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여행가이드. 그냥 여행 기록기
#상상
영화, 드라마, 책 속의 뉴욕은 클래식과 낭만이 흐른다고 생각했다. 고전주의의 미학이 느껴지는 건축 양식과 이보리 톤의 벽돌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내가 상상하던 뉴욕의 모습이었다. 그런 뉴욕의 모습과 세련되고 바쁜 뉴요커들이 어우러지는 뉴욕은 어떨까? 하는 상상을 줄곧 해왔다. 나도 뉴욕에 있다면, 그런 모습으로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원래 상상과 실제는 다르다. 사실 큰 기대를 하고 여행을 하면 기대에 미치는 부분보다 실망스러운 모습이 더 많다. 어쩌면 그래서 상상하지 않고 무작정 떠나는 즉흥 여행이 여행자를 감동시킬지도 모른다.
뉴욕에 도착하고 여행하고 보았던 뉴욕은 어딜 가나 사람은 정말 많았다. 쓰레기도 많았다. 뉴욕이 생각보다 더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자꾸 지린내가 올라왔다. 그런 뉴욕을 사람들은 왜 저리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기대하던 클래식과 낭만은 어디로 간 거야?
그러다 가끔은 엉뚱한 곳에서 뉴욕스러운 모습을 발견한다. 고가 철도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뉴욕의 모습이라던지, 오래된 간판이 녹이 슬어도 붉은 벽돌과 어울리는 거리를 만난다던지, 전혀 예상하지도 미디어 속에서 보지도 못한 뉴욕을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기도 한다. 높이 솟은 건물 숲이 뉴욕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저 멀리 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뉴욕의 모습이 더 내 기대에 부흥하기도 한다. 길바닥 계단에 앉아 있는 뉴요커의 모습이 더 뉴욕 같기도 했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빈티지한 모습이 화려한 뉴욕의 배경과 찰떡궁합이다. 거대한 세계 속의 디테일 같다고 할까..?
그런 모습들이 더 뉴욕같이 만들어 준 것 같았다. 미니 전구들이 깨알같이 작은 벤치나, 모퉁이 공원을 밝혀주는 풍경 속에서 뉴욕의 낭만이 흘렀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도 같은 거대한 건축물 주위로 그런 미니멀한 요소들이 뉴욕을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 뉴요커들이 괜히 카페 외부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닌 듯하다.
이런 요소들을 문득문득 발견할 때마다, 내가 상상했던 뉴욕의 분위기를 발견하는 것 같아 내심 여행이 즐거워졌다. 그리고 이런 여행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리움으로 증폭되는 것 같다.