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포르투.
#숙소가 너무 좋으면.
포르투 여행하기 약 3달 전, 숙소를 어느 쪽으로 잡을지 고민을 했다.
포르투는 의외로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숙박비가 나름 저렴한 편이었다.
그래도 짧게 머무는 사람들은 ‘호스텔’에 묵기도 했다.
(하루에 2-3만 원대의 숙소도 있긴 하다.)
그렇게 되니, 나름 좋은 곳에서 묵고 싶었다.
포르투는 도시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둘러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렇다는 뜻은 숙소에 있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서.
거리 상관없이 발코니가 있는 곳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나름 강변에 위치한 숙소로 잡았는데.
그때는 몰랐다. 포르투가 언덕이 미쳤다는 사실을.
그렇습니다. 제가 묵는 숙소는 언덕 아래에 있었습니다.
포르투의 유명한 곳들은 언덕 위에 있는데 말이죠.
(어쩐지 가격이 싸더라.)
그런데 어차피 하루 묵을 것도 아니고 일주일 정도 묵을 예정이니까.
위치는 아무렴 어떠나 했다.
다행히도! 이스탄불과는 다르게, 포르투는 도보로 웬만해선 10분 정도면 모든 곳이든 갈 수 있다.
게다가 날씨가 사무치게 추울 정도가 아니라서, 산책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기후.
내가 묵은 숙소는 상벤투 성당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되는 곳에 있었는데,
맘에 들었던 점은 발코니에서 보는 풍경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갈매기 소리를 들으면서 마트에서 사 온 과일을 먹는 재미란.
아침 일찍 문 열어두고, 햇살을 맞이하는 감성
일어나서 화장실에 양치하던 순간도 좋았다.
일몰 시간에 들어가면, 석양빛이 들어오는 것도 좋았고.
밤에는 와인 한 잔 마시면서,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다.
(낮에는 차마 밖에서 먹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갈매기들이 내 먹을거리를 노렸다.)
덕분에 포르투 여행이 끝나고서는 2주 동안은 그 숙소에서 지내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숙소가 너무 멀어서 걱정은 했으나.
반대로 너무 좋으니.
나갈 생각이 도무지 안 나더라.
#가볍게 돌아보기
포르투를 여행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것.
<포르투 와이너리 투어>
포르투는 ‘포르투 와인’, 즉 주정강화와인으로 유명하다.
주정강화와인이란? 와인에 브랜디나 기타 주정을 첨가하여 도수를 높인 와인을 말하는데,
자세한 건 모르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도수 높은 달콤한 와인인 것 같다.
그전까지 주정강화와인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포르투가 유명한 것까지는 몰랐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와이너리 투어로 유명한 포르투,
그래서 포르투에는 ‘샌드맨’, ‘그라함’과도 같은 유명 와이너리가 많다.
그곳에선 개별적으로 와인 테이스팅이 포함된 와이너리를 진행하는데…
술에 관심이 특별히 없으면. 굳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포르투가 와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서, 포르투 와인을 맛보고 음미하는 시간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벼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와이너리 투어’가 끝난다면, ‘동루이’ 다리를 도보로 건너는 것도 좋고.
케이블카를 타고 포르투의 전경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가격이 조금 나가는 편이지만 후회는 안 한다. 장담한다.)
날씨가 좋다면 강변에 앉아서 와인 한 병이나, 에그타르트를 포장해서 먹는 것도 좋다.
이상하게 포르투의 모든 순간들은 가볍고 산뜻하다.
걷는 것이 좋다면 그냥 무작정 걷는 것도 좋다.
가는 길에 곳곳에 보이는 아줄레주 스타일의 건물들. 주황색 지붕이 반겨주니까.
시간이 많다면, 트램을 타고 바닷가에 가는 것도 추천 (약 20분 정도 소요)
우기에 가서 가볼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다음에 날씨가 좋을 때 온다면 꼭!
트램 1호를 타고 가볼 예정이다.
#문어밥이 전부다.
유럽 사람들이 문어나 오징어를 잘 안 먹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지중해는 아닌 것 같았다.
그리스를 가나 스페인을 가나 그리고 포르투갈을 가나 식당 어디에서든 쉽게 문어요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포르투는 <문어밥>이 유명한데, 한국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해물탕에 밥을 말아먹는 느낌
살짝 매콤한 맛에 감칠맛이 흘러넘친다.
쫄깃한 문어살. 부드러운 밥알의 느낌
그리고 살짝 쌀쌀한 날씨에 맛보는 따뜻한 국물까지..
한국음식이 그리울 즈음에 나타난 <문어밥>은 정말 빛 그 자체였다.
문어밥을 먹으면서도 맛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 지도 기억도 안 난다.
밥. 그리고 익숙한 맛을 먹는 느낌.
(김치만 있었더라면 정말 완벽을 넘어섰을 텐데)
그 뒤로
정말 사람들을 만나면
포르투에 가면 무조건 문어밥.
문어밥 먹으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고기고 나발이고 무조건 문어밥
그것도 없으면 해물밥. 제발 꼭 드셔주시기를.
제발. 플리스
#체리주를 발견하다.
아침 일찍 에그타르트 두 개를 맛보러 카페에 들렀다.
그곳에서 진열되고 있는 체리주를 발견했는데,
그제야 알았다. 포르투갈은 진자(Ginja)라고 불리는 체리주가 유명하다는 것.
이름만 들어도 달콤한 술이 당연 떠오른다. 당연하다.
물론 도수는 높지만.
포르투갈 사람들은 체리주를 한 잔씩 즐겨 마신다고 하는데
실제로 유명한 곳은 리스본이다. 리스본에 가면 체리주를 많이 마실 수 있는데
포르투는 아무래도 포르투 와인이 유명하다 보니 그 정도는 아닌가? 하는데
포르투갈 사람들은 즐겨 마시는 듯하다.
먹는 방법은 그냥 먹어도 되고, 소다수에 타서 먹어도 된다.
달달한 체리의 향의 술맛. 그냥 다 필요 없었다. 달달하니.. 꿀떡꿀떡 넘어가게 된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구할 수는 없는 맛.
더 사 올 걸 그랬다.
#이스탄불 테러
동행하는 사람들과 ‘Churrasqueira Brasil’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벽에 걸려있던 TV에서 테러로 보이는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하고 보니, 전부 포르투갈어였다.
그래도 읽을 수 있었던 건 ‘Istanbul’이었다.
테러와 이스탄불
이스탄불은 내가 일주일 전에 있던 곳인데.
무슨 일일까?
하고 알아보니
이스탄불 ‘이스타클랄’ 시내 한복판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사상자가 다수 나왔다는 사실.
이스탈클랄 거리는 정말 이스탄불 여행하면 거의 매일 한 번은 가는 곳 중 하나다.
관광객이 그만큼 많다는 소리.
게다가 테러가 일어난 곳은 내 친구가 묵던 숙소였다.
그러니까 하마터면 테러 사상자 중에 나와 친구가 있을 수 있는 소리였다.
(여행을 일주일 늦게 갔더라면 말이다.)
소름이 돋았다.
게다가 너무 안타까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모두 안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