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를 떠나 다시 한국으로.
홀로 여행해 보니까.
2015년 나는 첫 유럽여행을 떠났다.
그때 당시 주변 대부분의 친구들은 삼삼오오 모여 여행을 떠났었다.
그게 너무 부러웠지만, 내 주변 친한 친구들은 모두 유럽여행을 다녀온 탓에 결국 혼자 떠나게 되었다.
사실 출발만 혼자였지, 이미 가기 전부터 동행을 도시마다 만나기로 했었다.
런던은 누구, 파리는 누구, 스페인은 누구, 이탈리아는 누구,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정말 나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
여행의 시작인 치앙마이부터 포르투까지 함께하는 이는 없었다.
사실 30대가 넘어간 시점부터는 함께 여행을 떠나는 친구를 구하는 건 쉽지 않다.
결혼생활에 육아에 직장에… 우리 모두 돈은 있지만, 쉽사리 떠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게 귀찮아졌다.
결국 그렇게 나는 2022년 혼자 유럽으로 떠나게 되었다.
일부러 동행을 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동행 카페를 안 들어간 것도 아니다.
식사 동행을 구했었는데, 그 이유는 여럿이서 여러 메뉴를 먹고 싶어서였다.
그 외 동행은 글쎄… 생각만 해도 귀찮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외출 후 2시간 이내에는 숙소로 돌아와 쉬자는 주의라…
그러다 문득 호텔 방에 누워서 생각했다.
나이를 먹은 건가? 아니면 겁이 없어진 건가?
왜 혼자 하는 여행이 편해진 것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과거에는 혼자 떠난다면 외로울 것 같고 심심할 것 같았는데 말이다.
지금은 차라리 혼자가 편하고 외롭지도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고 편했다. 내 스타일대로 내 입맛대로 내 시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누군가와 타협할 필요도 없었다.
"어쩌면 나는 나만의 기준이 생긴 모양이다."
비 오는 포르투
포르투에 오고 나서 2일 차 저녁부터 포르투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아니었다.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었다.
안 그래도 미끄럽고 가파른 돌길이 비를 맞으니 더 미끄러워졌다.
제발 포르투가 우기라고는 하지만 비가 살살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첫날 석양 본 것이 기적일정도로 떠나는 날까지 비는 계속되었다.
꼭 보고 싶었던 풍경이 있었는데, 뭐 일주일이나 있는데… 다음에 보면 되지 않을까? 하고
넘겼는데.. 그때 봤어야 했다.
이스탄불, 아테네, 마드리드까지 비가 내리더라도 아침 잠깐 내리곤 했다.
그런데 포르투는 그냥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결국 길거리 기념품 상점에서 파는 7천 원이나 하는 3단 우산을 구매했다.
돈이 아깝기는 했지만, 이것도 기념품이라고 생각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떠나는 날 아침.
그날도 비가 상당히 많이 내렸는데, 비행기가… 뜰까?라는 걱정할 정도였다.
그래서 12시 비행기임에도 불구하고 8시에 우버를 불러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우산을 접으려는 순간.
날카로운 우산 철제에 손을 베어버렸다.
캐리어에 모든 짐을 싸서 밴드며 붕대며 모든 것이 캐리어에 있었다.
빗물에 내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진짜. 이게 무슨 일이야.)
아픈 건 둘째 치고, 차에 타야 하는데 피가 철철 나는 내 손.
우산을 접다 말고 서 있는 나를 본 우버기사. 내 손을 보고는 급하게 티슈를 꺼내서 주었다.
하. 가는 날인데 좀 차분하게 갈 수는 없는 걸까?
그래도 덕분에 빠르게 지혈하고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선 나는 파리 공항을 경유해 아시아나를 타고 한국에 오는 여정이었다.
그런데. 왜? 포르투에서 파리 가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 것인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여유롭게 도착해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체크인 대기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무려 비행기 출발 40분 전에 들어간 것이다.
아슬아슬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파리로 떠날 수 있었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내려 짐을 찾으려는데,
휴지로 지혈했던 손에서 다시 피가 나기 시작했다.
다시 한국으로
약 두 달간의 해외여행이 끝이 났다.
여행유투버들이 일 년 이상 해외에서 체류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여행유투버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만 지나도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나.)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
떠나는 날에는 시원섭섭했다.
여행을 마친 것과 끝났다는 감정.
아테네에서 파업 때문에 비행을 놓치고, 엉겁결에 아테네 여행을 하루 더 했던 순간들.
다신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었던(과거) 투어상품을 이용한 것.
그리고 이스탄불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만났던 수많은 인연들.
모아둔 돈에 의지해 가격 생각 안 하고 먹었던 것들.
비행기에서 경험한 것들을 생각하느라 12시간 비행을 빠르게 보낼 수 있었다.
사진을 돌아보고, 실시간으로 찍었던 영상도 보고 녹음파일도 보고
이러는 거 보니 한국으로 가기는 가나 보다.
가서 할 것도 많다.
출판사 미팅도 해야 하고, 사진 정리도 하고 그림 그릴 것도 많았다.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싶었다.
내 여행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