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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 Mar 16. 2023

[내향인의여행] 포르투 여행 2편. 포르투에서 먹은 것

포르투에 이렇게 맛있는 것들이 많을 줄이야.

에그타르트


아침 9시.

아침을 먹어야 하나 고민했다.

평소에 아침을 안 먹는지라... 그래도 여행이니까... 아침을 먹을까?

아침을 먹으면서 풍경도 멋있는데!


그렇다면 나가야지.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숙소를 나섰다.

여행에서는 1.5배속으로 부지런해지는 것 같다.

포르토에서 첫 아침은 당연히 에그타르트!

아침식사로 달달한 음식으로 시작하면 안 좋다고 하는데... 에그타르트는 못참지.

게다가 막 구워진 에그타르트라니... 못 지나치지


게다가!

마드리드에서 설탕 듬뿍 발라진 추로스에 아직 정신을 못차려서 그런지

에그타르르 정도는 뭐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침 숙소 근처에 유명한 에그타르트 맛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벼운 발걸음 오픈 시간에 맞춰갔음에도, 아침을 먹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모두 에그타르트 한 조각,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다.

낭만적이다.


금방 먹고 갈 거라, 카운터에 서서 에스프레소 한 잔 그리고 에그타르트 한 조각을 먹는다.

그렇다면, 나 역시 그렇게 먹어보리라.


바삭한 페이스트리, 한 입 물자마자 풍기는 달달한 크림이 입안 가득 퍼진다.

고소하면서 바삭하기까지 했다.

풍미가 깊었다.


사실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는데.

그래도 다른 점이 있다면 시나몬 향이 더 강렬하다.

게다가 안 느끼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


끝도없이 들어갈 것 같았다.

주의해야하는 식품이다.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한 판 정도는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Polpo(문어) 요리


한국에서 문어 요리를 먹는다고 하면, 보통 ‘숙회’ 방식으로 많이 먹는 편이다.

기껏해야… 해물라면에 들어가는 정도? 아니 타코야끼? 그렇게 생각했는데.

포르투갈에 와서 문어다리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살면서 문어 다리를 포르투에서 많이 먹은 듯했다. 


솔직히 하루에 한 끼 정도는 문어 다리 요리를 먹었다.

문어는 포르투갈어로 ‘Polpo’라고 하는데, 일반 식당에 가든, 고급 식당에 가든 

‘Polpo’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처음 문어요리를 맛보았던 것은 일면 ‘문어밥’이었다.


자잘한 국물요리에 문어 조각이 들어가 있는 맛인데, 한국식으로 굳이 따지자면 

해물탕에 밥을 말아먹는 느낌이었다.


오동통한 문어살을 먹는 식감도 좋았고, 따뜻하게 익숙한 맛이 느껴지니

 포르투갈이 이렇게 가까운 나라였나? 하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통 문어요리를 시키면, 문어다리 하나씩 요리되어서 나온다.

생각해 보면 유럽에서 스테이크를 썰었던 기억보다 문어다리를 썰었던 기억이 더 많다.

맛도 담백하고 간도 적절하게 잘 되어 있어서, 물리지도 않고 질리지도 않았다는 점.

어제저녁 먹고, 다음 날 저녁이 되어도 자연스레 ‘문어다리 하나 먹을까요?’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먹었던 문어 다리 요리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곳.

삶아진 감자와 함께 먹는 문어 다리는 정말 최상의 담백 한과 쫄깃함이 느껴졌다.


한국 가서 다시 먹고 싶을 정도.

다음에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삶아 먹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포르투갈식으로 먹는 걸 생각해 봐야겠다.




Potonic(포트토닉)


유럽 어딜 가든, 만나는 와인

그리스에서 처음으로 아페롤 스피리츠를 맛보았을 때, 다른 나라의 변형된 술은 뭐가 있을까? 궁금했다.


스페인은 샹그리아, 지중해는 제각기 맛있는 술이 많은 것 같은데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가까우니… 와인은 물론이고 샹그리아를 공유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와인테이스팅을 하기 위해 찾았던 와인바에서 ‘포트토닉’을 발견했다.

왜 이 생각을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술이었는데


포트토닉은 쉽게 말해 포르투 와인에 탄산을 탄 술을 말한다.

달달하지만 독한 포르투 와인에 탄산을 타서 마시니 정말 와인의 또 다른 맛이었다.


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달달함을 넘어서서 상큼하기까지 하다.


와인바에서 포트토닉을 시키면 갖은 과일을 넣어주는데, 태양이 강렬하고 따뜻한 남부 유럽의 맛이 느껴졌다.

한국에서도 쉽게 해 먹을 수 있는데.


포르투 와인에 토닉워터를 1:2 비율로 섞어서 마셔주면 된다.

하이볼에 필적하는 맛이라고 생각하는 정도.




컵라면


태국 치앙마이에서 유럽으로 넘어갈 때, 한국 라면 두 개를 샀다.

한국음식이 그리우면 먹으리라. 


이스탄불에 도착하자마자 라면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두 개밖에 없으니, 정말 힘들 때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오니 한국 라면 정말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동행분에게 하나를 드렸는데…


마땅히 먹을만한 곳을 못 찾았다. 마드리드는 호스텔… 아테네는 커피포트가 없었던 관계로.

결국 포르투에서 먹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풍경이 멋진 숙소에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발코니에서 포르투의 야경을 안주삼아 와인과 컵라면을 먹었다.

(도착하자마자 먹었다.) 


그런데 미니 컵라면의 아쉬움이 이렇게 클 줄이야.

스위스 융프라우에 가면 만원이 넘는 컵라면도 품절이라던데,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한국인은 벅차오를 때, 라면이 먹고 싶은 것 같다.

벅차고 감동받는 순간에, 아 라면 하나 있으면 딱인데 라는 생각


수영하고 나와서, 한라산 꼭대기를 5시간이나 걸려서 올라가서,

눈싸움하고 와서, 기나긴 유럽 여행을 하던 도중에 하는 생각


“아 라면만 있으면.”


그 생각은 떠오름과 동시에 절대로 귀국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어떤 라면도 그 욕망을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 라면 하나로 모자랐던 나의 라면에 대한 욕망은

포르투에 위치한 아시아 마켓으로 이어지게 했다.


 아 나는 한국음식을 더 보기 힘들다는, 남미나

이집트는 못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이틀차였나 아침 일찍 포르투 상벤투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안 마켓을 발견했다.


거기 도착하니 중국, 일본, 한국, 베트남 식재료를 팔았는데…

내 눈엔 오로지 한국 라면뿐, 혹시 햇반도 있나? 하고 찾아보니 그건 없었다.

(아쉽게도 면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그곳에서 캔으로 파는 김치를 발견했는데, 캔참치는 들었어도 캔김치는 처음 봤다.

집에서 담가먹는 김치를 먹는 한국인이라서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4천 원에 진라면 3봉을 사고 숙소로 돌아와 물을 끓였다.

라면을 올리고 기다리는 나. 

라면은 나에게 어머니이자 한국 고국에 대한 그리움 그 자체였다.


젓가락도 없어서 포크로 허겁지겁 먹는데

포르투 풍경 하나도 안 보이고 그저 라면 국물만 보였다.


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었다니. 

눈물이 날뻔했다.


웃기게도 3일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아직도 그날 오후에 먹은 라면은 잊히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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