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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 Mar 07. 2023

[내향인의여행] 마드리드 여행 2편. 세고비아, 톨레도

아침 일찍 한국인들만 가능할지도 모르는 투어를 떠났다.

세고비아

새벽 일찍 ‘세고비아와 톨레도’ 투어를 위해,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스페인 광장 근처 카페가 집결 장소였다. 든든하게 추로스로 배를 채우고! 도보로 20분 정도를 걸어갔다.



사실 개인적으로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으면 했다.

북적이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데 미리 가이드분한테 건네받기로는 이미 매진이 된 상태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 언제 스페인에 온 것이지?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 이렇게 빨리 활발해진다고? 신기했다.


카페에 도착하니 가이드 분이 다른 분들 다 오실 때까지 아침식사를 카페에서 하라고 했다. 그러죠!

투어 참여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였는데, 활발하게 해외여행하는 사람들은 누구지?

내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는, 30대 또래의 퇴직자 혹은 가족단위의 여행이겠지 했다.

그런데 배낭여행하는 20대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아. 맞다. 20대 애들도 있었지. 왜 나는 30대만 참여한다고 생각했을까?)

무려 2002년생도 있었다. 옆에 있던 1982년생 그리고 1990년생 모두 경악.


그런 년도생이 유럽에 와도 되냐며, 미성년자 아니냐며. 당황한 것은 우리뿐이었다.

더 같이 있다가는 라테는~ 말을 시전 할 것 같아서, 재빨리 투어용 벤에 탑승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톨레도에만 가려고 했다.

톨레도가 과거 스페인의 수도였기도 했고, 한 바퀴 둘러보면 꽤 예쁘다고 들었다.

그런데, 막상 유럽에 오니… 네 귀찮아졌습니다. 저를 톨레도까지 데려다주는 교통편이며, 

톨레도 여행 루트며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그렇다면 해결하는 법은 돈을 쓰면 됩니다.



10만 원이면 세고비아와 톨레도를 투어 할 수 있다고 한다. 

하루 만에!


(막상 다녀오니, 한 도시를 여유롭게 둘러본다면 하루도 부족하다.)

아아 이 일정은 한국인만 가능한 투어입니다.


아무튼 세고비아는 마드리드에서 차로 1시간 좀 넘게 걸리는 곳.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에서 춘천까지의 거리인 듯하다.


세고비아는 로마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인데,

알카사르 성이 있는 곳. 백설공주의 배경이 되는 성이라고 한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감흥이 없었다가 백성공주라고 하니 튀어나오는 호기심.

뭔가 평화로워 보이는 '알카사르 성'

그런데 여기는 과거 이사벨 1세가 지냈던 성이기도 하다.

스페인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왕! 


가이드 분은 노련한 가이드를 보여주셨는데, 매 순간순간 사진 포인트를 알려주시고

직접 포즈까지 알려주시며 사진을 찍어주셨다. 

이사벨 여왕이 그라나다를 함락할 때의 모습.

성 한 바퀴를 둘러보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개인적으로 유럽의 성은 둘러보기만 해도 느낄 수 있는 게 있다면,

더럽게 춥다는 것 정도.


우리나라의 궁궐은 넓고 단층이라면

알카사르 성에서 바라본 세고비아.

유럽의 성(이것도 궁궐이지)은 높고 가파르다. 

그 차이점을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라면 재미.


알카사르에서 나와 세고비아 대성당으로 걸어가는 풍경도 꽤나 멋지다.

세고비아 대성당으로 가는 길. 하늘까지 파란 것이 스페인 느낌.


시간이 더 있었다면, 여유롭게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하지만 한국인 투어는 시간이 없죠.)


그리고 바로 찾아간 세고비아 수로교. 무려 로마시대에 지어진 수로 교이다.

거의 2천 년 전에 지어진 수로교다. 아직까지도 기능을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다고…

수로 그러니까, 1층, 2층, 3층의 수로교 꼭대기층은 물이 흐르는 수로인데, 그곳에는 누수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납으로 마무리를 했다고 한다. 와우! 납중독!

세고비아 수로교.


파란 하늘이 멋졌던 수로교였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유적지를 좋아하는 편인데, 수로교는 보자마자

헉 하는 유적지 중 하나였다는 점.


하지만 이것도 짧게 보고 바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세고비아에서 유명한 음식은 ‘아기돼지 통구이’ 스페인어로 ‘코치니요 아사도’

생후 3개월 미만의 아기돼지를 통으로 굽는 요리이다.

코치니요 아사도


오랫동안 구워낸 통구이는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육즙이 흐르다 못해 넘칠 정도였는데,

돼지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은 거북하다고 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통 그대로 굽다 보니..


하지만 나는 오히려 맛이 좋아.


스페인 문화 특징. 주문을 하고, 계산하는 것. 정말 시간이 더럽게 오래 걸린다.

오질 않는다. 종업원. 가이드 분이 식사 주문과 동시에 결제를 하라고 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는 후기.




프랑코의 흔적 전몰자의 계곡


투어는 세고비아와 톨레도였다. 하지만 세고비아로 향하는 길에, 가이드분이 세고비아 가는 길에 멋있는 성당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과거 독재자 프랑코가 자신의 무덤으로 쓰려고 만든 성당이었다. 그전에는 자신이 학살한 사람들을 기리는 성당이라고 말했다가, 알고 보니 프랑코의 무덤임을 밝혀지자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분노를 일으킨 곳이라고 한다.



프랑코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지역감정으로 들쑤셔놓은 장본인 중 하나

프랑코는 자신의 무덤을 아주 성대하고 화려하게 지어놓았는데, 

바티칸 교황청에서 인정하는 대성당 중 하나라고.

40미터가 넘은 대형 십자가와 지하 깊이 지어놓은 대성당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코는 대형 십자가 아래의 자신의 무덤에 묻혀 천국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신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그 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학살자도 천국에 갈 수 있을지? 회개하면 갈 수 있을지. 그것은 신만 알겠지.

거대한 십자가, 세고비아로 향하는 길에 눈에 띄는 조형물.

성당에 가는 길이 조금은 낯설고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프랑코가 지은 성당은 아름답고 장업하기까지 하지만… 

아무래도 프랑코의 흔적이 있어서, 홍보하기가 조금은

껄끄러운 곳이라고 한다. (이해합니다.)


성당 입구에 도착하고, 성당에 들어가기까지 날씨가 흐렸는데, 

뭔가 오묘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한 몫했다.


들어가고 나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점.

성당 입구.


성당 내부는 정말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웅장하다.

관광객은 쉽게 갈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그냥 지나쳐갈 법도 한데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가이드님한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톨레도


아테네 파업사태로 마드리드를 70만 원이나 주고 온 나.

마드리드에 오게 된 계기, 바로 <톨레도>를 오기 위해서!

톨레도 구시가지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하지만 새벽 6시부터 움직인 저는 이제 체력이 바닥이 난..

세고비아에서 톨레도에 오는 버스 안에서 잠에 빠졌지만, 회복이 되지 않는…


결국 비몽사몽으로 <톨레도> 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톨레도라는 도시는 과거 스페인의 수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 유럽 도시의 특징답게, 도시 중심에는 시청과 대성당이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돌길! 역사의 도시답게!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관광객인 나로서는, 상당히 멋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실 거주하시는 분들은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집수리를 하려고 하면, 문화유산이다 보니…

쉽게 할 수도 없는 모양. 게다가 편의시설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니, 

많은 사람들이 톨레도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

(그건 어느 나라를 가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욕심 같아서는, 이런 역사 도시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쉽지 않겠지)

톨레도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4시 정도였는데… 11월 중반이라 해가 금방 지기 시작했다.

허둥지둥 도시를 후다닥 돌고, 어딜 돌았는지 기억도 안 남.

산 마르틴 다리를 건너다.

‘산 마르틴’ 다리를 건너 톨레도의 야경을 보러 벤을 타러 갔다.

너무 피곤했고 추워서, 제대로 본 건지도 기억은 안 나지만, 그저 방문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만족하는 투어였다.

톨레도의 야경.

저녁 7시 30분, 세고비아&톨레도 투어가 모두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 자유여행을 추구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피곤해서일까. 

차라리 이런 투어가 월 100%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더 여유로움을 찾는다면 자유여행이 더 나을지도?




버섯요리의 진수


투어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었다. 방송사를 다니는 누나 그리고 남원에 살고 계시는 형

그리고 출근하기 전에, 유럽여행을 떠나온 나보다 어린 동생, 그리고 휴학생.

어쩌다 돌아다니다 보니 여행 스타일이 맞아서,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마드리드에 가면 <메손 델 참피뇬>이라는 버섯 요리 전문점에 꼭 가고 싶었다.

한국인들이 극찬하는 식당이라… 



원래라면, 혼자 가도 별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곳은 다 같이 가야 더 재밌는 법. 마침, 그 식당 근처에서 묵는 사람이 있어서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여기는 식사가 아니라 술집인 게 분명했다.



안주가 더 많았다. 샹그리아 1리터와 와인을 시키고, 버섯 요리를 주문했다.

버섯요리. 네 명이서 3번이나 시켜 먹었다.

버섯요리는 양송이버섯에 쵸리조에 올리브오일이 올라간 요리였다.

(친절하게도, 한글로 메뉴 설명에 적혀있음.)

그냥 아는 맛이겠거니.. 했지만. 기대보다 더 맛있었던 기억. 담백하니 고소하고..

짭짤한 초리조의 맛이 샹그리아가 밑도 끝도 없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4명이서 먹기에는 양이 조금 부족한 편. 

우리는 안주 몇 가지를 더 시켰는데, 모든 안주가 다 맛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맛집 킬러인 한국인 여행객들이 정말 많았다.)

손이 멈추지 않았다. 자잘한 안주 하나씩 집어 먹으면서 샹그리아 한 잔을 마시니

이곳이 스페인이었다.  


내가 정말 이제야 스페인임을 느끼던 순간이었다.

그날 저녁 우린 서로가 다녀온 여행이야기를 공유하며, 샹그리아를 비워냈다.




숙취해소는 아이스크림이지


샹그리아 1리터에 알딸딸해진 나와 남원형(동행을 같이했던)은

서로 묵는 숙소가 가까워서, 같이 걸어가기로 했다. 도보로 한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기훈과 온화한 편인 마드리드는 스페인에서도 고도가 높은 편에 속해서, 밤이나 낮이나 꽤 쌀쌀한 편인데,

그 말인즉슨, 밤에는 춥다는 뜻이 되겠다. 네. 추웠습니다. 

남원형이 숙소 가는 길에, 근처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는데

거기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맛있다고 극찬을 했었다.

날도 추운데, 아이스크림이라니요.. 추운데요?! 그런데 술기운이 돌아서일까. 

막상 그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가니,


군침이 사악 돌았다. 그래서 하나씩 먹기로 했다.

술기운에 평소 같았으면 영어를 썼을 법 한데, 되지도 않는 스페인어로 주문을 했다.

그런데 찰떡같이 알아들으시는 종업원. (이런 관광객이 한 둘이 아니죠?)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면 토핑을 고르는 시스템. 나는 피스타치오 소스를 올려달라고 했었다.

안 그래도 차가운 아이스크림이었는데, 고소한 피스타치오의 조합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추웠지만, 그래도 술기운에 잘도 넘어가던 그날 밤.

마드리드의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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