자서 카페도 부지런히 다녔다.

그렇게 목요일이 되었다!


마야몰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했고, 우리는 각자 선물을 뭐 살지 고민을 했다.

같이 놀았던 남동생 '보'는 비싼 와인을 사가겠다고 했고,

나는 그럼 일본술인 사케를 사가겠다고 했다. 



소주도 있는데, 소주는 다른 사람이 사기로 함.

흥 여기 소주 엄청 많다는 점. 무슨 딸기 소주도 있고, 청포도 소주도 있고,


그냥 모든 과일맛 소주가 여기 다 있음.

레드벨벳은 여기 와서 빨간맛이 아니라 소주맛! 하면 대박났을지도?

처음보는 브랜드도 많았는데, 무슨 선물인가..영광인가 그런 이름이 있었음.

넘나 웃긴 것.


아무튼 매실주(일본술), 사케를 들고 찾아갔더니, 아주 파티가 거나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술집은 저번에 왔을 때는, 라이브 바와 실내 테이블 몇개 있는 홀만 있는 줄?

그런데 아주 정원도 있었고, 사장님 내외분이 지내시는 집도 1-2층이 있었다.

뭐야 부자 아니셔?



아무튼, 갑자기 생일파티가 진행이 되었고,

사장님은 한국사람들이 놀러 온다고 김치랑.. 삼겹살이랑 이것저것 준비해두셨다.

한국드라마를 보다보면 많이 나와서 그렇게 준비를 했다고 하셨는데.

흥 아무리 K-드라마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그렇게 드시는 줄 아나보다.

미국 사람이 매일 팬케이크 먹는 것처럼...


어떻게 알았지. 너무 환장하는 메뉴였다.

치즈가 콕콕 박힌 소세지도 있었고, 똠양베이스의 국물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치앙마이에 와서 사 먹었던 김치는 별로 맛이 없었는데, 여기 김치는 진짜 꽤 맛있었다.

그래서 설마? 우리를 위해? 한국인의 정성이 담긴 김치인가? 했는데


사장님 이거 직접 구하신 거에요?

라고 물어보자. 사장님은. 아니 그냥 근처 마트에서 샀어.

그 마트 어디죠?


외국에선 김치만 있으면, 밥 한 끼, 라면 4봉지까지 가능하다 아님니까!


아무튼 맥주와 쌩쏨(태국식 위스키) 그리고 소주, 와인 하다못해

비싼 10년산 위스키도 있었다. 

(내가 사온 매실주랑 사케가 홀연 자취를 감쳐도 모를 것 같았다.)

아무튼 음식은 맛있었고, 태국인 사장님의 정은 너무 따뜻해고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인연은 만든 것일까?

누군가의 인연이라는 줄을 내가 쥐게 되었고, 그 줄은 또 다른 어딘가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런 게 여행인가?


술을 한 잔, 두 잔 하면서 느낀 것이다.

내가 느낀 여행은 뭔가 새로운 여행지, 관광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곳을

경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치앙마이에는 힐링이라는 목적으로

가만히 커피나 마시며, 걷고, 쉬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은근슬쩍 나도 모르게

이런 게 여행이라고 할 수 있나?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인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이 파티에 초대를 받고, 같이 밥을 먹고... 언어도 안 통하지만.

손짓, 발짓 해 가면서, 서로의 뜻을 이해하고 묻고, 서로를 알아가는 이 과정이

너무 소중했고 1분 1초가 뜻이 깊었다. 워낙에 의미 부여 하는 성격답게...

나는 면접날 내 귓가에 불어오는 꽃잎도 소중하게 하는 사람이다.

(아 물론 합격했을 때!)


아무튼 사람들과 언어는 안 통하지만 나도 태국어 한, 두 마디 배우고

그 사람들도 한국어, 그리고 찐 한국 문화흘 알아 가며 서로를 더 알아가는 것이었다.

그래 어쩌면 이런 게 여행일지 모르지.

아니 지금 이 순간은 나에게 여행이다.


이 여행이 미래에는 나에게 어떤 삶이 될 수도... 이어질 수도 있다.


아무튼 그 날은 신났고, 묘한 기분이 드는 밤이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난 이 술집을 매일 찾게 되었다.

그냥 사장님 내외와 함께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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