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정이었지만, 오랫동안 기억이 남을 예정인 아테네 여행기.
입국에 대한 두려움
이스탄불에서 아테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는데, 하나도 설레지도 않았다.
그저 긴장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을 다시 떠나는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2022년 9월 기준) 그런데 그리스?! 실제 여행자 커뮤니티에서도 아테네 여행하는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다. 들리더라도, 대부분 산토리니나 그리스의 다른 섬을 가는 사람들이었지,
나처럼 ‘아테네’만을 보는 것은 아니었으니..
(실제로 아테네 왔을 때, 한국사람? 거의 못 봤던 것 같음. 아니 없었음)
그래서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과거 그리스 부도 때문에 아테네 치안이 안 좋다고 했는데,
지금도 안 좋다고… 소매치기가 극성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네이버에 검색을 하더라도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다는 글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래서 걱정에 걱정을 더하고 또 걱정을 더했다. 그냥 무서웠다는 소리.
그래서 아테네 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긴장의 끝을 한 순간도 놓지 않았다.
입국하는 사람도 적어서 더 당황했다. 어?!
게다가 저녁 6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하늘은 어둑어둑해졌다!
밤 되면 뭔가 소매치기하는 놈들이 마피아처럼 등장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숙소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자마자, 캐리어를 꽉 쥐고! 가방을 앞으로 메고! 자물쇠로 잠그고, 내 기준 할 것은 다했다. 음악도 듣지 않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을 노려보며 경계했다.
30분 정도를 타고 도착한 아테네의 모나스티라키 광장!
다행히 숙소가 지하철 역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뒤에 따라오는 사람 붙은 사람 경계하면서 갔다.
그런데 의외로…? 소매치기범으로 의심 가는 사람들은 있으나, 딱히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나도 여행자이지만, 이미 아테네에는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도 그냥 여행자 중 한 명이었다.
물론 조심은 해야 하지만, 너무 긴장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위험해 보이는 사람은 딱 봐도 위험해 보였다.
내가 피해 가면 될 정도로 모든 것이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평온해 보일 정도…
너무 긴장을 한 것일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녹초가 되어버렸다.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 방문기)
아테네에 온 지 2일 차! 오늘 하루의 시작은 아크로폴리스와 함께한다!
일찍이 아테네 파르테논신전 투어를 신청했었는데, 그날이 바로 오늘!
애초에 아테네로 여행을 온 목적은 바로 파르테논 신전이었다.
사실 아테네를 꼭 오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었는데, 과거 ‘어쌔신크리드:오디세이’를 하면서
고대 아테네의 모습을 게임으로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 문득 아테네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후로 많은 유튜버들의 아테네 여행기를 보면서, 오… 나도 가볼까? 했는데.. 이렇게 올 줄이야.
솔직히 같이 갈 사람 찾느라 못 온 것일지도…근데 정작 온 것은 혼자네… 혼자면 뭐 어떰.
아무튼 오늘 투어는 지하철 2호선 아크로폴리스 역에서 시작된다.
느낌이 뭔가 경주느낌.
실제로 아테네는 뭐 건물을 짓던, 뭘 하던 지하만 파면 유물이 나온다고 한다.
싱기방기
아크로폴리스 역에 가면, 파르테논 지붕 앞면 삼각형에 조각되어 있던 조각물이 있기는 하다.
아크로폴리스 투어는 아침 8시부터 시작하는데, 이유가 있었다.
아테네의 해는… 지중해의 나라답게 해가 뜨거웠다.
그 말인즉슨 모든 투어를 오후 12시 이전에 끝내야 하는 이유…
아침에 추울까 봐 긴바지와 바람막이를 입고 갔는데…
네.. 더웠습니다. 땀이 나요.
아크로폴리스는 도시 한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과거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지역은
석회암이었다고 한다. 석회암의 특성은 물을 흡수했다가 내뿜는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지역은 물이 나오는 지역이라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아무튼 올라가다 보면 디오니소스 극장도 보고…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도 볼 수 있다.
처음엔 재밌었는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힘이 드니까… 유적지도 그냥 돌로 보이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아무튼 설명을 들으면서 올라가면 약 1시간 좀 넘게 걸으면 유네스코 1호 파르테논 신전을 만날 수 있다.
이 부근에는 소매치기범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가이드님의 말씀..
아테네의 상징 파르테논도 보고… 파란색의 국기가 펄럭이는 곳에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아테네를 눈으로 담습니다. 힘든데… 시원해요.
이후로 그저께이오스 파고스 언덕을 지나 필로파포스 언덕까지 가게 되면 투어는 끝이 난다.
기억에 남은 건. 월계수 잎과 올리브 나무가 지천에 널렸다는 것.
그리고 덥다는 것…
언덕은 높지 않았지만, 해가 무지하게 뜨거웠습니다.
머리가 타는 줄 알았어요. 여름엔 얼마나 더우려나…
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안 가져왔는데… 필요했었다…
결국 나는 지친 상태로 투어를 종료했는데..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면 그곳을 걸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하얀 대리석과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의 그림이 이상하게 자꾸만 떠오른다.
한식당 (a.k.a 2만 원 김치찌개)
첫 그리스에서 먹는 음식은 무얼 먹을까, 고민을 했다. 그릭요구르트? 그릭샐러드? 아니면 기로스?
하지만 그 생각은 아테네에 도착하자마자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크로폴리스 투어를 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물이 아닌 다름 아닌 칼칼한 김치가 들어간 국물이었다.
어김없이 유럽여행 얼마 하지도 않아 놓고, 김치찌개 타령이 시작이 되었다.
돼지고기랑 김치 넣고 팔팔 끓여서 흰쌀밥이랑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아침부터 떠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라면을 먹자니, 아테네 마트에서 한국 라면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못 찾음)
게다가 내가 묵는 숙소에는 커피포트가 없었다!
아. 이렇게 다이어트를?!
조금만 참다가, 3일 후 마드리드에 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한 번 생각나는 김치찌개는
돌림노래처럼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결국! 구글맵으로 한식당을 검색하고,
아크로폴리스 등산이 끝나자마자 한식당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신타그마 광장 근처에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잡고 샹그리아 한 잔과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식당에 한국인 4인 가족과 나 혼자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의외로 그리스 사람들이
한국음식 먹으러 자주 온다고 한다. K-Drama, K-pop의 위엄인가?!
10분 정도 기다리고 만난 김치찌개, 외국에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고 부모님은 뵌 것 같았다.
후들거리는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국물을 맛보았다.
맛을 본 순간.
내 머릿속에 풍악이 울렸고, 그 자리가 신화의 탄생지였다.
흰쌀밥 위에 두부와 김치를 얹어서 먹으니, 신화 한 편 완성이었다.
뚝배기를 보자마자 정신을 잃어버린 나는 단숨에 한 뚝배기를 뚝딱 해치웠다.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밥 한 공기를 더 주문할까? 했지만, 남은 것은 없었다.
남김없이 모든 것을 깡그리 해치웠다. 이렇게 김치가 아쉬웠던 적이 있었을까?!
반찬으로 준 김치마저 아쉬울 정도였다. 누가 보면 한 며칠 굶은 줄로 보였을 듯…
그렇게 먹고 나는 카드 결제를 하는데, 네 2만 원이 나왔습니다.
근데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나 치킨 한 마리(2만 원)의 행복을 느꼈으니까.
근데 그거 웃긴 것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맛이 생각난다는 것.
구글 리뷰에서는 별로라고 했는데, 늘 느끼는 것이지만 리뷰는 주관적인 것이다.
참고만 하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